놀이터 의자에 버려진 쓰레기의 모습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스물 한 번째 사진은 놀이터에 버려진 쓰레기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많은 사람이 앉아야 할 공간을 '쓰레기통'으로 바꿔버린 이기적인 사람은 누굴까. 아이가 그랬을까, 아니면 어른이 그랬을까. 아이라면 어른에게 뭘 배웠고, 어른이라면 아이에게 뭘 가르쳤을지 궁금해진다. (이한 기자 2020.09.06)/그린포스트코리아
많은 사람이 앉아야 할 공간을 '쓰레기통'으로 바꿔버린 이기적인 사람은 누굴까. 아이가 그랬을까, 아니면 어른이 그랬을까. 아이라면 어른에게 뭘 배웠고, 어른이라면 아이에게 뭘 가르쳤을지 궁금해진다. (이한 기자 2020.09.0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 페트병과 비닐포장지, 그리고 나무젓가락이 놀이터 의자에 제법 가지런히 놓여있다. 길바닥에 버리지 않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얌전히 놓아두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버려진 음료는 어린이가 마셨을 가능성이 높다. 혼자 마셨는지, 놀이터에 함께 나온 부모가 뚜껑을 열어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여러 사람이 앉아서 쉬어야 할 의자를 쓰레기통으로 바꾼 건 너무했다.

아이가 버렸다면 그 부모는 평소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만약 부모가 버렸다면 아이는 평소 부모의 모습에서 뭘 배울까. 의자에 잠시 놓아두고 집에 돌아갈 때 치우려고 했다는 변명은 접어두자. 기자가 저 사진을 찍을 때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환경 전문가들은 쓰레기 양을 줄이는게 어려우니 분리배출이라도 잘 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저렇게 무책임한 사람들이 있는 한, 자원순환이니 분리배출이니 하는 얘기는 전부 의미가 없어진다. 버려진 물건들을 보며 이런 생각도 해본다.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사람은 쓰레기보다 나은 점이 뭘까?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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