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라이벌 열전 ⑥] 동반자? 경쟁자? ICT 놓고 따로 또 같이 뛰는 이동통신 3사
[재계 라이벌 열전 ⑥] 동반자? 경쟁자? ICT 놓고 따로 또 같이 뛰는 이동통신 3사
  • 이한 기자
  • 승인 2020.10.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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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LG유플러스, ICT시장 치열한 경쟁 때론 협업
5G콘텐츠 사업 적극 확대 나선 SKT
AI컴퍼니 전환, 인공지능 광폭 행보 KT
통신 기술로 사업범위 확대하는 LG유플러스

‘엘 클라시코’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펼치는 매치를 뜻합니다. 두 팀은 전통의 명문 구단이자 오랜 라이벌로 통해서 이 매치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합니다. 경기 내용은 매우 치열하고 때로는 그라운드에서 거친 행동이 오가기도 합니다.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라는 뜻입니다. 치열하게 다투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도 펼치는 사이겠지요. 얄궃은 운명 때문에 누군가는 1등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나 자질을 갖추고도 늘 2등에 머물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기 싫은 상대’를 표현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재계에도 라이벌이 있습니다.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거나, 서로 비슷한 상황 또는 처지에 놓여서 늘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 역시 ‘엘 클라시코’에 나선 선수들처럼 어떻게든 상대를 꺾기 위해 치열하게 다툽니다.

재계의 라이벌들은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를 쌓았을까요. 그들은 지금 어느 분야를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에는 관계가 어떻게 변할까요. 국내 재계 대표 라이벌들의 사연과 치열했던 다툼을 소개합니다. 여섯 번째는 폭넓은 ICT 기술과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이동통신3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입니다. [편집자 주]

누구나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고 어디서든 누군가와 통신이 연결되어야 한다. 이동통신 3사는 이 넓은 시장을 두고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치열하게 경쟁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누구나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고 어디서든 누군가와 통신이 연결되어야 한다. 이동통신 3사는 이 넓은 시장을 두고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치열하게 경쟁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대한민국 소비자는 대부분 이동통신 3사 중 한 곳의 고객이다. 누구나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고 어디서든 누군가와 통신이 연결되어야 한다. 앞으로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든, 아니면 바닷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든 사람이 가는 곳이면 무조건 통신도 함께 가야 한다. 이동통신 3사는 이 넓은 시장을 두고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치열하게 경쟁한다.

지난 8월 갤럭시노트20이 출시될 때 SK텔레콤은 블루, KT에서 레드, LG유플러스에서 미스틱 핑크를 각각 단독 출시했다. 제휴 할인이나 사은품 행사 등은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이동통신 3사는 자사에서만 출시하는 색을 가지고 ‘컬러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은 애플의 첫 5G스마트폰 아이폰12를 둘러싸고도 치열하다. 23일부터 시작되는 사전예약에 맞춰 3사가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가입자 잡기 경쟁에 나선 탓이다. 쿠팡 등 e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도 예상되는 가운데, 3사는 새벽 배송(SKT), 1시간 배송(KT), 지마켓·마켓컬리 등 제휴팩(LG유플러스) 등을 내세워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인다. 피할 수 없는 샅바싸움이다. 그런데, 이 경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 국내 이동통신3사 경쟁의 오랜 역사

통신 서비스는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TV와 인터넷을 포함한 여러 정보통신 기술에 이동통신3사 기술이 필요하다. 과거 ‘삐삐’로 불리던 무선호출기 시절에도,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결합되기 이전 시대의 1세대 ‘핸드폰’ 시절에도 이동통신은 여러 곳에서 치열한 행보를 보여왔다.

19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 주식회사가 설립됐다. 이 회사는 한국전기통신공사로부터 무선호출 업무인수를 받았고 이듬해 월 5만원의 차량 전화 단말기 임대제를 실시했다. 88년 5월에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1994년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 최대주주가 됐고 1997년에는 디지털011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회사가 지금의 SK텔레콤이다.

한국전기통신공사는 1981년 설립됐다. 이 회사는 1984년 광화문 통신센터 건물을 준공했으며 공중통신사업자로 지정되면서 국제전화신용카드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다양한 통신 관련 서비스를 출시해왔다. 1997년 PCS 상용서비스를 개시하고 2002년에는 한일 해저광케이블과 해저초고속통신망을 개통, 구축했다. 이 회사가 지금의 KT다.

