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인텔 NAND 사업부 인수
D램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도 강화
SK하이닉스 사업 영역 확대, D램 회복 효과도 기대
K-반도체 지배력 강화...국내 경제 전반 이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관련 광폭 행보

SK하이닉스는 AI를 활용한 난제 해결에 나서는 한편 반도체 분야 인력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하이닉스가 인텔 NAND(이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K-반도체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강세를 보여왔던 D램에 이어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았던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기대다. (SK하이닉스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SK하이닉스가 인텔 NAND(이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K-반도체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강세를 보여왔던 D램에 이어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았던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기대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부담할 인수금액 10조원에 대해서도 “적정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일 공시와 보도자료를 통해 “인텔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인수하고, 양사는 한국 시간 20일 양도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낸드 SSD, 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팹 등이며, 인수 총액은 90억 달러다.

한경 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메모리에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플래쉬메모리 일종이다. 시스템반도체가 데이터를 우선 인식하거나 연산하면, 단기 저장장치 D램을 거쳐 낸드플래시에 저장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26일, 자사 뉴스룸 사이트에 낸드 관련 콘텐츠를 게재하면서 “D램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지만,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글로벌 낸드 5위권’, 이것이 SK하이닉스 안팎의 냉정한 평가다”라고 언급했다. 해당 콘텐츠는 SK하이닉스 낸드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전망한 내용이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최근 수년 동안 낸드 분야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인수 역시 그런 행보로 읽힌다.

◇ “D램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도 강화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낸드 SSD 기술력과 QLC 낸드플래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시장 점유율이 늘고 전통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함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의 현재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관련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을 함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1일자 보고서에서 ‘DRAMeXchange’ 발표자료를 인용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2%, 웨스턴디지털 15%, 마이크론 11%, 인텔 11%, SK하이닉스 11%”라고 전하면서 “각 사의 점유율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인텔과 SK하이닉스의 합산 점유율은 20%를 상회한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점유율이 기존 5위에서 최상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공시에 따르면 인텔 낸드 플래시 사업 매출은 2019년 기준으로 4.7조 원이다. 하나금투는 보고서에서 “플래시 시장 규모가 50조 원 내외이므로 인텔의 매출 기준 점유율이 11%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시장 점유율을 매출이 아니라 생산능력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가 생산능력 대비 큰 매출을 기록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SK하이닉스가 인텔과 합산한 현 시점의 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낸드 분야에 꾸준히 공을 들여 온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함께 K-반도체, 그리고 K-메모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과거 낸드 컨트롤러와 펌웨어 기술 등을 강화하기 미국과 대만의 컨트롤러 기업과 사업부 등을 인수한 바 있다.

◇ SK하이닉스 사업 영역 확대, D램 산업 회복 효과도 기대

SK하이닉스의 사업 영역이 늘어나고, 낸드 산업의 인수합병이 결과적으로 D램 산업의 회복과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증권 이수빈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3D 낸드 매출 중 약 60%가 모바일인 것에 비해, 인텔은 SSD가 대부분”이라고 언급하면서 “글로벌 SSD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27%, 중국 SSD 시장에서는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중국 SSD 거래선(노트북 OEM 및 클라우드사)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향후 중국 클라우드 설비투자 증가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해당 인수를 통해 약점으로 지적받던 낸드 경쟁력을 강화했다”면서 “산업 큰 그림으로 시각을 옮겨보면, 낸드 산업 내 인수합병은 역설적으로 D램 산업 회복에 도움을 줄 전망”이라고 내다보았다. “해당 양수도로 인해 SK하이닉스는 보수적인 현금흐름을 집행하며 D램 투자가 억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D램 판가 반등을 조속히 모색해야 하는 유인이 발생한 만큼, 모바일 수요 회복 등을 활용해 4분기 중 업황 반전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았다. 그러면서 “현금흐름의 부담 및 낸드 시장의 현존하는 불확실성을 감안 하면 동사의 SSD 및 서버 향 경쟁력 확보라는 중장기 개선요인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경쟁사들에게 상대적 관점에서 더욱 긍정적 이벤트로 평가된다”는 견해도 함께 내놓았다.

이천 SK하이닉스 사업장의 모습 (SK하이닉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천 SK하이닉스 사업장. (SK하이닉스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현금 10조 “적정 수준”...장기 수익성 개선 전망

SK하이닉스가 밝힌 인수총액은 90억 달러다. 10월 21일 16시 현재 매매기준율(1,132.80원) 기준으로 한화 약 10조 1592억원이다. 이 돈은 현금으로 지급하며 2021년 말로 예상되는 1차 시점에 70억 달러, 2025년 3월에 20억 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일 공시를 통해 “보유현금과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인수를 위해서는 10조 규모의 대규모 현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적정 수준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물론 큰 액수여서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공존한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인텔 낸드 사업부 2020년 상반기 매출이 약 28억 달러, 영업이익이 약 6억 달러에 중국 다롄 웨이퍼 생산능력이 월 82K 규모”라고 전제하면서, “80K/월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10조원의 투자비는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므로 인수금액은 적정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화투자증권 이순학 연구원은 “10조원이라는 현금은 SK하이닉스에게도 부담되는 수준이므로 단기적으로 주가 조정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당분간 설비투자는 보수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보았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고, 디램 업황이 내년 초부터 개선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주가 조정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 K-반도체 지배력 강화...국내 경제 전반 이끈다

반도체는 코로나19 충격 속에서 국내 산업과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축이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9월 말 기준 19.8%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13조 5000억원 감소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법인세 납부액은 총 2조 6000억 규모로 작년보다 8000억 늘었다.

반도체는 수출 시장에서도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다. 관세청이 21일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금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12.1%가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언택트 경향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국내외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연합뉴스와 해럴드경제 등이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발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을 더하면 72%를 넘는다. 여기에 인텔의 현재 시장 점유율을 포함한 양사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56%를 넘는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에서 양사가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셈이다.

K-반도체의 강한 지배력은 고용 등 국내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조성하고 있는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는 50개 이상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이 입주하며 삼성전자가 평택과 수원, 화성 등에 구축한 라인에는 대규모 시설 투자와 인력 양성, 기술 개발 등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관련 광폭 행보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관련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세운다. 올해 2월 EUV 전용 화성 'V1 라인'을 가동한데 이어 평택까지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며 모바일, HPC(하이퍼포먼스 컴퓨팅), 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해당 투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관련 후속 조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한 이후, 2020년 V1 라인을 통해 초미세 공정 생산 규모를 지속 확대해 왔다. 여기에 2021년 평택 라인이 가동되면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6일,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초고속, 고용량 제품으로 프리미엄 서버 시장에서 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송 속도가 이전 세대인 DDR4 대비 4,800~5,600Mbps로 최대 1.8배 빨라졌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DDR5의 수요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해 2022년에는 전체 D램 시장의 10%, 2024년에는 43%로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D램은 10나노급 2세대(1Y) 모바일 D램의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지속 개선하고, 채용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LPDDR5 제품도 적기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낸드플래시는 모바일과 게임 콘솔 수요에 대응하고 고객 다변화를 통해 서버향사업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 이석희 CEO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와 관련, “낸드플래시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 오던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SK하이닉스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 대응, 낸드 분야에서도 D램 못지 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구조를 최적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세계최초로 출시한 2세대 10나노급(1ynm) DDR5 D램. (SK하이닉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2세대 10나노급(1ynm) DDR5 D램. (SK하이닉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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