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ICT소프트웨어, 도심항공...미래차 세 방향성
친환경 미래차 적극 준비는 전 세계적 추세
현대차그룹 “새 패러다임 생태계 구축 위한 혁신 필요”
730조원 규모 도심항공교통도 미래차 산업 큰 축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열 다섯 번째 순서는 환경과 경제 두가지 분야에서 모두 주목받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입니다. [편집자 주]

현대차그룹 혁신 거점 ‘현대 크래들’이 7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피어 27’에서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 2019’를 개최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기조연설에서 ‘인간중심의 모빌리티 개발 철학’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모습.(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2019.11.8/그린포스트코리아
미래차 방향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휘발유나 경유를 태워 달리는 대신 전기나 수소로 대체하자는 내연기관차 미래 이슈, 자율주행 등 IT 또는 ICT(정보통신기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미래 기술,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 즉 ‘플라잉 모빌리티’ 분야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에서 '인간중심 모빌리티 개발 철학'에 대해 언급하던 당시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미래 모빌리티’라는 단어의 뜻은 유추하기가 쉽다. 앞서 환경경제 용어사전 연재에서 소개한 다른 단어들과 달리 ‘미래 시대 자동차’라는 의미가 비교적 직관적으로 다가와서다. 그러면 미래차 또는 친환경 미래차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떨까? 미래 자동차는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인류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제공할까?

미래차에 대한 상상은 요즘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82년 처음 방영된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도 미래차가 나왔다. 사람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주행하며 상황을 직접 판단하고 때로는 무기까지 알아서 사용하는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다. 운전자와 소통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기능 등을 갖춘 미래차가 거기 있었다.

드라마 속 키트는 폰티악 파이어버드 차량인데, 주인공은 손목시계를 통해 차와 통신했다. 이 차는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때로는 농담도 주고 받았다. 자동차 스스로 (당시에는 그런 용어가 없었겠지만) 무선 인터넷으로 자료도 찾았다. 요즘 시대에 상상하는 ‘미래 모빌리티’모습 중 상당수가 그와 비슷하다. 1987년 첫 개봉한 영화 ‘백 투더 퓨처’ 시리즈 속 자동차 드로리안은 타임머신으로 개조됐고 영화에서는 하늘을 나는 2000년대 (당시의) 미래차 모습이 나왔다. 그러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차 모습은 어떨까.

◇ 친환경, ICT소프트웨어, 도심항공...미래차 세 방향성

미래차 방향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휘발유나 경유를 태워 달리는 대신 전기나 수소로 대체하자는 내연기관차 미래 이슈, 자율주행 등 IT 또는 ICT(정보통신기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미래 기술,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 즉 ‘플라잉 모빌리티’ 분야다.

하나씩 짚어보자. 통신기술과 완성차의 만남은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지난해 6월 T맵 주차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을 일부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발표자로 나섰던 SKT 장유성 모빌리티사업단장은 “미래에는 자동차가 스스로 주차하고, 알아서 연료를 채우거나 자가 점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모빌리티 산업이 AI와 만나 궁극적으로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은 당시 서비스 발표에 앞서 모빌리티 사업 관련 홍보 동영상을 시연했다. 그 영상에는 자동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4인 가족의 모습이 담겼다. 각자의 스마트폰과 연결된 자동차는 좌석별 탑승자가 누구인지 스스로 분석하고,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에게 취향 따라 서로 다른 영상을 재생시켜 보여줬다. 자동차는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면서 공항까지 안전하게 달렸고 운전자와 가족이 모두 내린 다음 스스로 주차장으로 이동해 차를 세웠다.

미래자동차라면 흔히 ‘전기차’나 ‘수소차’를 떠올리기 쉽다. 환경 분야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래차 관련 정책도 내연기관 차량의 친환경차 전환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래차 패러다임이 연료보다는 IT기술 쪽에서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지난 8월 미래모빌리티 관련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도로 위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한꺼번에 옮겨가는 어렵고, 미래차 패러다임 변화가 파워트레인보다는 자율주행이나 IT쪽에서 먼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 교수는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의 50%를 넘는 시점과 자율주행이 보급되는 시점을 비교해보면 자율주행이 먼저 실현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집에 도착해 운전자가 내린 다음 차를 (자율주행 기능으로) 주차타워에 보내면, 그곳에서 연간 주차료를 받으며 차를 충전하고 아침에는 콜서비스로 집에 차를 보내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차충전 서비스가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보았다.

