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인 정책·제품·소비의 균형을 상상하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아침에 종종 계란후라이를 먹는다. 사전상 규범 표기는 계란 프라이 또는 달걀 프라이지만 발음하던 습관 따라 ‘후라이’라고 부르는 게 편하므로 이 기사에서도 그렇게 쓰겠다.

기자가 계란후라이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주말에는 팬에 기름 두르고 달걀을 깨트린 다음 반숙으로 구워 딱 한번만 뒤집고 재빨리 꺼내 노른자를 밥에 터뜨려 먹는다. 주중에는 다른 방법을 쓴다. 앞접시에 달걀을 깬 다음 노른자도 깨서 적당히 섞고 그대로 뚜껑을 잘 덮어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팬에 구운 계란후라이와는 식감이 다르지만 만들기가 편하다.

굳이 저렇게 두 가지 방법으로 구분해서 먹는 이유는 ‘시간’ 때문이다. 기름 두른 팬과 뒤집개를 사용하고 그릇에 담아 먹으면 설거지 하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반면 그릇에 뚜껑 덮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설거지가 적게 나온다. 그래서 출근해야 하는 평일에는 주로 전자레인지를, 시간이 넉넉한 주말에는 팬을 주로 사용한다.

요즘은 시간과 더불어 다른 것들도 함께 생각한다. 그린포스트에 입사하고 쓰레기 줄이는 삶에 관심을 가지면서 달걀프라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본다.

이 요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이 달걀이 어디서 왔느냐다. 비좁은 닭장에서 태어나 A4용지만한 케이지에 갇혀 평생 알만 낳는 닭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기자의 인생과 닭의 인생을 저울에 달아보면 그 무게는 과연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또 하나는 조리와 설거지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다. 우선 설거지부터 생각해보자. 계산이 쉽다. 기름 두른 프라이팬을 닦으려면 많은 물과 세제가 필요한데 전자레인지에 돌린 작은 반찬그릇은 상대적으로 닦기가 쉽다. 쉽게 말하면 (설거지만 고려할 때) 주말용 후라이보다 주중용 후라이가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친다는 얘기다.

그런데 조리과정을 생각하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가스레인지는 불꽃이 직접 팬을 가열하므로 에너지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전기는 1차에너지원을 가지고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해서 상대적으로 에너지손실이 있다.

그러면 가스레인지가 환경적일까? 이것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가스레인지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생각해볼 수 있고, 만일 가스레인지가 아니라 전기레인지를 쓴다면 전자레인지와의 에너지 손익분기 계산은 또 달라질 수 있어서다.

유난스러운 행동일 수 있지만, 계란후라이 하나를 가지고도 환경적으로 저렇게 많은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비자가 아무리 들여다 봐도 저걸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워서다.

계산을 할 수 있어도 문제다. 동물복지 제품을 구매하고, 에너지효율 높은 제품을 사고, 물 사용을 줄이면서 ‘개인적인 노력’을 이어갈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이 먹고 사용하는 이 세상 모든 물건들은 저렇게 복잡한 환경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걸 모두 일일이 계산하면서 살 수는 없다.

이상적인 얘기를 해보자. 동물권을 충분히 고려한 윤리적인 제품만 생산된다면, 조리도구를 포함한 생활 속 모두 제품의 에너지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면, 발전·송전·배전·사용 등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순환구조가 고효율 지속가능 형태로 완벽하게 갖춰진다면 어떨까?

여기에 설거지에 사용하는 세제와 그 성분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하수도로 물을 흘려보내도 대부분 깨끗하게 정화돼 효율적으로 재사용된다면,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계란후라이를 어떻게 만들어도 더 환경적인지 소비자가 일일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쓰레기박사’로 유명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기업이 물건을 잘못 만들면 그 이후에는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재활용 안 되는 제품을 생산하면 소비자가 열심히 분리배출 해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홍 소장은 “기업이 좋은 물건을 만들고, 정부가 여러 분야를 함께 고려한 정책을 국민에게 친절히 설명하고, 그 속에서 소비자 실천이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계란후라이를 둘러싼 고민을 떠올렸다.

소비자 개인의 실천은 당연히 중요하다. 정책과 제품이 좋아도 실천이 없으면 환경적인 균형은 무너진다. 하지만 제품과 정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도 균형이 잡힐 수 없다.

가수 김광석은 1995년에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와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라는 가삿말을 노래했다. 환경에는 세 가지 바퀴가 필요하다. 친환경 정책을 내놓는 정부,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업, 그리고 환경적인 소비와 습관을 항상 실천하는 소비자다. 세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야 지속가능한 환경이 비로소 완성된다.

계란후라이를 어떻게 만들고 설거지를 뭘로 하든 관계없이 내 행동이 환경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날을 꿈꿔본다. 물론, 그런 시절이 와도 이 달걀이 어디서 식탁까지 왔는지, 무엇을 사서 어떻게 쓰고 먹어야 지속가능한지는 계속 고민해야겠지만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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