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發’ 경기충격에 따른 2021년도 은행권 리스크 시나리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고했다. (픽사베이 제공) 2018.6.8/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은행이 코로나19發 여신증가로 인한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충격이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선다고 예상할 때 국내 모든 은행이 건전성에 치명상을 입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3일 나이스신용평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코로나19 경기충격이 지난 2008년 발생했던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서면 일반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NPL)과 BIS자본비율이 각각 1.3%p, 0.6%p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여신은 건전성 분류 기준에 따라 자산건전성이 가장 양호한 ‘정상’부터 ‘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손실’ 5단계로 나뉘는데 고정이하여신은 연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말한다. BIS자본비율은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국제결제은행)가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로 최소 8%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하고 있다. 은행이 거래기업의 도산으로 부실채권이 갑자기 늘어나 경영위험에 빠져들게 될 경우 최소 8% 정도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테스트 결과 경기충격이 금융위기 수준을 능가할 경우 SC제일은행을 제외한 일반은행 모두 고정이하여신비율 요소등급이 하향 조정되며, 경남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BIS자본비율 요소등급도 하향 조정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신한·하나·우리·경남·부산·대구은행에선 연체리스크에 따른 충당금도 전년도 순이익의 50%를 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8%로 △국민은행 0.37% △신한은행 0.45% △하나은행 0.39% △우리은행 0.4% △SC제일은행 0.34% △씨티은행 0.74% △부산은행 0.87% △경남은행 0.96%  △대구은행 0.73% △광주은행 0.49% △전북은행 0.64%를 기록했다.

만일 코로나19 경기충격에 따른 연체증가로 충당금이 전년도 순이익의 50%까지 확대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국민은행 1.7% △신한은행 1.8% △하나은행 1.6% △우리은행 1.5% △SC은행 0.9% △씨티은행 1.3% △부산은행 2.9% △경남은행 3.2% △대구은행 2.8% △광주은행 1.6% △전북은행 1.6%까지 상승한다.

실제 올 상반기 시중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SC제일·씨티은행)의 총여신 증가폭은 5.5%로 지난해 증가폭인 5%를 초과했다. 반년 만에 일 년치 증가폭을 상회한 것이다. 물론, 총여신 증가폭이 부실여신 증가수치를 가리키진 않는다. 지난 8월말 국내은행 연체율도 0.38%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문제는, 집계에 부실여신의 수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총여신규모는 확대되는데 반해 부실여신 성장은 숫자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가계와 기업이 어려워진 만큼 총여신 성장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만일 만기연장 된 금융지원 대출 55조원이 모두 요주의여신으로 분류될 경우 시중은행의 평균 요주의여신 비율은 0.9%에서 1.4%로 상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요주의여신은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으로 연체돼,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존재하는 채권을 말한다. 

지난 2월 27일부터 8월 28일까지 시중은행에서 집행한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출 실적은 54조7천억원이다. 지난 9월말이 만기였으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 3월 말로 만기 연장됐다. 요주의여신이나,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될 일부 부실여신이 정상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당 여신이 통상적으로 대출 상환여력이 하락한 차주에게 실행됐다면 내년 3월 만기연장이 끝나면 건전성지표가 급격히 악화 될 수 있다.

이에 따른 여신건전성 리스크는 시중은행보단 중소기업 여신 수요가 큰 지방은행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실제 6월말 코로나19 취약업종 여신비율은 △일반은행 32.2% △시중은행 31.7% △지방은행 34.8%로 집계됐다. 

지방은행 가운데서도 △경남은행 44.1% △대구은행 38.9% △부산은행 33.9% 순으로 비중이 컸다. 이들 지방은행은 코로나19 초기 확산으로 인한 지역대출이 늘어난 데다, 지역경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은행의 펀더멘탈이 단단한 것을 고려할 때 여신건전성이 하락해도 타격은 우려하는 것보다 크진 않을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다만, 자본적정성의 경우 현재 보유중인 자본완충력을 감안하면 기업여신 건전성이 저하돼도 그 영향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신용공급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수준의 거시경제 충격이 가해진다고 예상할 때, 해외의존도가 낮고 경험이 쌓인 만큼 과거보다 체력이 강해졌다”면서 “타격은 받겠지만 예상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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