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버리는 건 훌륭하지만, '적당히' 버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열 다섯째 사진은 정해진 규격을 훌쩍 넘긴 채 버려진 폐기물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재활용이 안되거나 위탁 처리가 어려운 '특수한'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봉투. 폐기물을 담는 '적정선'을 훌쩍 넘겼고, 누군가 그 위에 플라스틱 음료통도 버렸다. (이한 기자 2020.10.12)/그린포스트코리아
재활용이 안되거나 위탁 처리가 어려운 '특수한'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봉투. 폐기물을 담는 '적정선'을 훌쩍 넘겼고, 누군가 그 위에 플라스틱 음료통도 버렸다. (이한 기자 2020.10.1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깨진 그릇이나 도자기처럼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폐기물’을 버리려면 전용봉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상당수가 소각되므로 불에 타지 않는 것들은 따로 모으자는 취지다. 그걸 버리려면 특수규격마대가 필요하다. 특수규격봉투 또는 불연성종량제봉투, 불연성폐기물봉투라고도 부른다. ‘불연성폐기물 전용마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마대나 봉투는 파는 곳이 많지 않다. 그래서 처리하기가 귀찮고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규격봉투를 구해 폐기물을 담아 배출한 건 매우 잘 한 일이다. ‘특급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쓰레기는 이 부분까지만 담으라’는 안내선이 있는데 그걸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어디에 담아 버리든, 그걸 운반해서 처리하는 건 결국 ‘사람’이 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청소노동자(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재해자는 1,822명이다. 그 중 15%가 쓰레기를 차량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어깨나 허리를 다쳤다. 교통사고(12%)로 다치는 경우보다 더 많은 사례다. 100리터 봉투에 내용물까지 무거운 것이 담겨 있으면 혼자 옮기기 어려운데, 빠른 시간안에 처리하느라 급하게 움직이다 보면 다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종량제 봉투 최대용량을 기존 100리터에서 75리터로 하향 조정했다.

일반 폐기물보다 상대적으로 처리가 어려운 폐기물은 대개 무겁거나 부피가 크다. 그걸 너무 꽉꽉 눌러 담으면 ‘자원순환’의 최일선에서 수고로움을 마다않는 청소노동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쓰레기는 폐기물 봉투에서 정해진 부분까지만 담자. ‘선을 넘지 말자’는 얘기다. 컵라면에 물을 부을 때만 그렇게 하지 말고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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