1982년 데이터 사업 육성정책으로 한국데이타통신이 설립됐고 이 회사는 데이콤으로 사명을 바꾼 다음 2000년 LG그룹에 편입해 민영화됐다. 1996년에는 LG텔레콤이 설립됐고 이 회사는 이듬해 이동전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019 식별변호를 받았다. LG텔레콤과 LG데이콤, 그리고 여기에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해 설립된 LG파워컴이 모여 LG유플러스가 됐다.

SK텔레콤과 KT, 그리고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가 하면 AI와 미래 ICT기술 측면에서는 경쟁자인 한편 동반자이기도 하다.
SK텔레콤과 KT, 그리고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가 하면 AI와 미래 ICT기술 측면에서는 경쟁자인 한편 동반자이기도 하다.

◇ ICT시장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 때로는 협업

‘전화가 잘 안 터지던’ 시절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했던 Z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얘기다. 어쩌면 ‘와이파이 신호가 약하다’거나 ‘일시적인 장애로 통신오류가 발생했다’는 얘기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40대 이상, 그러니까 과거 ‘X세대’ 이전 소비자라면 ‘안테나’가 뜨지 않아 전화를 걸거나 받지 못하던 기억이 날 터다.

기자는 1998년에 019 휴대전화를 썼다. 지하로 내려가면 전화가 잘 안 터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통신사들이 ‘앞번호’를 가지고 마케팅을 했다. 통신사들은 ‘스피드011’ ‘파워017’ ‘원샷018’ 같은 카피를 만들어 전화 연결이 잘 된다고 홍보했다. 외국 출신 방송인이 정겨운 사투리로 ‘걸면 걸리니까 걸리버지예’라는 광고도 찍었다. 휴대전화 이름이 ‘걸리버’였고, 전화가 잘 걸린다는게 셀링 포인트이던 시절이다.

경쟁이 너무 치열했을까. 당시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통화 품질이나 소비자들을 위한 여러 서비스 대신 앞번호 마케팅에만 몰두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010번호통합 정책을 내놓았다. 식별번호를 가지고 경쟁하는 대신 본질적인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였다. 번호통합 정책에 대한 여전한 논란과 별개로, 통신사들이 과거부터 치열한 가입자 경쟁을 벌여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들은 여전히 따로 또 같이 뛴다. 이동통신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가 하면 AI와 미래 ICT기술 측면에서는 경쟁자인 한편 동반자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이라는 필수품을 두고 가입자 경쟁을 치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KT와 LG유플러스가 ‘AI원팀’으로 함께 협력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인다.

SKT 박정호 사장이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열린 ‘비대면타운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회사 혁신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T 박정호 사장이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열린 ‘비대면타운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회사 혁신 방향에 대해 토론하던 당시의 모습. (SK텔레콤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5G콘텐츠 사업 적극 확대 나선 SKT

사실 스마트폰 가입자 비율로만 보면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비슷한 점유율을 가진 라이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입자가 더 많고 적은 이통사가 있고 그런 경향이 비교적 꾸준히 이어져와서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이 스마트폰 가입자만 가지고 이뤄지는 건 아니다. 3사의 경쟁은 5G 서비스와 AR·VR 등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가지고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소식들을 보자. SK텔레콤은 지난 10월 20일 혼합현실제작소 점프 스튜디오를 T타워로 확장 이전하고 5G콘텐츠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점프스튜디오는 마이크로소프트 볼류메트릭 기술을 기반으로 106대의 카메라를 통해 초당 60프레임 촬영을 하고 고화질 3D 홀로그램을 생성한다. 이 콘텐츠는 여러 기기에서 점프 AR·VR 앱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점프 AR·VR 서비스 글로벌 진출EH 본격 추진한다. 해외 기업에 일회성으로 콘텐츠를 수출하는 대신, 각국 대표 ICT 기업과 손잡고 ‘점프’ 브랜드 그대로 현지 시장에 출시하는 방식이다. 마케팅, 콘텐츠 제작 투자 등도 함께 수반된다. 첫 해외 출시국은 홍콩으로 알려졌다. 홍콩 1위 통신기업 PCCW그룹과 사업협력 계약을 통해 점프 AR·VR 서비스 현지 마케팅 협력, 5G 콘텐츠 공동 제작 및 투자 등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3년부터 ‘버추얼 소셜 월드’ 구현을 목표로 자체 AR·VR 기술 플랫폼 T 리얼 플랫폼을 기반으로 멀티 텍스처 렌더링, 초저지연 실시간 동기화, 아바타 프레임워크 등 다양한 독자 기술을 개발해 왔다. 올해에만 AR·VR 관련 기술 특허를 44건 등록해 총 140여건의 특허를 확보하는 등 기술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 구현모 대표가 1일 저녁(한국시간) ‘GTI 서밋 2020’에서 ‘5G 현주소와 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KT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KT 구현모 대표가 ‘GTI 서밋 2020’에서 ‘5G 현주소와 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던 당시의 모습. (KT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AI컴퍼니, 인공지능 광폭 행보 KT

