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인터넷 게시판 경쟁史
PC통신 이후, 1세대 네티즌 시절 포털사이트 경쟁
지식iN으로 역전한 네이버, 카카오톡의 묵직한 반격
끝나지 않은 치열한 경쟁, 핀테크·라이브커머스 격돌

‘엘 클라시코’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펼치는 매치를 뜻합니다. 두 팀은 전통의 명문 구단이자 오랜 라이벌로 통해서 이 매치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합니다. 경기 내용은 매우 치열하고 때로는 그라운드에서 거친 행동이 오가기도 합니다.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라는 뜻입니다. 치열하게 다투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도 펼치는 사이겠지요. 얄궃은 운명 때문에 누군가는 1등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나 자질을 갖추고도 늘 2등에 머물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기 싫은 상대’를 표현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재계에도 라이벌이 있습니다.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거나, 서로 비슷한 상황 또는 처지에 놓여서 늘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 역시 ‘엘 클라시코’에 나선 선수들처럼 어떻게든 상대를 꺾기 위해 치열하게 다툽니다.

재계의 라이벌들은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를 쌓았을까요. 그들은 지금 어느 분야를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에는 관계가 어떻게 변할까요. 국내 재계 대표 라이벌들의 사연과 치열했던 다툼을 소개합니다. 다섯 번째는 포털과 커뮤니티로 시작한 경쟁을 미래 IT산업과 금융 등 폭넓은 곳에서 이어가는 네이버와 카카오입니다. [편집자 주]

카카오톡과 라인 이전에 '한메일넷'과 '지식iN'이 있었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20년 넘게 국내 인터넷 관련 업계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며 때로는 경쟁하고 함께 성장했다. 이들은 핀테크와 AI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도 잰걸음을 걷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카카오톡과 라인 이전에 '한메일넷'과 '지식iN'이 있었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20년 넘게 국내 인터넷 관련 업계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며 때로는 경쟁하고 함께 성장했다. 이들은 핀테크와 AI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도 잰걸음을 걷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흥미로운 기사 제목 2건을 소개한다. 하나는 ‘KB금융, 종합금융플랫폼 KB페이 내놔…카카오·네이버에 도전장’(뉴스1), 또 하나는 빅히트 상장 첫 날 따상…네이버·카카오 잡으러 나선 방시혁(한국경제)다. 뉴스1 보도는 KB국민카드가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는 기사고, 한국경제 보도는 BTS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코스피 상장 관련 뉴스였다. 국내 대형 금융사와 엔터사를 언급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를 함께 언급한 것.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대표 IT공룡주다. 네이버가 10월 15일 오후 5시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3위, 카카오가 (삼성전자 우선주 제외시) 시총 8위로 IT를 빼고 ‘코스피 공룡’이라고 불러도 문제없다. 이들은 기아차, 포스코, SK텔레콤,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을 제치고 시총순위 TOP 10안쪽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상승세를 두고 ‘국내 코스피 시장이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을 닮아간다’는 평가까지 내린다.

대한민국 소비자의 하루는 이 둘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2020년 대한민국은 카카오로 대화하고 네이버로 검색한다. 뉴스는 물론이고 TV나 만화, 소설도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보고 모르는 길을 찾아갈 때도, 물건을 구매하고 결제할때도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현대인들은 데스크탑 컴퓨터가 없어도 하루를 견딜 수 있지만, (스마트폰과) 네이버 카카오가 없다면 금새 불편함을 겪는다.

◇ PC통신 이후, 1세대 네티즌 시절에 시작된 포털사이트 경쟁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결 역사는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2010년 출시된 카카오톡과 1997년 설립된 네이버를 비교하면 세대가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카카오의 한 축이 지난 1997년 ‘한메일넷’을 오픈하면서 1세대 인터넷을 주도한 다음임을 감안하면 이 둘은 90년대 후반부터 치열하게 경쟁해 온 관계다.

1990년대 후반 1세대 인터넷은 다음의 영향력이 강했다. 다음은 설립 초기 대중을 상대로 한 포털사이트보다는 예술적인 느낌이 강한 사이트였으나 1997년 한메일넷(hanmail.net)을 오픈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이후 1999년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다음 카페’를 런칭하면서 국내 인터넷 문화를 이끌었다. PC통신에서 취향 따라 모여 놀던 1세대 네티즌들은 당시 다음 카페에 속속 뿌리내렸다.

네이버는 1997년 삼성SDS 사내 벤처 ‘웹글라이더’에서 출발했다. 1998년 첫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듬해 분사해 네이버컴을 설립했다. 카페와 한메일을 앞세워 포털 시장을 장악한 다음에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맞서기 시작한 건 2002년 부터다.

당시 네이버는 지식iN을 런칭했다. 한국어 컨텐츠가 지금처럼 풍부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식iN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집단지성’으로 사용자를 늘리며 ‘검색=네이버’라는 공식을 새로 세웠다. 당시 네이버는 ‘지식까지 찾아주는 검색’이라는 카피로 네티즌을 유혹했고, 2003년 블로그와 카페를 출시하면서 포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포털 점유율 1위를 달리던 다음은 그 자리를 네이버에 내줬다.

