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모빌리티의 ‘제 자리’는 어디인가?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열 아홉번째 사진은 아무곳에나 주차된 공유 모빌리티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의류수거함 앞을 점령한 공유자전거의 모습. (이한 기자 2020.10.13)/그린포스트코리아
의류수거함 앞을 점령한 공유자전거의 모습. (이한 기자 2020.10.13)/그린포스트코리아
소화전 근처에 주차된 공유 킥보드의 모습. (이한 기자 2020.10.17)/그린포스트코리아
소화전 근처에 주차된 공유 킥보드의 모습. (이한 기자 2020.10.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사람이든 물건이든, 세상의 것들에는 모두 적당한 쓰임새와 마땅한 장소가 있다. 어디에 놓여있든 관계없이 자신의 쓸모를 뽐내는 사람(또는 물건)도 있는 반면, 마땅한 장소에서만 적당한 쓰임새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사진의 경우라면 어떨까.

자전거와 킥보드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분류된다.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적당한 시간에 갈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여서다. 그래서일까. 세계 각국 주요 도시들이 자전거가 도로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는 사람은 택시를 탄 사람보다 탄소를 덜 내뿜는다. 교통체증이 없으니 편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타지 않는 사람들의 또 다른 환경과 편리함을 방해하면 안 된다. 의류수거함 앞에, 소화전 옆에 주차된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보행자를 불편하게 하고, 어쩌면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 환경적인 물건이 다른 사람의 환경을 어지럽힐 수 있다는 의미다. 제 자리를 찾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여기서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공유자전거와 공유킥보드의 ‘제 자리’는 어디인가?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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