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어려울 때는 재사용이 좋은 방법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을테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두 번째 도전입니다. 기자는 배달음식용 플라스틱 용기 두 개를 다회용기로 쓰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지름 20센티미터에 1.3리터 용량의 튼튼한 폴리프로필렌 용기다. '일회용'이어야 할까? (이한 기자 2020.10.11)/그린포스트코리아
지름 20센티미터에 1.3리터 용량의 튼튼한 폴리프로필렌 용기다. '일회용'이어야 할까? (이한 기자 2020.10.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류는 누구나 무언가를 쓰고 버린다. 사용하는 물건은 돈을 주고 사거나 누군가 공짜로 주는데 어떻게 얻어서 무엇에 쓰든, 결국 나중에는 쓰레기가 된다. 쓰레기를 줄이는 건 결국 ‘덜 버리기’에 앞서 무엇을 얻어 얼마나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기자의 계획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밀려 큰 위기에 처했다. 식당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배달이나 포장 위주로 먹다보니 포장 용기가 많이 나와서다. 주말에 집에서야 그릇을 가지고 포장 해와도 되지만, 평일 점심은 그게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주로 간단한 도시락을 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장 용기를 완전히 없애긴 어렵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던 지난 8월 말, 집 근처 단골 식당에서 생겼다. 비빔쌀국수가 포함된 런치세트를 시켰더니 국수가 반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겼다. 지름 20센치미터에 높이 70mm, 용량 1.3리터에 폴리프로필렌(PP)소재다. 원래 용도는 중(中) 사이즈 냉면그릇이다.

네이버 지식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폴리프로필렌은 석유화학제품을 대표하는 열가소성 수지다. 인장강도와 충격강도, 표면강도가 우수하고 내열·내약품성이 좋아 포대용백, 필름, 섬유, 자동차와 전기·전자부품 등의 원료로 폭넓게 사용된단다.

기계공학용어사전에서는 이 소재를 두고 “성형시의 유동성, 치수 안정성이 좋고, 광택이 나고 외관도 아름답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내약품성이 좋고, 내굴곡 피로성이 뛰어나며 밀도 및 내열성도 값싼 범용 플라스틱 중에서는 최고”라고 소개한다. 어려운 말들로 설명되어 있는데, 쉽게 말하면 튼튼하다는 얘기다.

◇ 재활용이 어려우면 재사용하자

빨간 양념에 비벼진 국수를 먹었는데도 그릇에 물이 들지 않았다. 성인 얼굴보다 크고 지름도 깊은 냉면그릇 사이즈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우선 한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뭉뜽그려 ‘플라스틱’이라고 부르지만 그게 다 같은 소재가 아니다. ‘페트’로 불리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드, 장난감이나 물병 등에 쓰는 고밀도 폴리에틸렌, 합성피혁 등에 사용하는 폴리염화비닐, 요구르트병 등에 사용되는 폴리스티렌, 식품용기 등에 쓰는 폴리프로필렌 등이다.

원치 않게 생긴 이 냉면그릇도 분리배출과 재활용이야 가능하지만, 버려지는 양이 늘어날 수 있다는 문제, 그리고 여러 소재를 뒤섞어 분리배출하면 결국 재활용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기자는 이 그릇을 버리지 않고 쓰기로 했다. 재활용이 어렵다면 스스로 재사용하자는 다짐이었다.

하나는 이 그릇을 가져온 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포장할 때 다시 받아오는 용도, 또 하나는 조리시 재료를 손질할 때 여러 용도로 쓰는 다용도 용기로 쓰고 있다. 부모님이 해주는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은 잘 모르지만, 집에서 살림 하려면 이래저래 필요한 게 많다. 삼시세끼 부지런히 밥을 차려 먹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양파껍질을 까거나 대파를 다듬을 때, 오이나 호박 밑둥을 잘라낸다든지 양배추를 채 썰 때 상태가 안 좋은 부분을 잘라내려면 아무렇게나 막 사용할 수 있는 큼직한 그릇이 하나 있으면 좋다. 냉면용기 하나는 바로 그런 용도다.

음식을 포장할 때 그릇을 들고가는 건 사실 좀 귀찮고 민망하다. 해먹지 않고 사먹는 건 편하기 위해서인데 굳이 점포를 직접 방문해 포장하려면, 게다가 그릇까지 들고 가려면 ‘굳이 이래야 하나’ 싶을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 그것도 몇 번 해보면 괜찮다. 방문포장시 할인 혜택이 있는 곳도 많고, 그릇을 직접 가져와주어 고맙다며 양을 더 푸짐하게 담아주는 곳도 있었다. 일회용 식기나 반찬 일회용 그릇, 비닐봉투를 늘 받지 않아서 의아해하던 사장님들도 요즘은 으레 일회용 그릇을 빼고 준다. 그럼 그걸 어디에 담아오냐고?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1편에 소개한 5개월된 비닐 봉투에 담아온다. 아니면 그냥 들고 와도 된다. 손은 두 개니까.

◇ 세상이 안 변하면...나는 뭘 할까?

불편을 감수하며 굳이 이 그릇을 또 사용하는 건 나 혼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 아니다. 작은 실천이라도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자는 취지다. 물론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이 일회용을 쓰는데 한사람이 그걸 안 쓴다고 세상이 나아질 리는 없다.

사실 일회용 플라스틱을 비롯한 자원순환 구조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는 건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이다. 실제로 서울디지털재단이 지난 달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책임이 어디 있는지 조사했더니, 응답자들은 기업의 중요성이 가장 높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소비자가 2위를 차지했고 3위와 4위는 각각 자영업자와 기업이었다. 소비자에게 자꾸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라고 할 게 아니라, 기업이 대체재를 개발해 생산하면 된다. 기업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소비자가 그런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

다만, ‘어차피 기업이 움직여야 해’하면서 소비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무의미한 일이다. 스스로는 바꾸지 않으면서 남에게만 변화를 요구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남을 비판하고 누군가를 꾸짖는 건 쉽다. 중요한 건 직접 하는거다. 그런 취지에서 플라스틱 냉면 그릇을 오늘도 닦고 내일 또 쓴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런다고 세상이 변해?’ 그럼 이렇게 답한다. ‘그러면 너는 뭘 할건데?’라고 말이다. '세상이 변하지 않을 때, 나는 뭘 해야하지?' 이건 기자가 평생을 두고 고민해 온 숙제다.  

다음 주 3회차에는 9개월 넘게 사용 중인 다회용 빨대를 소개한다. 더 오래 사용한 빨대보다 비교적 최근 쓰기 시작한 플라스틱 그릇 얘기를 먼저 한 건, 언택트 경향 강화로 일회용 그릇이 더 늘어난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