◇ 지식iN으로 역전한 네이버, 카카오톡의 묵직한 반격

국내 IT시장에서의 큰 변곡점을 몇 개 꼽으라면 2010년은 반드시 골라야 한다. 그 해에는 33살 IT개발자가 아이위랩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무료로 대화를 주고받는 메시지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은 매일 6만명 이상이 다운로드를 받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카카오톡은 월간 이용자수가 5천만을 넘고 하룽 오가는 메시지는 약 110억건에 이른다.

‘카톡’의 국내 모바일 메시지 앱 시장 점유율은 95%를 넘나든다. 모빌리티와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도 확장했다. 이제는 재난지원금 관련 안내도 카카오톡으로 오고, 특허청이 심사업무를 할 때도 카카오 AI기술을 사용하는 시대다. 카카오의 광폭 행보를 두고 언론에서는 ‘카카오 제국’(시사저널), ‘카카오 공화국’(조선비즈)이라는 말까지 쓴다.

그러면 지금은 (다음)카카오가 다시 네이버를 역전했을까? 반대 의견도 많다. 네이버는 여전히 대한민국 최대 규모 포털사이트고 해외에서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뉴스와 웹툰, 지도 등에서 여전히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검색에서 특히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서 네이버 부동산이나 네이버 플레이스 등에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다.

닮은 지점은 있다. 산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광폭 행보 측면에서다. IT기술을 활용하 금융 시장에서 최근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전자서명법 개정안 통과로 사설 인증 시장이 주목받자 양사가 모두 관련 분야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6월 인증 사업에 진출한 이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마케팅 등을 강화하고 있고, 카카오는 지난 2017년 카카오페이에서 모바일 메신저 기반 인증 서비스를 시작하고 최근까지 1,500만건 이상의 인증서를 발급해왔다.

핀테크 시장에서도 격돌 중이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킨 데 이어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대출, 보험 서비스 등을 추진한다.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는 지난해 코리아핀테크위크 행사에 참여해 “카카오페이는 테크핀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핀테크의 순서를 바꿔 IT기술로 금융을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작성한 라이브커머스 관련 자료. 곳곳에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름이 보인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보고서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작성한 라이브커머스 관련 자료. 곳곳에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름이 보인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보고서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끝나지 않은 치열한 경쟁, 핀테크·라이브커머스 격돌

양사의 경쟁은 최근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도 불타 올랐다. 라이브커머스란 실시간 영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로, ‘홈쇼핑’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전망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베스트증권 오린아 연구원은 “국내 시장이 2023년까지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카카오가 지난 12일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오픈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베타 버전을 출시해 테스트를 진행해왔고 정식 출시로 매일 1회 이상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5월부터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 시범 서비스가 방송 25회만에 누적 시청횟수 500만회, 방송 당 평균 시청횟수 10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네이버도 이 시장에 진출해있다. 이들은 지난 7월 말 ‘쇼핑 라이브’를 선보였는데, 이 서비스는 지난 3월 앱 내 서비스 메뉴 ‘라이브 커머스 툴’에서 진행하던 서비스였다. 1시간만에 매출 4억원을 기록하거나 시청자가 5만명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양사는 IT 관련 플랫폼과 인프라를 든든하게 갖추고 있어 관련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오린아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는 네이버TV, NOW(라이브 오디오), 카카오는 카카오TV 등 라이브 컨텐츠를 운용할 수 있는 플랫폼과 인프라가 이미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비대면 소비 확대와 홈쇼핑의 회복 등을 감지하고 라이브 커머스 기능을 런칭했다”고 덧붙였다.

◇ 포털에서 출발해 미래산업 경쟁까지

양사의 잰걸음은 AI(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싸고도 묘하게 닮은 행보를 보인다. 카카오는 사내 독립기업으로 조직 개편됐던 AI LAB을 분사해 ‘카카오 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고 네이버는 AI 리서치 조직을 확대해 네이버 AI랩 조직을 신설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정식 출범 당시 “모든 것에 AI를 더해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카카오톡 기반의 운영 노하우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전 산업분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카카오의 AI 기술 및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기업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시켜 국내 대표 기업형 IT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것” 이라면서 “이를 통해 개인과 기업,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기술과 환경을 선보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는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AI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장기 선행 AI 기술을 더욱 심도 있게 연구할 ‘네이버 AI LAB’을 개설하고, AI 연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AI 랩 하정우 책임리더는 “네이버 AI 연구소는 임팩트 있는 중장기 선행 연구에 더욱 집중하고 클로바 및 네이버 랩스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혁신적인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털 검색과 카페에서 시작해 국내 인터넷 문화를 주도해온 양 사는, 인공지능과 IT관련 신사업 등 미래 사업을 두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총 3위와 8위를 각각 기록 중인 이들은 앞으로도 국내 산업계 전반에 걸쳐 폭넓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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