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에 둘러쌓인 불리한 업황 털어내고 분위기 전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7일 하반기 이사회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신한금융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신한금융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역대 최대 분기실적을 발표하면서 쏟아졌던 우려를 털어냈다. 곤두박칠 치던 주가와 불안정한 업황으로 인한 실적 하락, 사모펀드 리스크까지 중첩돼 경쟁력이 약화됐단 외부의 시선에 '분기 누적 금융권 역대 최대실적'으로 화답했다. 위기 국면까지 뚫는 건재함으로 시장과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이킨 조용병 회장의 '뚝심'이 보여줄 연간실적에 기대감이 상승한 이유다.

28일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의 3분기 실적 리뷰에서 "위기국면에서 저력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실적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을 둘러싼 업황이 불리했던 탓이다. 신한금융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9502억원을 달성하며 외부에서 보내온 부정적 평가를 씻어냈다.

◇신한금융을 둘러쌌던 불리한 '업황' 위기 국면 정면돌파

앞서 신한금융 주가는 52주 사이 46150원까지 올랐으나 이내 21850원까지 하락하며 3등인 하나금융지주에도 밀려났다. 유상증자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2천만주의 매물을 쏟아내며 일제히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외국인 매도세의 71% 가량을 차지하며 외국인 매도세를 이끄는 주인공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지난달 4일 신한금융지주는 홍콩 소재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에 11582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시장에선 신한금융이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며 의문을 쏟아냈다. 자본규모에 비해 작은 수준의 증자를 단행한 데다 그 목적이 불투명했단 것이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7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동사(신한금융지주)의 이익 체력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엔 명분이 약해 보인다”면서 “실적과 자본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은행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7월부터 9월29일까지 주가 상승률도 -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KB금융지주는 반대로 10.6% 증가했다.

조용병 회장 또한 지난 8일 하락한 주가제고를 위해 그룹사 주요 임원진을 불러 머리를 맞대고 주가상승견인책을 발표했지만 외부에선 보내는 시선은 여전했다.

하지만 은행주들이 주식시장서 비인기 종목으로 '계륵' 취급 받는 것을 고려하면 일시적 주가하락은 결정적 흠칫내기가 될 수 없다. 신한금융을 둘러싼 불리한 업황은 주가하락만이 아니었다. 라임 사태로 인한 사모펀드 리스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운 경영환경, 경쟁사 KB금융지주의 위협까지 중첩되면서 "이번 분기엔 리딩뱅크를 KB에 내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가중된 것이다.

신한금융지주의 라임 펀드 판매규모는 신한금융투자가 3248억원, 신한은행이 2769억원이다. 이중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의해 전액배상이 결정된 무역금융펀드는 신한금융투자에서 425억원 가량이다. 분조위가 열리지 않은 신한은행의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드(CI)펀드는 50% 선지급을 결정한 상태다. 29일에는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 제재심까지 열린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펀드 수수료 감소 등으로 은행의 영업환경도 불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며 염가매수차익 1000억원을 실현하고 은행주 내에서도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으며 신한금융을 추격해왔다.

물론 KB금융지주는 3분기 실적 기준 신한금융을 앞섰다. KB금융지주는 3분기 1조16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최초의 분기 1조원을 달성했다. 신한금융은 3분기 1조1447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219억원의 근소한 차이로 2등을 기록했다.

누적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2조9502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KB금융의 1조8779억원을 723억원 앞선다. 누적 기준 금융권 역대 최대 실적으로 리딩뱅크를 수성했다.

외부에서도 2020년 리딩뱅크를 두고 바라보는 시각이 흥미진진하다. 업계에선 천 억원 미만의 근소한 차이는 뒤집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기에 '엎치락, 뒷치락'하는 풍경이다.

◇3분기 깜짝실적이 갖는 의미, 리딩뱅크 이상의 '건재함'

이번 신한금융의 우수한 실적은 단순히 리딩뱅크를 수성한 것 이상의 '위기국면에서도 건재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이로써 매도세로 돌아섰던 외국인투자자의 마음도 매수세로 돌이켰고 주가도 소폭 상승했다.

이날 신한금융의 주가는 31450원으로 전일 대비 1250원, 4.14% 상승했다. 13시30분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외국인 및 기관 동반 순매수 상위권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외국인은 67.4만주, 기관은 33.7만주를 매입했다.

시장의 평가와 전망도 긍정적이다. 서영수 연구원은 "우려와 달리 사모펀드 관련 추가 부실화 위험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3자 배정 증자 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지배구조 개편, 이에 따른 배당 성향 상향 등을 고려해 볼 때 상당부분 희석됐으며, 대형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신한지주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및 바젤3 개정안 신용 리스크부문 조기도입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은 3분기 13.1%까지 증가했다"면서 "그 동안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사모펀드 충당금에 대해서도 충분한 수준의 적립이 이뤄졌으며, 은행이익이 훼손될 정도의 문제는 발생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본래의 어닝파워를 입증했다고 바라봤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대비 선제적 충당금을 약 2200억원 적립해 논 상태며, 이자상환유예여신(원금 기준 약 3000억원)이 4대 은행 중 가장 적은 편으로 내년에 정부지원 프로그램 종료에 따른 신용리스크 부담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오렌지라이프 100% 인수, 신한금투의 증자를 통한 영업력 증가, 전반적으로 비은행 금융사에 우호적인 금융환경이 비은행 기여도를 높인다"고 전망했다.

또 "올해 선제적인 비용 집행과 이익 체력 강화로 내년 증익 가시성이 제고됐으며, 코로나 영향 하에서 동사는 비은행/해외부문 비중이 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 또한 비슷한 사유로 신한금융의 목표주가를 36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중립에서 매수로 의견을 굳혔다.

그러나 유상증자 이후 주주환원 정책과 수익성 개선 등의 숙제는 남아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충분한 주가 조정을 마친 상황에서 3분기 호실적까지 더해져 추가적인 수급 악화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본격적인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선 사측이 강조한 분기배당 등의 주주 환원정책과 수익성 개선 및 사모펀드 관련 노이즈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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