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릴레이 ‘배터리 회동’ 이례적인 총수 직접 만남
“전기차 분야 협력, 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힘 될 것”
모빌리티 시장 폭넓은 미래가치, 이재용 부회장도 관심
현기차·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폭넓은 협력 체계”
정의선 회장, 취임사에서 환경 언급하며 수소경제 강조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여덟 번째 시리즈는 휘발유를 태워 달리는 내연기관차에 관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대표가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사는 미래 배터리 개발 방향성을 논의하고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LG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과 LG, SK 등 국내 주요 기업은 배터리 관련 기술을 통해 차세대 미래차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이들과 주로 거래하는 현대차는 전기차와 더불어 수소차 분야에서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4대 그룹 CEO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관련 1:1 회동을 이어가며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정의선 현대차 회장(당시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대표가 직접 만나던 모습. 당시 이들은 미래 배터리 개발 방향성을 논의하고 협력하기로 협의했다. (LG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미래차는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뉜다. 하나는 자율주행이나 IT 등 차량의 기술과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 그리고 또 하나는 기름을 태우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기 또는 수소 등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친환경차’ 관련 분야다.

자율주행 등 기술 관련 분야에서는 이동통신 3사와 같은 IT기업이나 기타 ICT기업 참여가 많고 전기차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삼성SDI등 이른바 배터리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하면서 미래차 시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찾고 있다. 여기에 주유소를 운영하는 정유사 등도 연료변화 등 미래차 발전 방향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삼성과 LG, SK 등 국내 주요 기업은 배터리 관련 기술을 통해 차세대 미래차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이들과 주로 거래하는 현대차는 전기차와 더불어 수소차 분야에서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4대 그룹 CEO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등과 관련해 1:1 회동을 이어가며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 주요 대기업 릴레이 ‘배터리 회동’ 이례적인 총수 직접 만남

이들의 최근 행보를 짚어보자.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만났다. 재계 총수 모임 등을 제외하고 두 사람이 사업상 따로 만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정의선 회장(당시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이번 방문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한달여 후인 지난 6월에는 정의선 회장이 구광모 LG회장과 만났다. 당시 이들은 LG화학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와 LG화학은 전기차 분야에서 이미 협력관계를 맺은 사이다. 현대차 전기차에는 주로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된다. 오는 2022년 출시될 전용 플랫폼 전기차에도 LG화학이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다. 양사는 전기차·배터리 분야 핵심기술 역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공동으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을 찾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당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향후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에 대한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화학은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분야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양사간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전기차 분야 협력, 그룹 물론 한국 경제에도 힘 될 것”

미래차 배터리를 둘러싼 ‘깜짝 회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의선 회장은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등을 만났다.

당시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회장 등 양사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SK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날 정의선 회장은 “미래 배터리,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현대차그룹은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고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으로 양 그룹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이 주요 기업 총수와 직접 만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월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은 현장에서 차세대 친환경차와 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승에도 참여했다. 현장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동행했다. 이들은 삼성의 반도체와 배터리를 이끄는 주요 경영진이다.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그린포스트코리아 자료사진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회장, 구광모 LG 회장(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모빌리티 시장 폭넓은 미래가치, 이재용 부회장도 관심

국내 4대 기업 CEO들이 ‘자동차’를 둘러싸고 폭넓은 행보를 보인 이유는 모빌리티가 갖고 있는 미래가치 때문이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소비자가 이동과 엔터테인먼트 등을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아울러 친환경 미래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연료와 차량 내 소프트웨어 등을 둘러싼 여러 혁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도 미래차 관련 경영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하기 앞서, 지난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전용 생산공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부산행에 대해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전기차·자율주행차 확산, 차량용 전장부품 수요 증가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MLCC 사업을 직접 살펴보고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사업장에서는 전장 및 IT용 MLCC, 차세대 패키지 기판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삼성은 2018년 부산에 전장용 MLCC 전용 생산공장을 구축해 수요 증가에 대응해 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자동차에는 전장용 MLCC가 약 3000~1만 5000개 가량 탑재된다. 자동차의 전장화 및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관련 시장 확대에 따라 전장용 MLCC는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장용 MLCC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이 요구되며, 고온(150도 이상) 및 저온(영하 55도), 외부충격, 높은 습도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재용 이날 부회장은 이날 경영진으로부터 차세대 전자부품에 대한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AI·5G·전기차 등 신기술 확산에 따른 중장기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아울러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 현기차·SK이노 “전기차 배터리 관련 폭넓은 협력 체계”

이른바 ‘배터리 회동’ 이후 구체적인 협력 사례도 발표됐다. 현대·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8일 “리스·렌탈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 배터리 관리 서비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 관련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모빌리티-배터리사 간 협력 체계를 검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양측은 재활용에서 생산으로 이어지는 자원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소재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전기차와 배터리 재사용을 연계한 최적 설계 및 이를 통한 부가가치 최대화 등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한다. 이를 위해 양측은 ‘니로 EV’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을 수거해 검증하는 실증 협력과정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차량용으로 더 이상 사용되기 어려운 배터리를 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 재사용’ 기술과 차량 배터리로부터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금속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 부가가치와 친환경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 이를 통해 미래 전기차 시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사업의 사업성과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시 현대차는 “모빌리티-배터리사 협력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의 첫걸음을 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현기차의 전기차 경쟁력 강화는 물론 친환경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배터리 전후방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등 궁극적으로 그린뉴딜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년만에 새 회장을 맞이하고 ‘정의선 체제’ 본격 개막을 알리면서, 현대차그룹의 향후 친환경차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수소연료전지 기술 등 친환경 에너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은 정 회장이 온라인으로 취임사를 발표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의선 회장은 지난 10월 14일 취임사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환경과 미래를 위한 또 다른 도전과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여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정 회장이 온라인으로 취임사를 발표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정의선 회장, 취임사에서 환경 언급하며 수소경제 강조

수소차 분야 행보도 주목할 만 하다. 현대차는 수소차 분야에서 꾸준히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0월 14일 취임사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환경과 미래를 위한 또 다른 도전과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여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환경 관련 내용도 언급했다. 그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은 물론,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래 인류의 생활방식과 수요의 변화를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수소경제가 주요 사업 중 한 분야임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최근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총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했다.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수소전기트럭 총 40대를 스위스에 추가 수출할 예정이며, 스위스 정부는 수소 시장 활성화를 위해 스위스 각 지역에 100개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통해 비(非)자동차 부문에서도 해외시장 진출에 나섰다. 현대차는 스위스의 수소저장 기술 업체 ‘GRZ 테크놀로지스’와 유럽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해외 수출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핵심 기술 수출 승인 이후 진행된 것으로,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비 자동차 부문에 수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는 최근 미래모빌리티 개발 조직을 새로 세우고 전기로 걷는 자동차 등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미래 모빌리티 개발 조직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미래 모빌리티 핵심분야를 구체화시키고 이끄는 연구를 진행할 것 이라고 밝혔다. 기존 자동차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나 험로 등 이동수단의 경계를 넘어서는 신개념 모빌리티를 집중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규모 완성차 기업 CEO가 취임사를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친환경 에너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확장성에 대해 다시 언급한 것이어서 업계의 주목을 끈다. 여기에 국내 주요 기업 CEO들이 일제히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두고 현대차와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앞으로 친환경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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