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래차 시장 전망 낙관적...국내 상황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박차, 전기차 충전소는 부족
미래차, 소비자 충전 접근성과 편의성 제고 확대가 숙제
“차량용 전기도 화력에서 얻어...급격한 시장 변화 어렵다”
전기차 폐배터리 문제도 숙제...넘을 산 아직 많아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여덟 번째 시리즈는 휘발유를 태워 달리는 내연기관차에 관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친환경 미래차 보급을 늘리려는 정책이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앞으로는 주유소가 모두 사라지고 차들은 모두 기름을 넣는 대신 배터리를 충전해서 달릴까? 그러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친환경 미래차 보급을 늘리려는 정책이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앞으로는 주유소가 모두 사라지고 차들은 모두 기름을 넣는 대신 배터리를 충전해서 달릴까? 그러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친환경 미래차 보급을 늘리려는 정책이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앞으로는 주유소가 모두 사라지고 차들은 모두 기름을 넣는 대신 배터리를 충전해서 달릴까? 그러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미래차 보급 노력은 국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소식들을 보자. 환경부는 10월 16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조명래 장관 주재로 그린뉴딜 발표 100일을 맞아 그간 추진 실적을 점검하는 '제4차 그린뉴딜 전략대화' 회의를 갖고 미래차 보급현황을 공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4만4368대, 수소차 4421대가 보급됐다. 환경부는 주민 수용성 문제, 운영 수익성 문제 등으로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 수소충전소에 대해서는 현장지원반 운영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0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전략회의에서 전기차 1대당 지원되는 50% 수준의 도비 보조금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침체와 전기차 예산 삭감으로 전기차 보급이 상당히 열악한 상황인데 반해 환경부 전기차 예산 상당액이 불용될 예정”이라고 말하며 이같이 건의했다. 제주도는 지난 6월 말 기준 전기차 점유율 5%를 달성했다. 올해 9월 현재 제주도내 실제 운행차량 39만 3458대 중 전기차는 2만 1107대로 5.36% 비중이다.

수원시는 지난 10월 8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전기자동차 147대를 민간에 추가 보급하고,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전기 화물차 68대, 전기 이륜차 79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공고일인 10월 6일 기준 전기 화물차는 6개월, 전기 이륜차는 1개월 이상 수원시에 주소를 둔 만 18세 이상 시민과 기업·법인·공공기관 등이다.

◇ 글로벌 미래차 시장 전망 낙관적...국내 상황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 게시판에 ‘전기차’를 검색하면 48만건 이상의 기사가 검색된다. 수소차 키워드로는 7만여건, 친환경차 키워드로도 22만건, 미래 모빌리티 키워드로는 8만여건 이상이 검색된다. 중복 검색된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친환경 미래차를 둘러싼 최근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면 자동차 업계가 정말로 전기차 등 미래차 관련 산업이 이미 호황을 이루고 있을까? 그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 관련 산업의 규모와 전망이 실제로 어떤지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나씩 살펴보자.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전기차 시장 글로벌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30대 전기차 제조업체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현대·기아자동차 1개다. 세계 시장 판매 점유율은 5.4%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30대 전기차 제조업체는 중국 기업(판매 점유율 43.2%)이 18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21.6%)과 독일(15.4%)이 각각 3개, 프랑스와 일본이 각각 2개, 한국과 인도가 1개씩이다.

한국은 전기차 시장 규모도 주요국에 비해 크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 세계 판매량의 1.6%로 11위 규모다. 중국이 세계 판매량의 52.9%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미국(14.3%)과 독일(4.8%), 노르웨이(3.5%) 등이 뒤를 이었다. 내수시장과 자동차 산업 규모 등을 고려하면 적다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시장 규모가 눈에 띄는 수준이라고 보기도 아직은 어렵다.

물론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 대한 전망은 대체적으로 낙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판매대수 기준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 등으로 주요국들이 2025~2030년 사이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에 따라 203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차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진은 대구광역시 두류공원 전기차 충전소. 한국전력은 지난해 12월 말 총 8029기의 충전기를 구축하는 등 친환경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려면 충전 인프라가 함께 늘어야 한다. 사진은 대구광역시 두류공원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는 관계없음. (한국전력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환경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박차”...전기차 충전은?

정부와 산업계도 이와 관련한 준비는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2024년까지 노후 경유차량을 제로화하고 전기차와 수소차를 확대하는 등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된 지난 7월,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를 113만대 보급하고, 충전 기반시설은 4.5만기를 확충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 보조금 지원시한도 연기되며, 세제 혜택 연장과 충전요금 부과체계 개선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개인·공용 충전기 수는 2017년 말 59.7기까지 늘어난 뒤 올해 8월 기준 50.1기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2015년 35.2기에서 2016년 44.5기, 2017년 59.7기로 증가했지만 지난 2018년 55.6기에 이어 지난해인 2019년에는 51.2기로 감소하고 있다. 어지간한 동네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주유소처럼, 전기차 충전시설도 도로 곳곳에 마련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 미래차, 소비자 충전 접근성과 편의성 제고 확대가 숙제

공통적인 문제는 아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가 150기 이상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연구원이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를 분석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영국이 318.5기, 독일은 230.4기, 미국 185.3기, 일본 153.1기 등이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전기차 충전 관련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아파트 단지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말 현재 전국 전기차 충전소 2만 3548기 중 6355기가 아파트단지에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인구총조사에 따른 아파트(약 1128만 세대) 기준으로 환산하면, 1000세대 단지에 0.56기의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됐다는 의미다. 전기차 보급대수를 고려하면 충전소를 무턱대고 늘릴 수도 없는 문제고, 충전소가 부족한데 전기차 보급만 속도감을 높이기도 어렵다.