‘AI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한 바 있는 KT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KT는 지난 10월 16일, 의료정보 솔루션 전문 기업 헬스허브와 손 잡고 클라우드·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KT는 의료영상 플랫폼을 KT 클라우드로 안전하고 빠르게 제공하고, AI를 결합한 의료영상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여 국내외 공동 사업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KT는 서울아산병원, GC녹십자헬스케어, 엔젠바이오 등 헬스케어 전문 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14일에는 네트워크 AI와 기가트윈, 로보오퍼레이터, 머신닥터 등 4대 AI엔진을 공개하고 통신·제조·교통·물류 등 산업용 AI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KT는 “4대 AI 엔진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인공지능 TV, 스피커, 음성인식으로 익숙한 AI 기술을 이제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해 산업 전반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KT는 고객이 문제를 확인하고 고객센터에 신고하지 않아도 AI가 먼저 확인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가진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네트워크 AI 엔진을 개발했다. 네트워크 AI 엔진은 요약된 문구·문장으로 되어 있는 수만 가지의 장비 경보 패턴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학습했다. 정상 상태와 학습한 데이터가 얼마나 유사한지 비교하는 방식으로 인간 수준의 장애 예측 및 복구를 위한 조치사항을 도출해내는 방식이다.

당시 KT 융합기술원장 홍경표 전무는 “KT는 음성인식 등의 인터페이스 AI 기술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 특화된 융합 AI 엔진과 산업 별 데이터 자원 및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AI기술력을 발판으로 통신·비통신 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플랫폼 시장의 혁신을 이끌겠다”라고 말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17일 오전 용산사옥에서 열린 2분기 사내 성과 공유회에서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5G에서 일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LG유플러스 제공) 2019.7.17/그린포스트코리아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해 2분기 사내 성과 공유회에서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5G에서 일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던 당시의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5G통신 기술로 사업범위 확대 나서는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지난 8일 만도와 함께 5G 실외 자율주행 로봇사업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MEC(모바일엣지컴퓨팅) 기술로 5G 로봇 고도화에 나선다는 취지다. LG유플러스는 로봇과 5G·MEC 인프라를 연동하고 초저지연 영상관제 솔루션을 구축하며,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 컴퓨팅과 실외 자율주행 로봇 기술 실증 등에서 폭넓게 만도와 협력한다.

클라우드 기반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데이터 처리 및 관제 시스템을 클라우드 상에서 운영해, 비용 및 운영 효율은 물론 성능까지 높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당시 “MEC 인프라를 활용하게 되면, 로봇의 서비스 지역과 가까운 곳에 데이터센터를 설치, 데이터 전송 구간을 줄여 초저지연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실외 자율주행 로봇의 정밀한 주행과, 위급 상황시 실시간 원격제어의 반응 속도 등이 향상된다”고 밝혔다.

MEC 인프라에서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에서 운영할 수 있다. 영상인식이나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고사양 컴퓨팅 자원이 요구되는 기능을 클라우드 상에서 처리하게 되어, 하드웨어 제약 없이 로봇의 필요한 기능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당시 LG유플러스 기업신사업그룹장 조원석 전무는 “MEC 기술을 활용하면 자율주행 로봇의 핵심인 ‘초저지연’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영상분석 등 고사양의 기능도 저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5G 통신과 MEC 기술로 로봇의 활용 범위와 사업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최근 우버와의 협업 소식이 전해진 날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KT구현모 사장은 GTI 서밋 2020에서 “모바일 통신의 중심축이 이동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5G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하현회 대표이사는 회사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5G 시대를 맞아 고객의 일상을 바꾸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면서 “LG유플러스는 남이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가려한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3사는 앞으로도 5G와 미래기술 전반 분야에 걸쳐 폭넓은 행보를 보이며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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