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한편이 불러온 효과…2018년 쓰레기 대란
국내 연간 46만9200톤 비닐봉투 소비…한반도 70% 덮을 양
생분해성 비닐 단점 보완 기술부터 폐비닐 재활용한 다양한 제품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격한 인구의 증가와 산업화로 그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기후변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그 여파로 여태까지 겪지 못한 폭염과 폭우를 경험하는 지역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장 추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시베리아 기온은 역대치를 기록했고 옆 나라 일본도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다. 인도양의 수온 변화로 호주는 ‘최악의 산불’을 경험했으며 반대편인 아프리카 지역은 ‘메뚜기떼’로 식량난에 직면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올해 장마의 원인을 환경오염 중 하나인 기후변화로 꼽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인류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가장 좋은 방안은 오염의 원천을 없애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인류는 당면한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책, 영화 등에서 소재로 사용한 환경문제를 가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 속 기술을 소개한다. 그 여섯 번째 기술은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를 통해 본 비닐 문제와 이를 활용하는 흥미로운 기술들이다. [편집자 주]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 포스터. (네이버 영화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 포스터. (네이버 영화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인류를 생존을 위해 매일 막대한 양의 쓰레기(폐기물)를 배출한다. 우리가 소비하는 각종 상품은 생산 과정부터 판매, 소비 등을 거쳐 다양한 쓰레기를 양산한다. 공장에서 어떤 상품을 생산하면 이 과정에서 다량의 산업 폐기물이 나온다. 이를 구입한 소비자는 상품을 사용하기 위해 비닐, 플라스틱, 종이 등 각종 포장재를 버리게 된다. 본연의 상품도 마찬가지다. 사용가치를 잃으면 곧 쓰레기로 변모하게 된다. 이렇듯 인류는 쓰레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 플라스틱과 비닐에 쌓여 사는 아이들…‘플라스틱 차이나’

근래에는 ‘쓰레기 대란’이란 용어가 익숙한 말이 됐다. 플라스틱과 비닐, 종이, 스티로폼 등 쓰레기가 처치 곤란할 정도의 상황에 이르면 ‘제2의 쓰레기 대란 발생’이란 말이 인터넷에 흔히 등장하곤 한다.

2018년 등장한 쓰레기 대란은 전 세계의 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수입하던 중국이 이를 금지하면서 불거졌다. 중국으로 넘어가지 못한 각종 재활용 폐기물이 국내에 쌓이자 폐지, 비닐, 플라스틱 등의 가격이 폭락했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던 국내 재활용업체들은 수거를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태의 중심에는 81분짜리 분량의 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왕구량 감독의 ‘플라스틱 차이나’가 그것이다. 해당 다큐멘터리가 나오자 중국은 외국에서 수입하던 플라스틱 등 각종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수입 금지조치를 내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칭다오 옆 마을의 재활용 공장에서 일하는 두 가족의 삶을 담고 있다. 공장주인 쿤과 직원 펑의 가족들. 그들이 사는 집이자 재활용 공장은 세계 각지에서 수입돼 들어온 재활용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 한국,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각종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하는 게 이들의 일이다. 그리고 영상 곳곳에는 플라스틱 종류의 하나인 비닐이 가득하다. 이들은 재활용이 될 만한 비닐을 따로 모아 처리해 판매하는 게 주 수입원인데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 역시 일손을 돕는다. 

이러한 쓰레기는 이미 아이들의 생활에서 일상이 됐다. 주위에 있는 비닐로 불을 지펴 요리하고 쓰레기 더미에서 각종 장난감을 찾는 어린이들.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각종 쓰레기의 종착역이 바로 이곳이다.

사진은 영농폐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폐비닐. 해마다 6만톤가량의 농촌 폐비닐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 영농폐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폐비닐. 해마다 6만톤가량의 농촌 폐비닐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비닐봉투 연간 소비량 한반도 70% 덮을 수 있어

플라스틱 차이나를 본 많은 이들은 아마 영상이 흘러갈수록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얼굴과 대조되는 쓰레기는 결국 ‘내가’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저 버리기에만 바빴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전하기도 한다.

문제는 재활용 쓰레기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아이들과 모습은 다르지만 우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리 역시 눈에 보이진 않지만 비닐 쓰레기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의 '일회용의 유혹,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은 1인당 연간 소비량 11.5㎏의 플라스틱을 소비한다. 이 중 비닐봉투는 9.2㎏을 차지하며 개수로 따지면 총 460장을 사용하고 있다. 연간 소비량으로 보면 비닐봉투는 연간 46만9200톤으로 235억장 사용한다. 이는 한반도의 약 70%를 덮을만한 수준이다.

이와 달리 유럽(2010년 기준) 주요국의 1인당 비닐봉투 사용량을 보면 핀란드는 4장에 그쳐 우리나라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가 250장, 스페인 120장, 독일 70장, 아일랜드 20장으로 우리나라의 비닐봉투 소비량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소각되거나 방치, 매립되는 폐비닐도 존재한다. 농촌 폐기물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폐비닐이 그것인데,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최근 4년간 농촌 지역에서 발생한 연평균 약 32만톤의 폐비닐이 발생했다. 이중 약 6만톤가량이 사각지대에 놓여 불법적으로 방치되거나 소각, 매립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라면봉지 등 폐비닐을 활용해 만든 가로수 보호판 시공 전후 모습.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라면봉지 등 폐비닐을 활용해 만든 가로수 보호판 시공 전후 모습.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비닐을 활용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이용이 급증하자 이를 포장하는 비닐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유가하락과 수출 감소로 유가성(有價性)이 적은 폐비닐이 지속적으로 적체돼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비닐 사용량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이와 함께 우리가 비닐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간, 비닐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인 생분해성 비닐봉투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도 개발돼 시중에 쓰이는 석유계 비닐봉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황성연‧박제영 박사는 바이오플라스틱(PBS) 기반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를 개발했는데, 이는 100% 생분해되며 기존 비닐봉투와 비교해 인장강도가 2배나 높다.

기존의 바이오플라스틱은 비닐봉투의 튼튼한 정도를 일컫는 인장강도가 약해 쉽게 찢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목재펄프와 게 껍질에서 추출한 보강재를 첨가해 해결했다.

특히, 연구진이 개발한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의 인장강도는 65~70MPa을 기록했다. 이는 질긴 플라스틱의 대명사로 낙하산과 안전벨트 소재로 사용되는 나일론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에 시중에 쓰이는 석유계 비닐봉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외로 국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아이디어로 폐비닐을 활용하는 예도 찾아볼 수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정책기반 공공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가로수 보호판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가로수 보호판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폐비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분리 배출한 라면 봉지 등 폐비닐을 수거해 선별·용융·분쇄·사출 등의 공정을 거쳐 제작됐다. 가로수 보호판 1개를 제작하는데 라면 봉지 약 3645개 분량의 폐비닐을 사용해 환경보호는 물론 철강(압연강) 등으로 만들어진 기존 가로수 보호판 보다 가격은 51%에 불과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기도 했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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