◇ 친환경 미래차 적극 준비는 전 세계적 추세

하지만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동차가 모두 전기 배터리에서 연료를 얻기는 어려우므로 내연기관차의 존속이 생각보다 길 것’이라는 견해는 납득할 만 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고 심지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지금보다 더 많은 기술이 미래 자동차에 접목된다면 자동차는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 에너지를 모두 내연기관에서 얻는 것도 환경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래서일까.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 등 친환경 미래차 체제를 적극 준비하고 있다. 친환경차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할까. 환경부 홈페이지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친환경자동차’는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태양광차 등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대기오염물질이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연비가 우수한 자동차”를 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7월 1일 발간한 ‘주요국 자동차 산업 지원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사업·인력 재편을 추진하면서도, 디지털 인력을 새로 뽑는 등 친환경 자동차 체제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세계 주요시장 자동차 판매 규모는 전년 동기에 비해 27.5% 감소했다. 지역별로 중국(-45.4%)과 유럽(-26.3%), 인도(-22.4%) 등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20년도 전체 글로벌자동차 판매시장도 전년 대비 2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이에 주요국들은 위기에 처한 자동차기업을 지원 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위기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 자율차를 위한 도로·통신 인프라 구축 둥 미래차 산업에 대비한 과감한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선제적 행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현대차그룹 “새 패러다임 생태계 구축 위한 혁신 필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보려면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를 봐야한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지난 10월 14일 취임사에서 평소 강조하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비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날 정 회장은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경험을 실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수소연료전지 기술 등 친환경 에너지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사에서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은 물론,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래 인류의 생활방식과 수요의 변화를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 또한 이전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변화와 혁신이 더욱 크게 요구되고 있다”면서 안전한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새로운 키워드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환경과 안전을 아우르는 현대차의 키워드는 수소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소경제 관련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정 회장도 취임사에서 이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환경과 미래를 위한 또 다른 도전과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여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최근 미래모빌리티 개발 조직을 새로 세우고 전기로 걷는 자동차 등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미래 모빌리티 개발 조직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미래 모빌리티 핵심분야를 구체화시키고 이끄는 연구를 진행할 것 이라고 밝혔다. 기존 자동차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나 험로 등 이동수단의 경계를 넘어서는 신개념 모빌리티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혁신 리더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 730조원 규모 도심항공교통도 미래차 산업 큰 축

단순히 ‘도로 위의 자동차’ 뿐만 아니라 미래모빌리티 전반의 폭넓은 인프라 확장을 위한 기업들의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KT와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 공동 추진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 사례다.

협약을 통해 KT는 하늘 위의 비행체와 땅 위의 다양한 이동체를 연계하는 에어그라운드모빌리티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UTM 시스템 개발·실증 등을 맡아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자동차는 UAM 기체개발과 사업화, 시험비행 추진 등을 담당한다. 현대건설은 버티포트 운영 모델 및 UAM 복합 환승센터 콘셉트 개발 등을 맡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운영, 공항셔틀 연구 등을 진행한다.

당시 KT AI·DX융합사업부문장 전홍범 부사장은 “UAM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 신성장동력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상황에서 각 분야의 대표 기관들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언급하면서 “자율주행과 모빌리티플랫폼, 드론 교통관리 시스템 등 KT 모빌리티 관련 역량과 자산을 이용해 새로운 산업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UAM사업부장 신재원 부사장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UAM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개발뿐만 아니라 인프라 및 사업 모델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하면서 "업무협약을 통해 UAM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UAM 시대를 열기 위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항공교통은 혼잡도가 높아지는 도시 교통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다. 현대차와 KT 등에 따르면, 2040년까지 앞으로 20년 동안 관련 산업 규모가 국내는 13조원, 세계로는 730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관련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로드맵과 민관합동 대규모 실증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 자율주행 등 IT소프트웨어 관련 혁신, 도로를 벗어나 하늘을 날아다닐 도심항공교통 등 세 갈래로 미래모빌리티 시장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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