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관심 늘어...소비자 66.3% “미래에 전기차 구매”
산업계 “환경보호와 함께 산업육성 측면에서도 접근해야”
전기차의 역설? “미래차 에너지도 친환경적으로 공급돼야”
“내연기관 자동차차 운명, 생각보다 더 오래 갈 것” 의견도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여덟 번째 시리즈는 휘발유를 태워 달리는 내연기관차에 관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자동차는 오염물질 배출 정도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전기차는 1등급, 오래된 경유차는 5등급으로 분류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내연기관차를 줄이라는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린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내연기관차=퇴출'이라는 시선을 우려한다. 산업 육성 측면과 미래차 에너지의 환경적인 공급 여부 등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시선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2030년부터 휘발유차와 내연기관차의 신차등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내연차량 신규 등록 제한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2030년부터 휘발유차와 경유차의 신규 등록을 제한해 제주를 온실가스 배출 없는 전기차 운행 도시로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만의 이슈가 아니다. 내연기관차를 줄이라는 목소리는 여러 곳에서 들린다. 국내 언론에서도 관련 내용을 많이 다룬 바 있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지난 8일 중앙일보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자동차가 포함된 수송 분야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14%를 차지한다.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1㎞를 달리는 동안 적게는 100g에서 많게는 200g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오염과 기후위기의 해답은 거창하지 않다. (중략)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차를 새로 바꿀 때 좀 더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자”라고 덧붙였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13일자 서울신문 칼럼에서 “하루빨리 중앙정부도 내연기관차 퇴출을 위한 과감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등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 9월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내연기관차 퇴출 캠페인을 벌였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6년부터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친환경차 전환 요구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 친환경차 관심 늘어...소비자 66.3% “미래에 전기차 구매”

내연기관차를 줄이라는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소비자 역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9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다음에 구매할 차로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를 선택한 응답자는 약 28.7%였고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를 선택한 사람은 56.9%에 달했다. 친환경차 응답률은 2017년에 진행한 조사결과보다 12.5% 상승한 수치다.

당시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차기 구매 차량으로 전기차를 선택한 사람은 응답자 중 24.2%, 수소차를 선택한 사람은 4.5%였다. 앞으로 4년 이내 구매계획이 있는 경우 전기차 선택은 26%, 수소차 선택 비율은 3.2%로 수소차 대비 전기차 선호가 더 높았다. 같은 주제로 앞서 2017년 진행한 조사와 비교하면 전기차 선택 비율은 약 8%, 수소차는 4% 증가했다.

조사 결과 당시 하이브리드차 보유자 중 약 65%는 앞으로 구매할 차로 전기·수소차를 선택했다. 아울러 경유차 보유자 중 약 63%는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전환 계획을 보이는 등 친환경차 수요 증가가 예상됐다.

미래차 인식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70%는 ‘전기차로의 전환은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전기차 활성화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전기차를 구매할 것’이라는 응답도 66.3%로 나타났다.

당시 소비자들은 연료비 절감(41%)과 친환경성(26%)을 친환경차 구매 요소로 꼽았고, 비구매 이유는 충전 문제(33%)와 높은 차량 가격(22%)이 높게 나타났다. 연료비 절감효과로 전기차를 선택하는 비율은 2017년보다 16.7% 늘어 전기차의 경제성에 대한 소비자 인지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전기·수소차 판매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지원제도를 유지하고 전기·수소차 실구매를 늘리기 위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산업계 “환경보호 측면과 함께 산업육성 측면에서도 접근해야”

전기차나 수소차 관련 논의를 두고 ‘환경뿐만 아니라 산업육성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지난 4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중국의 최근 신에너지차(친환경차 혹은 전기차)제도와 시장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월 신에너지차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배터리 업체 구조조정을 앞당긴다는 차원에서 추진했던 중국의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규모 축소 정책이 시장 위축으로 시행이 연기됐다. 보조금 축소로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는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코로나19 조업 중단 등이 이어지자 중국 정부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적극 지원방침을 밝히고 2021년 1월 폐지예정이던 구매보조금과 취득세 감면정책을 2022년말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신에너지차 관련 기술을 향상하여 세계자동차 시장의 선도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인프라, 표준화, 지적재산권, 인센티브 등 다양한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가기로 하고 실천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협회 명의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정부는 최근 전기동력차 시장 위축에 따라 기존 보조금 철폐 일정을 연기하는 등 전기동력차 문제를 산업육성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정부도 전기동력차 보조금 지급이나 보급목표제 등을 환경보호 측면과 함께 산업육성 측면에서도 접근함으로써 산업발전을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기술발달로 그 보급수가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 모습. (공민식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 대응은 부인할 수 없는 과제지만 함께 고려해야 할 숙제도 있다. 전기차 등 미래차가 반드시 내연기관차보다 환경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시선이다. 사진은 전기차 충전 모습.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전기차의 역설? “미래차 에너지도 친환경적으로 공급돼야”

