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부는 ‘생분해’ 기술 트렌드...플라스틱·비닐 대안 찾아라
LG화학 25건 특허 보유 중, 유통기업도 생분해 소재 속속 도입
비판적 견해도..분해 된다면서 굳이 태우고, 묻어도 분해 잘 안된다?
생분해 둘러싼 현실적 조언 “필요와 상황에 맞는 소재 써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70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6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29만건의 기사가 검색(10월 12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스물 여섯번째는 자연으로 완전히 돌아간다는 ‘생분해’입니다. [편집자 주]

인도네시아의 케빈 쿠말라(Kevin Kumala)가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봉지. 이 봉지는 먹을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각종 SNS상에서 그가 플라스틱 봉지를 물에 녹여 마시는 영상이 큰 이슈가 된 바 있다(CNN)/그린포스트코리아
‘생분해’ 소재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잘 썩지 않고 태우면 유해물질이 나오는 플라스틱과 비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과거 해외 언론에 보도됐던 생분해 플라스틱 봉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는 관계없음. (CNN,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생분해’ 소재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잘 썩지 않고 태우면 유해물질이 나오는 플라스틱과 비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생분해 소재를 많이 사용하면 인류를 위협하는 쓰레기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될까? 아직은 넘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가 옥수수를 원소재로 하는 친환경 생분해성 PLA기반 고분자 복합소재를 개발했다. LG화학은 옥수수 성분 포도당 및 폐글리세롤을 활용한 바이오 함량 100%의 생분해성 소재를 개발했다. 충청북도 농업기술원은 ‘고구마 재배 시 생분해필름을 이용해 피복하면 수확량이 늘고 비닐 제거에 소요되는 노동력이 절감돼 효과가 탁월하다’고 밝혔다. 모두 10월 19일자로 보도된 최신 뉴스다. 세 가지 소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생분해다.

생분해의 사전적인 의미는 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현상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환경 중에 방출된 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자연적으로 썩는다’는 의미다. 지구 곳곳에 쌓여가는 플라스틱과 비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 기술(소재)로 주목받는 트렌드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덜 버리는 것’이지만 인류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은 땅에 묻어도 제대로 썩지 않고 그렇다고 불에 태우면 그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생겨 대기를 오염시킨다. 버려진 쓰레기가 바다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소재를 가지고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만들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 기업에 부는 ‘생분해’ 기술 트렌드...플라스틱·비닐 대안 찾아라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에 ‘생분해’를 검색하면 1만건이 넘는 기사가 검색된다. 노스페이스가 친환경 생분해 보온재킷을 출시했다는 기사, 유기농 성분에 생분해되는 생리대가 출시됐다는 기사,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 곤충 체내에서 플라스틱 생분해 박테리아를 발견했다는 기사. 주요 유통기업들이 생분해 소재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기사, SKC가 친환경 생분해 신소재 양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기사가 한 페이지에 검색된다.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계와 학계 등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다.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환경용어 사전’에 따르면 생분해성 수지란 박테리아나 다른 유기 생물체에 의해 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을 뜻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재생가능한 원재료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고, 다른 종류는 생분해를 향상시키는 첨가물이 들어간 석유화학에서 기인한 플라스틱이다. 매립이나 소각에 따른 환경오염이 없어 폐기물부담금 부과제외 대상이다.

기자도 생분해 봉투를 써봤다. 대웅제약에서 제작한 봉투였다. 봉투 아랫부분에는 “이 쇼핑백은 100%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되었으며 폐기 시 스스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친환경 제품입니다. 생분해성 봉투는 폐기 시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집 근처 단골 김밥집에서도, 동네 작은 상점에서도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아주기에 ‘봉투를 안 주셔도 괜찮다’고 했더니 생분해 마크를 보여줬다.

봉투를 만져보니 재질이 얇아 보였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기존 비닐봉투가 질기고 단단한 느낌이라면 기자가 받은 생분해 봉투는 감촉이 달랐다. 봉투를 직접 만져본 편집국 내 다른 기자들도 ‘쉽게 찢어질 것 같다“거나 ”땅에 묻으면 분해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LG화학이 “세계 최초로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구현이 가능한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연성과 투명성을 개선한 소재로 PP(폴리프로필렌) 등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등을 구현한다.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생분해 관련 기술 연구 개발은 활발하다. LG화학은 지난 19일, “세계 최초로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구현이 가능한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연성과 투명성을 개선한 소재로 PP(폴리프로필렌) 등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등을 구현한다.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LG화학 25건 국내외 특허 보유 중, 유통기업도 생분해 소재 속속 도입

생분해가 ’소비 트렌드‘거나 ’마케팅 트렌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아서다. 분해되도록 만들다 보니 상대적으로 장기간 보관이 어렵거나 재질이 약한 문제도 있고, 토양 또는 해양 등 각각의 조건에서만 생분해되는 사례도 있다.

