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백신에 대한 의문이 날로 커지는 요즘이다.

국가에서 진행 중인 인플루엔자(독감) 무료접종 사업 백신이 이송 중 상온에 노출돼 회수됐는가 하면, 흰색 입자(백색 입자)까지 발견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대시켰다.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람은 지금까지 88명.

이 중 70대 이상이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있고, 연관성이 없다고는 밝혀졌지만, 이미 높아진 불안감이 수그러들고 있지는 않다.

역시나 각종 뜬소문 또한 양산 중이다. 무료 백신은 중국에서 제조했고, 유료 백신이 효과가 더 좋으며, 국산 백신과 해외 백신의 효능도 다르다는 것이다. 당연히 모두 틀린 이야기다.

시중에 공급되는 모든 백신은 국내 또는 프랑스, 독일에서 제조됐고, 국산 백신과 해외 백신 모두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똑같이 바이러스를 배양 받아 생산한다. 또 무료 백신과 유료 백신은 공급 체계만 다를 뿐 효능에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백신 안전성 논란이 가라앉고 있지 않는 이유는 뭘까. 사실 매년 독감 백신을 맞아온 사람이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정부가 코로나 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무료 접종 대상자를 늘렸다. 대부분 어르신이 뉴스에서 자신의 무료 접종 날짜를 확인하고, 제때 맞으러 가기 위해 달력에 체크했다.

하지만 무료 접종이 시작되기도 전, 무료 접종에 쓰일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서 일부 물량이 회수됐다. 당장 접종을 앞뒀던 이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것은 물론, 백신을 맞기 전 독감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무료 접종을 포기하고 유료로 접종한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이후 일부 독감 백신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되면서 불신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접종 이후 사망자가 속출하기 시작했고, 공포감은 더욱 확대됐다.

정부는 백신 접종과 사망의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지었고, 질병관리청은 "작년에는 백신 접종 후 7일 내 1500명의 노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단지 사망자 중 일주일 이내에 주사를 맞은 사람을 가려냈다지만, 이는 도리어 화를 불렀다. 몰랐던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주변에서는 아예 접종을 포기한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국은 평균 97.2%의 백신 접종률을 보유한, 백신을 가장 신뢰하는 나라 중 하나다. 의료강대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접종률은 86.9%에 불과하다.

미국의 접종률이 낮아진 이유는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얘기가 미국과 유럽으로 퍼져 나가면서 접종률이 떨어진 탓이다. 접종률이 낮아지면서 홍역 환자는 세계적으로 30% 정도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건 아닐지 두렵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백신을 믿고 맞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실 선뜻 먼저 나서서 맞지는 못할 것 같다. 임상 3상을 거치며 안전성을 입증했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가 딱히 없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는 백신이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모든 국민이 접종을 받게 될 것이다. 

당연히, 고위험군인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먼저 맞게 될 것이고,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지만, 우연히 발생하는 사망은 분명히 나올 것이다. 게다가 100만 명 중의 한 명꼴로 생기는 어떤 부작용이 나에게 생길 수도 있다. 

효과와 안전성만 보장된다면 국민들은 주저 없이 백신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가 없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누구보다도 기다리고 있다.

독감 백신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고 있다. 다만, 앞으로 개발될 코로나19 백신은 의심 없이 믿고 맞을 수 있도록 유통 과정 등의 재정비가 여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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