기후변화 대응은 부인할 수 없는 과제지만 함께 고려해야 할 숙제도 있다. 전기차 등 미래차가 반드시 내연기관차보다 환경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시선이다. 본지에서도 지난 6월 ‘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10회차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다룬 바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지난해 파이낸셜뉴스 기고문에서 ‘내연기관차=퇴출’이라는 일방적 공식에 대해서는 일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과학적이고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장이 제시한 근거는 이렇다. 자동차가 달릴 때의 탄소배출만 고려할 게 아니라 전력이 생산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내연기관차 퇴출이 답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 정 회장은 기고문에서 “현재 세계에는 전기동력차 1000만대를 포함, 약 13억대의 자동차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2030년까지 다른 것은 일정하되 모든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한 후 이 중 절반만 동시에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3000GW인 현재 발전설비 규모는 7500GW 규모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2030년께에도 주요 자동차 생산국의 사용에너지 중 75% 이상은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할 경우 발전용 화석연료 증가로 인해 발전부문의 탄소배출은 현재보다 약 2.5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미래차 확대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미래차에 이용되는 에너지도 더욱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함께 지적한 사례도 있다. 조 장관은 지난 7월 서울경제 기고문에서 “운행 단계에서 미래차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발생하지 않지만 전기와 수소 등 미래차의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은 그렇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발전에 사용하는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기 생산으로 전환하고, 수소 또한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하도록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조 장관은 “전 세계 자동차 생산시장은 급격히 재편 중”이라고 말하면서 “그린뉴딜 정책이 미래차 대중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미래차 이용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내연기관차 운명, 생각보다 오래 갈 것” 의견도

내연기관차가 최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만큼 빠르게 ‘퇴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의 효율성이나 최근 생산되는 자동차의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내연기관차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다.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 역시)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나 태양광 무공해로 얻는 것 보다는 화력에서 얻는 경우가 많아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빠르게 옮겨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율주행이나 IT쪽에서 자동차 산업 의 큰 패러다임 변화가 올 수 있지만, 파워트레인에서는 내연기관이 의외로 오래 동안 유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수명과 실제 사용연한을 고려하면 이 전망은 힘을 얻는다. 이 교수는 “국내 자동차 평균 수명이 9.5년이고 유럽은 3년 전 기준 10.4년”이라고 전제하면서 “기능을 생각하면 20년 이상 타는 사람도 있고 경우에 따라 30년 된 차들도 도로를 다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연기관 판매를 2040년에 금지한다고 가정해도 2039년에 구매한 차가 2060년까지는 도로 위를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위기 등이 닥친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자동차 평균 수명이 11년을 넘는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발표한 적 있다. 한국자동차공학회는 지난해 3월 개최된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에서 “2030년에도 내연기관이 주요 동력원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학회는 2030년 내연기관차 점유율이 80%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매일경제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학회는 “상대적 저비용 및 고효율에 따라 내연기관은 2030년에도 80% 이상의 주 동력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형 한양대학교 교수는 당시 발표회에서 “자동차 동력원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상품성, 코스트, 연료의 가격과 공급 인프라, 항속거리 등을 고려하면 기존의 내연기관이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가지므로 2030년에도 80% 이상의 주력 동력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도 당시 언론에 소개됐다.

내연기관차와 미래차는 이제 과도기의 첫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내연기관차 비율이 압도적이지만 전기차 등을 비롯한 미래차 행보가 빨라진 것도 분명한 사실. 올해 발표된 그린뉴딜 정책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와는 상황이 달라진 부분도 있다. 그러므로 미래차 시대는 과거의 예상보다 한 발 빠르게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

‘줄여야 산다’ 3편에서는 자동차 연료를 바꾸기 위한 국내와 해외의 실제 사례들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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