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댑터와 이어폰을 뺀 신형 아이폰을 보는 관점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애플이 아이폰12를 공개했다. 그런데 충전용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기본 구성품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지난달 공개한 애플워치 6에서도 충전용 어댑터를 기본 구성품에서 뺐다.

전화기를 사면 충전기를 주는 건 ‘핸드폰’ 시장이 열린 후 20여년 이상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배터리의 모양이 서로 다르지만 충전기를 꼽는 핀 방식은 똑같던 시절에도 그건 상식이었다. 애플이 이 상식을 뒤집겠다고 나선거다.

왜 그랬을까? 애플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환경보호’다.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빼면 자원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도 줄인다는 얘기다.

애플의 주장은 이렇다. 이미 지구에는 충전용 어댑터 20억개와 유선 이어폰 7억개가 있으니 더 만드는 건 불필요한 중복생산이라는 것.

어댑터를 빼면 아이폰 상자가 더 작고 가벼워지므로 배송 운반대 위에 제품을 더 많이 담을 수 있고, 운송 과정이 줄어들면서 이를 환산하면 도로에서 매년 45만대의 차가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단다.

일리 있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갤럭시S10 사용자로, 내년쯤 아이폰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는 한 소비자는 “충전기를 안 주는 게 어색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좋은 선택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현재 아이폰 XS를 사용하며 애플 제품을 7년 이상 사용했다는 한 소비자는 “배송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환경을 고려한 선택보다는 결국 자신들의 제품을 많이 사게 하려는 마케팅 기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럭시와 아이폰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해봤다는 또 다른 소비자는 “아이폰을 써본 사람은 충전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애플 제품을 처음 구매하는 사람, 가족 중에 애플 제품을 쓰는 사람이 없는 사람, 1인가구 등은 결국 충전기를 따로 사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결국 소비를 늘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돌이켜보면, 애플이 뭘 시도하면 처음에는 비판 의견이 많이 들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그렇게 변했다. 홈버튼을 없앨때도 ‘불편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에어팟이 처음 나왔을때는 ‘콩나물’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카메라 렌즈가 여러개 달린 아이폰 신제품을 보고도 시장에서는 ‘인덕션 렌즈’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요즘 스마트폰은 모두 홈버튼이 없고, 이어폰 시장에서는 무선이 대세이며, 프리미엄 폰들은 인덕션을 넘어 ‘카툭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애플이 먼저 하면, 결국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애플이 정말로 환경을 고려해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기본 구성품에서 뺐는지, 아니면 또다른 충전기기와 음향기기를 팔아 매출을 올리려는 고려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런데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일부 불편을 감수하는 것’에 집중하면 애플의 이 시도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시도와 닮은 지점도 있다. 배달음식을 포장해오면서 반찬이나 식기를 받지 않고 용기도 직접 가져가거나,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면서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등과 비슷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어서다.

물론 차이는 있다. 편의를 위해 기업이 제공하는 물건을 소비자가 (편의보다는 환경을 고려해) 스스로 거부하는 것과, 기업이 환경 영향을 주장하며 애초에 제공하지 않는 차이다. 일회용 식기나 반찬을 ‘없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어댑터와 이어폰’도 그런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게다가 어댑터를 추가로 구매하려면, 애플이 주장하는 환경에 미칠 영향이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어댑터와 이어폰이 빠진 신형아이폰을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할까. 소비를 줄임으로서 자원소모와 탄소배출도 함께 줄이는 현명한 소비일까? 아니면 무선충전 등 앞으로 출시될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애플의 복선일까?

환경을 고려한 소비는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한 소비가 모두 환경적인 고려라고 보는 것도 옳은 시선은 아니다. 아이폰12는 과연 환경적인 물건일까? 당분간 이 논쟁은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브랜드 스마트폰도 충전기와 이어폰이 기본 구성품에서 빠질지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홈버튼과 에어팟, 인덕션 카메라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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