실제로 최근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다 포기했다는 한 소비자는 “2000년대 초반, DVD 시장을 둘러싸고 ‘하드웨어 보급이 더디다’는 시선과 ‘소프트웨어 보급이 먼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논의가 매번 반복되던 적이 있는데, 전기차와 충전소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그때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차량과 충전소 보급이 함께 속도감을 내기 어려운 최근의 상황을 지적한 목소리다. 반면, 전기차 보급이 아직 대대적으로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충전시설을 대폭 늘리는 것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대안은 시도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전기차 이용자의 충전 접근성과 편의성 제고를 위해 10월부터 전국 주유소 중 60곳을 대상으로 전기차 공공급속충전시설 설치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설치 주유소 60곳은 지난 7월 한국환경공단이 한국주유소협회 소속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및 현장조사 등을 통해 선정됐다.

환경공단은 기존 정부, 지자체 등의 공공부지에 전기차 공공급속충전시설을 설치해왔으나,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전기자동차 이용자의 충전 여건을 개선하고 충전 접근성을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미래의 충전소는 현재의 주유소와 완전히 다른 형태의 문화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선도 있다. '전기차 충전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점을 고려해 충전 문화가 바뀔 수 있고, 수소충전소는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소형화 충전소를 개발하는 게 좋다'는 견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미래의 충전소는 현재의 주유소와 완전히 다른 형태의 문화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선도 있다. '전기차 충전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점을 고려해 충전 문화가 바뀔 수 있고, 수소충전소는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소형화 충전소를 개발하는 게 좋다'는 견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차량용 전기도 화력에서 얻어...급격한 시장 변화 어렵다”

고속충전기 보급이 생각만큼 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지난 8월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급속충전기 하나가 사용되는 전력량이 보통 5층짜리 모텔 전체 전력량과 맞먹는다”고 지적하면서 “급속충전기를 생각할때 집에서 사용하는 플러그처럼 전선만 연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한전 통해 수전공사를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기차가 지금보다 10~20% 늘어나면 지금처럼 급속충전기를 계속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이 교수는 ‘미래차 시장 확대로 인한 주유소의 변화’ 관련 취재에 응하면서 전기차 충전소와 수소차 충전소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전기차 충전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점을 고려해 충전소(또는 주유소) 문화가 완전히 바뀔 수 있고, 수소충전소는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소형화 충전소를 개발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전기차) 충전시스템이 개선돼 5~10분 내에 100Km 정도 주행 가능할 만큼 충전이 된다면 기존 주유소처럼 차들이 잠시 정차해 빨리 충전하고 가는 방식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급속도 40분, 완속은 6~10시간 정도 걸리는 방식이라면 주차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주차장과 겸한 카페나 음식점, 주차타워에 충전 기능을 더하는 방식 등으로 트렌드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소 충전소에 대해서는 “폭발 위험성이나 소비자 불안감 때문에 시내에 많이 들어서지 못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일부 도심지에 수전해 방식이나 전기분해 방식을 통해, 혹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도 폭발탱크 용량이 적어서 대형사고로 안 이어지는 소형화된 충전소를 개발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당시 이 교수는 “차량용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나 태양광 무공해로부터 얻는 것 보다는 화력에서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한꺼번에 옮겨가기는 어렵고, 미래차 패러다임 변화가 파워트레인보다는 오히려 자율주행이나 IT쪽에서 올 수 있다”는 견해도 함께 밝혔다.

◇ 전기차 폐배터리 문제도 숙제...넘을 산 아직 많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미래에 쌓여가게 될 폐배터리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큰 배터리가 필요한데, 배터리는 기계적으로 소모품이어서 전기차가 확대될수록 폐배터리가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시선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마련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2020년도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활용사업’ 등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논의된 10건의 안건 중 3건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활용사업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현재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원 받으므로 폐차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사용후 배터리를 지자체에 반납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에 대한 재사용 가치, 성능·안전성 기준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재 환경부와 국표원은 사용후 배터리의 상태 및 성능에 따른 가치 산정, 배터리를 재제조하여 만든 제품에 대한 성능·안전성 기준 등을 마련코자 하고 있어, 이에 대한 트랙레코드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는 폐기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재사용할 경우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되어 다양한 사업 모델이 창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특히 ‘29년에는 8만여개가 배출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를 재사용하기 위한 성능·안전성 기준 등을 마련하여 사용 후 배터리의 자원으로서의 유용성을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줄여야 산다 4편에서는 미래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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