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 빨대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을테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세 번째 도전입니다. 기자는 빨대를 가지고 다닙니다. [편집자 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의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의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커피를 하루에 딱 한잔 마신다. 대신 매일 마신다. 라떼는 안 마시고 무조건 아메리카노다. 카페에서 만나는 일정이 하루에 몇 번 겹칠 때도 있는데 커피를 이미 마셨으면 2순위는 얼그레이, 3순위는 병음료다. 기자에겐 두가지 계절이 있는데, 하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따듯한 얼그레이의 계절, 그리고 또 하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얼그레이 아이스의 계절이다.

따듯한 음료로 넘어온지 3주쯤 됐다. 그래서 지금은 주방 서랍 속 깊은 곳에 넣어뒀지만 3주 전까지 매일 가지고 다니던 물건이 있다. 플라스틱 빨대다. 엔씨소프트 게임 캐릭터가 달린 튼튼한 빨대였다. 이 빨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두 가지 좋은 점이 있었다. 하나는 빨대를 깨물고 이빨로 찢는 습관이 없어졌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쓰레기가 줄었다는 점이다.

차가운 커피나 차는 일회용 컵에 담겨 나온다. 문제는 빨대가 따라온다는거다. 텀블러를 챙기고 음료만 받으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고 테이크아웃할 경우에는 카페에 방문하는 숫자만큼 빨대가 생긴다. 코로나19 여파로 카페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지난 여름에는 특히 더 그랬다.

스타벅스가 종이빨대를 도입했지만 세상에 카페가 ‘스벅’만 있는 건 아니다. 스파게티처럼 삶아먹을수도 있는 식용빨대가 출시됐지만 굳이 빨대를 삶아먹는건 내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빨대가 자꾸 쌓였다. 지난 2월, 소비자들이 매일유업을 상대로 빨대 반납운동을 진행했고 매일유업 CCO가 문제를 제기한 고갞에게 손편지를 보내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으며 빨대 제공 방식 변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기자도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기자가 시도한 해법은 간단했다. 다회용 빨대를 구입하는 것. 이미 세상에는 여러 소재의 빨대가 있다. 버려져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빨대도 있고, 계속 쓸 수 있으니 버리지 말라고 권하는 빨대도 있다. 기자는 편하게 디자인만 보고 골랐다. 플라스틱 빨대다.

기자가 지난 여름 사용한 다회용 빨대.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스푼즈 캐릭터샵에서 구입했다. (이한 기자 2020.10.22)/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가 지난 여름 사용한 다회용 빨대.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스푼즈 캐릭터샵에서 구입했다. (이한 기자 2020.10.22)/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적인 시도와 플라스틱은 서로 맞지 않는 관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버리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소재가 튼튼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면 플라스틱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고민한 지점은 있다. 일회용컵 쓰지 않겠다고 텀블러를 사모으다 결국 텀블러 수십개를 소장하고 제대로 쓰지는 않았던 경험이 있어서다. 다회용품이 일회용품을 효과적으로 대체하려면 계속 사용해야 ‘환경 손익분기’가 맞는다. 그러면 빨대 역시 하나만 구입해 계속 써야했다. 사고싶은 디자인이 많았으나 딱 하나만 고른 건 그런 이유에서다.

지난 여름 내내 하루 한 번에서 최대 두 번, 다회용 빨대를 썼다. 다이소에서 빨대 세척 솔도 샀다. 건더기가 들어있는 음료 대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차가운 얼그레이만 마셨으므로 매번 실시간으로 닦으면 굳이 세재를 쓰지 않아도 찌든때는 끼지 않았다.

빨대를 가방에 넣어 다니면 먼지가 스며들까 염려가 됐다. 빨대를 넣을만한 케이스를 사려고 검색하다 그건 그만뒀다. 적당한 크기의 플라스틱 케이스까지 사면 그때부터는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손익분기를 넘길 것 같아서다. 그래서 키친타올이나 손수건으로 잘 말아 가지고 다녔다.

다만, 생각보다 사용빈도가 높지 않았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입대고 마신 경우가 많아서다. 빨대를 빼먹고 텀블러도 없는 날이 있었는데, 일회용 컵에 입을 대고 마셔도 살짝 불편하긴 했으나 큰 문제는 없었다. 결국, 지난 여름 내내 일회용빨대 없이 다회용 빨대(그리고 텀블러)만으로 버텼다.

아직도 긴가민가 하는 부분은 있다. 버려지는 빨대가 지구에 미칠 영향과, 음료 묻은 빨대를 씻을 때 사용한 물이 지구에 미칠 영향 중 뭐가 더 나쁜지 정확히는 몰라서다. 세척솔을 언젠가 하나 더 살거고, 빨대도 교체시키가 올 것이며, 먼지끼는게 두려워 케이스를 사야할 수도 있다. 여기저기서 받아놓고 쓰지 않는 일회용 빨대를 모두 발굴해 그걸 돌려가며 쓰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다만, ‘제로웨이스트 도전’은 환경적인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불편하더라도 작은 노력들을 해보자는 취지다. 그러므로 ‘뜨아’의 계절이 가고 다시 ‘아아’의 계절이 와도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꺼내 닦을 계획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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