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⑭] 당신 집 앞에 ‘꽁초 카펫’ 깔린다면?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⑭] 당신 집 앞에 ‘꽁초 카펫’ 깔린다면?
  • 이한 기자
  • 승인 2020.10.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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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무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건 유죄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열 네번째 사진은 집 앞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더러운 미세플라스틱 덩어리, 담배꽁초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 송파구 주택가 출입문에 꽁초카펫이 깔렸다. (이한 기자 2020.10.12)/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송파구 주택가 출입문에 꽁초카펫이 깔렸다. (이한 기자 2020.10.1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작아서 잘 안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담배꽁초 10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가, 빌라 출입문 앞에 버려진 꽁초다. 집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레드카펫이 아니라 ‘꽁초카페’가 깔린 셈이다.

다른 곳에서 피우고 와서 집앞에 버린걸까. 아마 여기서 피우고 그냥 버린 것 같다. 왜냐하면 이 동네 빌라 곳곳에는 ‘담배 냄새가 창문으로 들어오니 1층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건물 전체를 사용하며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면) 남의 집에 담배 냄새를 풍기고 그것도 모자라 집 앞에 꽁초까지 버린거다.

냄새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이 환경부의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를 인용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담배꽁초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분석한 결과 발암물질인 벤젠, 생식독성 물질인 M-크레졸, 신경독성물질인 니코틴과 같은 물질이 담배꽁초에서 신규로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내 생산 담배 90% 이상이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구성된 플라스틱 필터”라고 지적하면서 “담배꽁초가 하수구나 빗물받이 등으로 유입될 경우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밝힌 바 있다.

참기 힘든 고약한 냄새를 남의 집 창으로 날려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유해물질과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꽁초를 남의 집 출입구 잔뜩 쌓아둔 저들은 누굴까. 그들은 혹시 자기 방에도 담배 꽁초를 버릴까? 흡연은 불법이 아니지만, 쓰레기 무단투기는 불법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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