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되찾은 ‘SC제일은행’ 이름, 디지털 전환 발판삼아 비대면 시장 두각 드러내

“20년 전 전문가들은 ‘모든 기업이 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제 모든 기업은 AI 기업이 될 것이며 그래야 한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5일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은행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과 결합해 은행의 빠른 디지털화를 요구했고, ‘AI뱅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포스트코로나 속 격변의 시기를 맞이한 은행의 AI생존법과 CEO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편집자주]

박종복 SC제일은행장.(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박종복 SC제일은행장.(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SC제일은행이 빅테크·핀테크와 손잡고 디지털 시장에서 新전성기를 그리고 있다.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협업을 통해 플랫폼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비대면 금융시장의 새로운 맞수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탓이다.

SC제일은행은 지금의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SC제일은행의 전신은 1958년 출발한 제일은행이다. 

제일은행은 1929년 창립된 조선저축은행이 행명 변경과 통합을 통해 성장을 거듭한 우리나라 대표의 은행이었다. 1958년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업무제안제도를 실시하고 이듬해 예금화기기를 도입하며 성장을 거듭하다 1997년 외환위기(IMF)로 미국 투자기관인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되면서 외국계 은행이 됐다. 이후 SC그룹이 뉴브리지캐피털로부터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2005년 9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출발했으며, 박종복 행장이 취임 이후 SC그룹 본사를 설득해 2016년 4월 SC 뒤에 ‘제일’을 넣어 현재의 ‘SC제일은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16년 박 행장이 취임한 이듬해에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탈피하고 흑자 2245억원의 당시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해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3114억원을,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21% 성장한 182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견고한 성장세를 입증했다.

SC제일은행의 성장세는 박종복 행장의 선제적 리스크관리, 과감한 구조정과 더불어 ‘디지털 혁신’을 통한 체질개선이 있었다.

박 행장은 취임 직후 SC제일은행의 디지털 전환에 주력해왔다. 2017년 7월 은행권 최초로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셀프뱅크’를 선보이고, 이듬해 1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없이 스마트폰 키보드에 지정된 버튼만으로 송금과 계좌 조회가 가능한 ‘키보드 뱅킹’을 선보였다. 키보드 뱅킹은 모바일 메신저 대화창에서 키보드에 미리 설정해 놓은 SC제일은행 로고 버튼을 누르면 모바일 뱅킹과 바로 연결되도록 한 혁신 서비스다.

‘디지털 체질전환’에 성공한 박 행장은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SC그룹으로부터 본사 투자를 이끌어 내며 두각을 보였으며 여세를 몰아 3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9월 3일 차기 은행장으로 재선임 된 박행장의 새 임기는 내년 1월 8일부터 3년간이다. 박 행장의 디지털 혁신은 빌 윈터스 회장의 핀테크 플랫폼분야 사업 지원에 힘입어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 SC제일은행 디지털혁신 지원 시동

빌 윈터스 회장은 지난 8월 31일 디지털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국서 ‘한 달 살이’에 들어간 바 있다. 카카오뱅크, 토스 등 빅테크와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플랫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디지털 혁신을 일선에서 직접 지도하겠단 행보였다. SC제일은행이 토스뱅크 출범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데 윈터스 회장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을 고려할 때 한국을 중심으로 한 핀테크, 빅테크 시장에 대한 SC그룹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윈터스 회장이 입국 후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후 첫 행보 또한 대표적인 빅테크공룡 카카오뱅크와 토스였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전신이 IT기업인 카카오에서 출발한 만큼 네이버, 토스와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으로 꼽힌다. 

윈터스 회장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토스를 운영하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와의 미팅을 통해 SC그룹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는 윈터스 회장에게 사업 현황과 카카오뱅크의 성장, 카카오뱅크를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한 트래픽 전략 등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건 대표와는 사업 현황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연훈 페이코 대표와 만나 페이코의 사업 전략과 성장 과정에 대해 의논했다. 

윈터스 회장은 핀테크 업체와 디지털 동향을 살피면서 SC그룹이 추진 중인 차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적용할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SC그룹의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 카카오뱅크의 사업 등이 접목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문했다. 

박 행장이 추진 중인 디지털 혁신 또한 윈터스 회장이 밀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플랫폼 사업과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SC그룹은 현재 대만과 싱가포르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65.1%의 지분으로 홍콩 인터넷전문은행 ‘목스’를 설립한 바 있다. 

◇박종복 행장, 빅테크와 손잡고 디지털플랫폼 시장 출사표

SC그룹의 인터넷전문은행 뿐만 아니라 박 행장 또한 한국서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통해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24일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와 손잡고 소액 단기 신용상품 ‘SC제일토스소액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금융위원회가 도입한 지정대리인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출시되는 위탁 심사 대출 상품이다. SC제일은행이 토스에 고객 심사 업무를 위탁하고 토스의 심사를 통해 대출을 지급하는데, 토스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이 활용되며 신청부터 대출 실행까지 약 3분 이내로 가능하다.

또 NHN페이코와 ‘페이코 맞춤대출’을 선보이고 있다. 페이코 맞춤대출은 페이코 앱에서 여러 금융사 대출 상품의 금리와 한도를 바로 확인하고 신청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다. 직장, 소득, 입사일 등 간단한 정보 입력만으로 다양한 대출상품의 예상 금리와 한도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다.

핀테크·빅테크 뿐만 아니라 유통 플랫폼을 접목한 금융도 선보였다. SC제일은행은 19일 GS리테일과 손잡고 ‘더팝’ 앱을 통해 가입 할 수 있는 금융 상품 ‘퍼스트가계적금’을 선보였다. 유통사의 앱으로 금융사의 적금 상품을 가입하는 신개념 금융 상품 출시다.

동시에 모바일 WM 서비스 등 비대면 금융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부터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을 통해 비대면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 가입금액을 1만원부터로 낮췄다. 누구나 부담 없이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대중적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자기 위해서다.

지난해 6월에는 스크래핑 기반으로 타행계좌의 예·적금, 대출, 펀드까지 통합 관리 가능한 ‘통합자산관리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어 12월에는 오픈뱅의 타행 자산 목록 중 거래 가능 입출금예금에 ‘자금이체’ 연계 기능도 확대 적용했다.

내년도에는 토스뱅크 출범을 통해 SC그룹과 추진해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탄력이 붙는다. 토스뱅크 지분을 6.67% 보유한 만큼 토스와 추가 협업 서비스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박 행장이 제시해온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이라는 목표에도 다가서고 있다. 박 행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SC제일은행은 차별화하고 혁신할 능력이 있다”면서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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