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기자는 최근 취재차 서울 시내와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단지, 부동산 중개소를 돌아다녔다. 물론 기삿거리를 위해 교통이나 개발 호재가 있는 아파트 단지를 집중 취재했다. 특히, 2주간 짬짬이 시간을 내 다녀온 김포는 대표적인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수많은 언론에서 아파트값 상승에 관한 기사를 연일 쏟아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자신조차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기자와 같은 세대의 많은 청년의 공통적인 고민이 그 이유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과연 직장이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살 수 있을지 불안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자기 집을 가진 가구 비율(자가 보유율)은 61.2%였는데, 단순히 돌려 생각하면 10가구 중 4가구는 ‘내 집’이 없는 셈이다. 그리고 기자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갑자기 취재하면서 앞날이 막막해졌다.
지금은 종영됐지만 KBS의 간판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던 ‘사마귀 유치원’이란 코너가 있었다. 당시 여럿 사회문제를 풍자했던 이 코너에서 개그맨 최효종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당시 전셋집 대란을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집 구하는 게 부담이면 전세로 살면 된다. 시세 2억3000만원만 있으면 되는데 월급 200만원을 10년 동안 숨만 쉬고 모으면 된다. 그냥 가족 머릿수대로 방 있고 주방 있는 게 2억3000만원이 넘는다"다고 당시 세태를 풍자했다.
방영 된 지 9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숨만 쉬고 모으면 된다’라는 표현은 요즘 세태에 꼭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당시 풍자 대상인 2011년 전세 대란 때문이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전세대란은 일어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통계청에서 받은 ‘2016~2020년간 가구주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PIR(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PIR은 15.2이었다. PIR는 모든 연소득만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간(년)을 의미한다. 개그맨 최효종의 말을 빌리자면 숨만 쉬고 15.2년을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하나를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PIR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6년 6월 10.8 △2016년 12월 11.0 △2017년 6월 11.4 △2017년 12월 12.7 등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19년 6월에는 마침내 15에 근접한 14.8로 조사됐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39세 이하인 가구주는 PIR이 15.0로 나타나 40대(13.6)와 50대(12.7)보다 높게 조사됐다. 그만큼 아파트를 사기 위한 젊은 층의 삶이 더 팍팍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과 투기수요 근절을 위해 최근까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지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원이라고 한다. 역대 최고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2%인 1억6261만원이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1.6%인 2억1751만원이 상승했다. 전국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이 사상 최초로 4억원을 돌파하는 등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은 유튜브 채널 <박용진TV>에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를 초청해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당시 심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의도와 의지는 좋지만 낙제점”이라며 “투기꾼 하나 잡으려다 선량한 사람 100명을 잡는 정책”이라고 평했다. 이어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또다시 펼칠 것이다. 국내 아파트값을 잡기 위함이다. 다만,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보다 실효적인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기자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는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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