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나 빅테크 업체서 은행이 수행하는 주요 기능 수행 가능해질 것”

은행과 빅테크의 디지털 패권전쟁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누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제공하느냐에 갈린다고 분석됐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은행과 빅테크의 디지털 패권전쟁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누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제공하느냐에 갈린다고 분석됐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금융이 디지털을 주도하던 시대에서 디지털이 금융을 주도하는 빅테크 시대가 오면서 은행과 빅테크의 디지털 패권전쟁의 닻이 올랐다. 빅테크가 여·수신을 기반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보관하는 은행의 고유역할까지 위협하면서 맞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은행과 빅테크는 오픈뱅킹 등으로 고객이동이 가팔라진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뺏지 않으면 빼앗기는’ 디지털 패권을 쥐기 위한 새판을 짜고 있다. 승패는 누가 고객에게 많은 부가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7일 ‘2020년 하반기 이사회 워크숍’에서 디지털 플랫폼 핵심전략을 재구상하고 새로운 이를 위한 전담조직 ‘룬샷 조직’을 출범시켰다. ‘룬샷 조직’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활을 걸고 내놓은 직속 조직이다.  

‘룬샷(Loon Shot)’은 최근 출간된 도서 룬샷으로부터 유행한 용어로 전쟁에서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을 말한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룬샷 조직을 통해 기존의 금융 플랫폼과 차별화된 신한만의 디지털 플랫폼과 컨텐츠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룬샷 조직’ 주도하에 만들어질 신한금융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은 기존 금융 플랫폼과 차별화를 위해 비금융 관점에서 Traffic을 확보할 수 있는 컨텐츠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은 다양한 소비자와 생산자를 하나로 연결하고 큰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한다는 제안이다.

신한금융은 앞서 지난 2014년부터 선제적으로 빅데이터 등에 관심을 두고 2017년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녹취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AI기반의 고객별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등 발 빠른 디지털 전환을 이뤄왔다. 이번 룬샷 조직은 이제까지 은행권이 선보인 디지털금융 외에 진화된 디지털 전략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빅테크가 은행 고유의 업무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김정훈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금융업의 구조 변화 (I)’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언택트 수요가 확산되면서 디지털금융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디지털금융 리더쉽을 선점하려는 기존 금융기관과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출범한 ‘디지털금융 협의회’는 금융기관과 빅테크 사이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신호로, 디지털금융은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이며,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빅테크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뜻하는 말이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하다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디지털 패권전쟁 준비하는 은행권 ‘빅테크를 넘어선 수준으로’

보고서의 진단처럼 은행과 빅테크간 경쟁은 이미 달아올랐다. 신한금융그룹이 룬샷조직을 통해 디지털 패권전쟁의 승기를 잡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우리금융그룹 또한 디지털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판을 꾸렸다.

지난달 18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비대면 경영협의회에서 “디지털 혁신은 그룹의 생존 문제”라면서 디지털 혁신을 일선에서 직접 지휘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디지털 혁신 슬로건인 ‘Digital First, Change Everything’을 주문하고 디지털 부문 운영체계 전반을 ‘빅테크 수준 이상의 자율성’을 갖는 조직으로 상향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또 우리금융남산타워를 디지털 집중거점으로 지정하고 제 2사무실까지 손수 마련해 매일 오후 상주한다. 

금융지주의 디지털 새판 짜기는 빅테크의 성장을 의식한 선제적 조치로 분석된다. 손태승 회장은 “매월 회의를 열고 수시로 보고를 받아 왔지만, 디지털 환경의 변화 속도는 일일 단위로 점검해도 부족할 정도”라고 바라봤다.

◇빅테크, 압도적 점유율로 위협…은행 여신업무까지 넘보는 중 

디지털 패권을 쥐기 위해 은행에서 새판을 꾸리는 것만큼 빅테크는 IT기술에서 앞서가며 여·수신의 부재를 극복하고 있다.

먼저 빅테크 대표 네이버의 약진이 눈에 띈다. 네이버통장을 통해 적립금을 충전하고, 네이버페이를 통해 연결된 계좌로 즉시송금이 가능해진 데다, 하반기 독자적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한 중금리대출까지 시행까지 예고하면서 은행의 여신영업 업무까지 넘보고 있다. 수신기능이 없을 뿐 소비자의 생활과 밀접한 금융거래는 지원하며 디지털 고객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5일 미래에셋대우와 제휴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형식으로 출시된 ‘네이버통장’은 출시 100일 만에 44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카카오페이의 질주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 가입자 수는 4천만명에 달한다. 국민 4명중 3명이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거래액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거침없는 성장은 지속될 것’ 보고서에서 카카오페이의 2020년 거래액이 7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자본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달리 카카오페이는 IT기반이라 매출이 늘면서 비용은 고정되기 때문에 손익구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동희 연구원은 “은행의 NIM 비즈니스는 자본을 계속 투입해야 같은 마진율 하에서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나, 카카오페이는 IT 기반이라 매출이 늘면 비용은 고정돼 이익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페이의 핵심 경쟁력은 금융기술에 대한 리더십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생체인식 기술(안면인식) 확보 △차세대 신용평가 모델 개발로 비금융정보로 씬파일러들에 금융 상품 제공 △리스크 관리 시스템 및 머신러닝 기반의 오류 상황을 자동 인지 시스템 적용 등이 있다.

더불어 내년에는 보험, 대출 등의 금융 비즈니스 본격화를 위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몸집을 본격 확장한다.

◇가격경쟁선 빅테크가 유리, 쟁점은 ‘더 많은 부가가치 제공’

빅테크의 급진적인 성장은 잠재고객 확보에서도 은행을 추격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의 고객수는 3482만명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고객수는 각각 3016만명, 3559만명에 달한다. 은행입장에선 고객은 한정적인데 반해 경쟁사만 늘어난 셈이다.

빅테크의 이 같은 성장은 은행의 영업기반 축소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수익성 부담이라는 숙제를 안겨줬다.

한국신용평가는 디지털화에 뒤쳐지는 은행은 리테일 영업기반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카카오뱅크의 빠른 성장에서 보듯이 개인은 디지털화에 민감하게 반응 하며 디지털 수요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은행은 고객과의 접점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핀테크 리더쉽을 사수하기 위한 기존은행의 디지털 전환비용 또한 수익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구글페이, 아마존 렌딩 등 빅테크와의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미국 대형은행은 총영업비용의 18.3%를 IT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반면, 국내은행은 예산의 10.6%만을 IT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국내은행이 미국 대형은행 수준으로 IT비용을 지출한다고 가정할 경우, 2019년 0.59%이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8%로 약 2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비용 외에도 점포나 대규모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발생한다. 디지털 전환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빅테크와의 가격경쟁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된다는 지적이다.

김정훈 연구원은 “앞으로의 은행업은 Tech-driven Bank에서 Bank Licensed Fintech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Bank Licensed Fintech란 핀테크나 빅테크 업체 누구나 은행이 수행하는 주요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업에서 핀테크가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이는 데이터 활용이 핵심인 디지털금융에서 신용정보가 은행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향후 디지털 패권전쟁의 승패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누가 고객에게 더 많은 부가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김정훈 연구원은 “향후에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에게 더 큰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자가 더욱 많은 정보를 갖게 될 것이며, 이는 더 빠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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