바이오 소재를 사용할 경우, 인류가 충분히 사용할 만큼의 원료를 얻으려면 결국 또 다른 환경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분해 관련 기술 연구 개발은 활발하다. 플라스틱 등을 이대로 계속 쌓아둘 수는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기술 트렌드‘ 면에서 생분해 소재를 살펴보면 LG화학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LG화학은 현재 선제적 출원을 통해 생분해성 중합체, 조성물, 제조방법 등에 대한 총 25건의 특허를 국내외 보유하고 있다. 생분해성 핵심 물질에 대한 고유의 원천기술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는 최근 생분해성 핵심 물질의 분자량을 향상시키고 이를 중합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지난 19일 기존의 소재와 차별화된 물성의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LG화학에 따르면 이 소재는 유연성과 투명성을 개선해로 PP(폴리프로필렌) 등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을 구현한다. 최근에는 독일 생분해성 소재 국제인증기관 'DIN CERTCO'로부터 신규 개발한 생분해성 소재가 유럽의 산업 생분해성 인증 기준에 따라 120일 이내 90% 이상 생분해되는 결과도 확인 받았다.

화학 기업이 소재를 개발한 사례라고 해서 생분해가 일반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거리가 먼 이슈는 아니다.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유통 기업에서도 관련 사례가 있다. 롯데월드는 ’최근 어드벤처 내 전 상품점에 친환경 생분해성 쇼핑 봉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봉투는 토지 매립 시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의 비닐 제품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생분해성 환경표지인증(EL-724)을 취득했다. 롯데는 “이를 통해 연간 약 1.9톤 가량의 온실가스 저감 발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편의점 CU가 플라스틱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PLA소재로 만든 친환경 봉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PLA는 옥수수 등의 식물성 소재에서 추출한 ‘생분해’ 수지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앞서 2월 롯데면세점은 일부 지점에서 ‘생분해’되는 에어캡을 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 비판적 견해도 존재..분해되는데 굳이 태우고, 묻어도 분해 잘 안된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만 있는 건 아니다. 여러 기업에서 생분해 소재를 적극 도입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생분해 소재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생분해는 땅에 묻으면 자연적으로 처리돼 퇴비화하거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취지인데, 대부분 생활폐기물은 쓰레기를 태운다음 그 재를 땅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도 이 문제를 지적한다. 홍 소장은 “현재 생분해 비닐은 종량제봉투에 배출하라고 권하는데, 태운다는 관점에서 보면 생분히 비닐이 분해가 된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태우는걸 고려하면 생분해 비닐 여부보다는 바이오플라스틱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며, 현실적으로 가정에서 그냥 배출되면서 재활용도 안되고, 분리배출 해도 어차피 소각된다면 그건 넌센스”라고 말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태희 부장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김 부장은 “생분해는 매립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태우는)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부장은 “실제로는 자연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생분해 비닐이 땅속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려면 일정한 온도(50~60도)가 유지돼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필요한 조건이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매립지 토양 상태가 여기에 미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부장은 “생분해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 맞아야 분해가 이뤄지는데 현재 우리나라 매립지 토양 상태로는 그걸 맞추기가 어렵다”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기자가 최근 사용해본 생분해 봉투. 아랫부분에는 “이 쇼핑백은 100%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되었으며 폐기 시 스스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친환경 제품입니다. 생분해성 봉투는 폐기 시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라고 적혀있다.
기자가 최근 사용해본 생분해 봉투. 아랫부분에는 “이 쇼핑백은 100%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되었으며 폐기 시 스스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친환경 제품입니다. 생분해성 봉투는 폐기 시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생분해 둘러싼 현실적 조언 “필요와 상황에 맞는 소재 써야”

생분해냐 아니냐의 차이보다는 다른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생분해와 바이오 등 각각의 소재를 필요와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수열 소장은 “예를 들어 바다에서 늘 유실이 일어나는 ‘어구’ 같은 경우라면 바다에 버려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바닷속 환경에서 분해가 잘 되도록 생분해 전략으로 가는 게 맞고, 재활용 할 수 없는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생분해 효율성 문제는 올해 서울시가 아리수 용기를 생분해성 페트병으로 바꾼다고 발표했을 때도 환경단체 등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녹색연합 허승은 활동가는 지난 6월 12일 본지가 보도한 아리수 물병 실효성 관련 기사 취재에 응하면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지금의 쓰레기처리 구조상 맞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비용도 문제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값이 싸서다. 생분해 소재는 여전히 제작비가 더 많이 든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제주농업기술센터가 올 3월부터 7월까지 생분해성 멀칭 비닐을 이용해 단호박을 재배할때 생육과 수량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시험했다.

그 결과 생분해성 멀칭비닐이 농촌의 환경을 개선시키고 품질이나 생산성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일반 비닐에 비해 3배 정도 비싸 경제성이 떨어지므로 농가의 가격부담이 높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됐다. 본지에서도 지난 7월 ‘환경경제용어사전’ 기사를 통해 위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2020년은 플라스틱과 비닐봉투의 시대다. 땅과 바다와 대기가 아무렇게나 떠다니거나 묻힌 플라스틱과 비닐의 영향권에 놓여있고, 그걸 만들고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온실가스가 지구 공기를 바꾸고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썩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기업과 학계 등이 새로운 소재 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생분해 소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주목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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