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생 조치 속,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
‘잘 하고 있었는데’...일회용 사용 권하는 세계
계속 늘어나는 사용량, 소비자 인식 변화도 문제
1주일에 1억장 생산...그 많은 마스크는 어디로 갈까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여덟 번째 시리즈는 한번 쓰고 버리는, 깨끗하고 편리하지만 환경에는 부담을 주는 일회용품 입니다. [편집자 주]

일회용품이 나쁜 이유는 하나다, 많이 버려져서다. 폐기물은 재활용하거나 태우거나 땅에 묻는다. 재활용률이 높고 소각이 잘 돼 제대로 묻힌다고 해도 버려지는 양 자체가 많으면 문제다. 그런데 최근 인류는 일회용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이나 브랜드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품이 나쁜 이유는 하나다, 많이 버려져서다. 폐기물은 재활용하거나 태우거나 땅에 묻는다. 재활용률이 높고 소각이 잘 돼 제대로 묻힌다고 해도 버려지는 양 자체가 많으면 문제다. 그런데 최근 인류는 일회용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이나 브랜드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일회용품이 나쁜 이유는 하나다, 많이 버려져서다. 폐기물은 재활용하거나 태우거나 땅에 묻는다. 재활용률이 높고 소각이 잘 돼 제대로 묻힌다고 해도 버려지는 양 자체가 많으면 문제다. 그런데 최근 인류는 일회용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 6월 24일, 김동그라미 코트라 미국 뉴욕무역관이 홈페이지 뉴스 컬럼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다. 김 무역관은 “최근 몇 년간 환경보호 차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식기류 등의 사용 금지 규제가 강화됐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위생문제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일시적으로 완화됐다”고 썼다.

당시 김 무역관은 “셧다운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고, 테이크아웃과 배달음식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일회용품 사용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 규제 완화 외에도 소매점이나 카페 등이 자발적으로 고객의 개인 물품 사용을 금지한 곳도 생겼다. 개인 텀블러나 머그컵 사용을 장려했던 스타벅스와 던킨은 코로나19 이후 직원과 다른 고객의 안전을 위해 일회용 컵만 사용할 것이라고 공지했다”라고 밝혔다.

낯익은 얘기다. 사실 이건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고 미국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5월 21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 68곳의 일회용컵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매장들은 일회용컵 사용 근거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내세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24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는 고객이 일회용 비닐장갑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출입문 근처에 손소독제와 240매짜리 일회용 비닐봉투가 개봉된 채 놓여있었고 커다란 글씨로 ‘일회용 위생장갑 제공 안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손과 비말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으니 개인위생에 신경 쓴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그러나 1인당 개수를 제한한다는 안내 문구는 없었다.

◇ ‘잘 하고 있었는데’...일회용품 사용 권하기 시작한 세계

김동그라미 코트라 미국 뉴욕무역관은 앞서 언급한 컬럼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미국 전역에 확산되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도 급제동이 걸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환경보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앞장서 왔던 지역들까지 바이러스 전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 시행을 일시 중단하거나 오히려 일회용품 사용을 권하고 나섰다”라고 썼다. 역시 미국과 한국에, 그리고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얘기다.

사실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덮치기 직전의 세상에서는, 인류가 일회용품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었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해 캐나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블룸버그 등 외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시민들은 플라스틱 오염 여파를 직접 경험해 잘 알고 있다”면서 “바다와 공원, 거리, 해안선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널려있는 장면을 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밝혔다.

당시 총리는 “아이들에게 다음 세대를 위한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연합뉴스는 ‘캐나다의 플라스틱 규제는 유럽연합(EU)과 인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각국 정부와 지자체에서 속속 도입하는 환경보호 정책을 뒤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이런 경향을 크게 바꿨다. 올해 봄으로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내용의 뉴스들이 검색된다. 플라스틱산업협회(PIA)는 지난 3월 “팬데믹을 통해 많은 미국인과 기업, 정부 당국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이 종종 가장 안전한 옵션이란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에 일회용 플라스틱의 보건 및 안전상 혜택에 대해 공개적으로 성명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메인주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보류했고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머그잔 사용을 중단했다. 영국에서는 비닐봉지에 요금을 물리는 방안이 유보됐다. 현지 NGO '오션 컨서번시'는 이런 경향을 두고 “그동안 이뤄진 산업계의 많은 진전 중 일부가 후퇴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미국 전역에 확산되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도 급제동이 걸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미국 전역에 확산되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도 급제동이 걸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계속 늘어나는 일회용품 사용량, 소비자 인식 변화도 문제

개인위생을 중시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마스크다. 다른 사람 비말로부터 나를 지키려면 깨끗한 마스크가 필요하고, 마스가는 깨끗하려면 계속 교체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사용량이 늘어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인식 자체가 바뀐다는 데 있다.

CNN은 지난 여름,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장갑과 마스크를 버리고,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조치는 폐기되거나 연기된다”고 보도하면서 “공중보건 위기 속에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회용 장갑이나 마스크 사례를 보자. 지난 4월 15일 총선 당시 투표자에게 일회용 비닐장갑이 제공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매장에서 일회용 장갑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는 사이 하루에 천만장 단위의 마스크와 마스크 포장용 비닐이 버려진다. 비말 감염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가림막 등을 설치한 곳도 많고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도 사용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플라스틱 포장재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고, 폐지와 폐비닐도 각각 15%, 8% 늘었다.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늘고 택배와 배달 등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폐기물이 늘었다는 해석이다. 사용량이 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시국에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 역시 늘어난다.

◇ 1주일에 1억장 생산...그 많은 마스크는 어디로 갈까

이런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다. KBS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서는 지난 3월과 4월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이 1년 전보다 62% 늘었다. 태국 정부가 올해부터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이용이 제한되고 음식 배달과 포장 등이 늘어난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발 쓰레기가 이미 바다를 오염시키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랑스 환경 보호단체 ‘메르 프로프레’는 “최근 몇 달 동안 스쿠버다이버가 바다 청소 작업을 하면서 폐기된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을 발견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스크 등 일회용품이 마치 해파리처럼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다”고 전하면서 우리의 발견은 새로운 종류의 오염을 암시한다. 아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심각한 오염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우리는 곧 지중해에서 해파리보다 더 많이 떠다니는 마스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외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비해 주문한 마스크의 개수만 20억 개에 달한다.

버려진 마스크 문제에서는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않다. 조달청이 지난 6월 말까지 계약한 공적마스크 물량만 약 8억장 규모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금까지 사용하고 버려진 마스크는 그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참고로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기준 마스크는 주간 1억개 이상씩 생산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월, 2시간 동안 플로킹(산책+쓰레기줍기)을 진행한 결과 버려진 마스크 258장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많은 마스크가 버려졌고 그 중 일부가 지중해로 흘러갔다면, 동해와 서해, 남해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줄여야 산다 일회용품 2편에서는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들의 환경적인 영향에 대해 돌아본다.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일회용품 사용이 늘었다. 환경을 지키는 건 인류의 안전한 지속을 위해서인데, 2020년 인류는 지속가능을 위해 환경을 잠시 미뤄야 하는 아이러니와 마주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일회용품 사용이 늘었다. 환경을 지키는 건 인류의 안전한 지속을 위해서인데, 2020년 인류는 지속가능을 위해 환경을 잠시 미뤄야 하는 아이러니와 마주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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