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바꿀 수 없다면 하나씩 바꿔나가야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이번주 과자포장재 성분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식품업계의 여러 얼굴을 마주했다.

과대포장을 이어가는 꼼수 기업, 여론을 재빠르게 수용하며 태세전환을 이룬 기업, 친환경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기업 등 결을 달리 하는 다양한 소식이 혼재해 있었다. 

특히 질소 과자의 오명을 정면에서 돌파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착한 포장 프로젝트에 나선 오리온이 2017년 한 해 동안 포장재 규격을 축소함으로써 여의도 전체 면적의 40%에 달하는 비닐 쓰레기를 줄였다는 자료를 보면서는 ‘줄일 수 있는 것을 줄였을 때’의 효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오리온의 자료에 따르면 당시 여의도 전체 면적인 2.9㎢의 40%에 달하는 약 1.2㎢ 만큼, 중량으로 따지면 약 83톤의 쓰레기를 절감했다. 쓰레기 1톤을 태우면 한 가정에서 9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난방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 만큼의 양이 절감되었는지 조금 체감할 수 있다. 제품의 빈 공간을 낮추는 것만으로 이룬 성과였다.

환경을 위해 기업이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시도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빼거나, 줄이거나, 바꾸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깔끔하게 빼고 바꾸는 것 같지만, 할 수 있는 선까지 줄이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 식품·유통 업계에서는 제품의 포장 공간 비율을 줄이고, 플라스틱을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소비에 한 발자국 다가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0 그린뉴딜 엑스포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원자재 국산화로 유통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킨 친환경 패키징을 선보였다. 햇반의 경우 연간 340톤의 플라스틱과 550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패키징으로, 스팸은 공간을 줄여 연간 110톤의 플라스틱과 116톤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패키징으로 눈길을 끌었다.

소비자는 오래 전부터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소비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기업이 나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개인이 쓸데 없는 소비를 줄임으로써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기업도 덜어낼 수 있는 것부터 덜어내면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꾼다고 약속하는 사람은 바보이거나 악한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한 번에 바꾸는 것은 어렵다. 그럴 때는 하나씩 바꿔가면 된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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