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유통 공룡’ 롯데 vs 신세계
관광명소 해운대 둘러싸고 벌어진 ‘호텔 대전’
서울도, 제주에서도...여전히 이어질 경쟁
같은 업종서 경쟁하더니...상속세 사연도 닮아?
선의의 경쟁으로 국내 산업계 긍정 영향 미친다

‘엘 클라시코’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펼치는 매치를 뜻합니다. 두 팀은 전통의 명문 구단이자 오랜 라이벌로 통해서 이 매치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합니다. 경기 내용은 매우 치열하고 때로는 그라운드에서 거친 행동이 오가기도 합니다.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라는 뜻입니다. 치열하게 다투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도 펼치는 사이겠지요. 얄궃은 운명 때문에 누군가는 1등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나 자질을 갖추고도 늘 2등에 머물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기 싫은 상대’를 표현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재계에도 라이벌이 있습니다.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거나, 서로 비슷한 상황 또는 처지에 놓여서 늘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 역시 ‘엘 클라시코’에 나선 선수들처럼 어떻게든 상대를 꺾기 위해 치열하게 다툽니다.

재계의 라이벌들은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를 쌓았을까요. 그들은 지금 어느 분야를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에는 관계가 어떻게 변할까요. 국내 재계 대표 라이벌들의 사연과 치열했던 다툼을 소개합니다. 네 번째는 여러 업계를 넘나들며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는 롯데와 신세계입니다. [편집자 주]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각사 제공,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각사 제공,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유통가에서는 ‘영등포’ 전쟁이 한창이다. 강남이나 홍대 등 전통적인 주요 상권이 아닌 영등포에서 어떤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다툼의 주역은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그리고 각자 내세운 무기는 ‘백화점 리모델링’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영등포에서 ‘MZ세대 대표 백화점’ 타이틀을 놓고 경쟁 중이다 있다. 영등포는 2030세대 소비자들의 방문이 많은 곳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영등포점 전면 리뉴얼을 마친 가운데, 롯데백화점 역시 영등포점 재단장에 한창이다. 이들은 영등포가 ‘타임스퀘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훨씬 전인 약 30여년 전부터 이곳에서 경쟁을 벌여왔다.

이곳은 기존의 백화점과 사뭇 다른 공식으로 소비자들을 만난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전은 1층에 식품 전문관을 열고 리빙관 건물 한 동 전체를 리빙 제품으로만 채웠다. '1층=화장품과 명품'이라는 백화점의 오랜 공식을 깬 행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도 1층 화장품 매장을 3층으로 옮기고 1층은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매장들로 채워갈 계획이다.

◇ 관광명소 해운대 둘러싸고 벌어진 ‘호텔 대전’

영등포에서 국내 두 유통 거물의 행보가 화제되기 전, 지난 여름 부산에서도 두 그룹을 둘러싼 흥미로운 소식이 들렸다.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 해운대에서 호텔로 맞붙는 그림이었다. 롯데가 해운대에 시그니엘 부산을, 신세계조선호텔이 새로운 독자브랜드를 앞세워 그랜드조선 부산을 런칭하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부산 대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실제 두 호텔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600미터 남짓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온라인에서의 경쟁에 이어 호텔 시장에서도 서로 맞붙고, 그 위치가 국내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부산 해운대여서 호사가들의 관심을 샀다.

경영자들의 행보도 관심을 끌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7월 14일 시그니엘 부산을 직접 방문했다. 정 부회장은 그랜드 조선 부산 개장을 앞두고 개인 SNS에 시그니엘 부산이나 신규 호텔 개발지 등을 직접 점검한 사진을 올리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신동빈 부회장은 그랜드조선을 방문하지는 않았으나 '벨메르 바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방문해 경쟁업체 탐방에 나선 바 있다. 시그니엘 부산은 그랜드조선 부산에 비해 객실 가격 등이 다소 높고 ‘6성급 호텔’을 표방하는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행 업계가 적잖은 타격을 입은 가운데, 국내 주요 유통기업이 해운대 호텔 투자를 진행하면서 당시 업계는 두 기업의 행보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했다.

◇ 서울도, 제주에서도...여전히 이어질 호텔 경쟁

롯데는 시그니엘 브랜드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시그니엘 부산 오픈 당시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첫 번째 호텔인 시그니엘 서울을 소개하면서 “국내 호텔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두 곳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동시에 배출해 내며 아시아 최고의 6성급 호텔로 우뚝 섰다”고 자평했다.

시그니엘 부산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411.6m 높이의 엘시티 랜드마크타워 3~19층에 총 260실 규모다. 1:1 에스코트 체크인과 웰컴티 서비스 등은 물론 투숙객 전용 라운지 서비스와 무료 셔츠 프레싱·슈폴리싱 서비스 등의 섬세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그랜드 조선 부산은 다양한 시설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강점이다. 어린이 맞춤 서비스, 여행물품 대여 서비스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그랜드 조선 제주 개관도 준비 중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제주에서도 지근거리에서 경쟁을 펼치게 될 예정이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과거 켄싱턴 호텔 제주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중문 관광단지에 있으며 제주 롯데호텔과 매우 가깝다.

물론 이들이 일부러 경쟁 업계의 지역에서 자리싸움을 벌인다고 볼 수는 없다. 유명 관광지에 시설 좋은 호텔이 들어서는건 당연한 일이므로 자연스레 대기업간의 경쟁이 펼쳐진다고 봐야 한다. 다만 결과적으로, 롯데와 신세계는 해운대에 이어 제주 중문에서도 호텔 경쟁을 펼치게 됐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최근 호텔 관련 적극 행보를 이어가면서 이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롯데와 신세계는 서울 을지로와 명동에서 비즈니스 호텔, 강남과 잠실 라인에서는 고급 호텔로 꾸준히 경쟁을 이어가게 된다.

강남신세계/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자료
롯데와 신세계는 처한 풍경과 상황도 비슷하다. 온라인 강세와 비대면 언택트 경향에 따른 유통업계의 위기,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IT기업과의 온라인 유통 경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업 위축으로 인한 호텔 업계의 달라진 풍경 등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사진은 강남 신세계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같은 업종서 경쟁하더니...상속세 사연도 닮았다?

롯데와 신세계가 맞붙는 또 다른 지점도 있다. 면세점 업계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신라면세점과 더불어 국내 3대 면세점으로 꼽힌다.

이 둘을 둘러싼 흥미로운 조사가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뉴스와 커뮤니티 등 12개 주요 채널 22만개 사이트에서 면세점 관련 정보량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은 롯데면세점이 신세계면세점보다 더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반면 면세점의 순호감도는 신세계가 롯데보다 높았다. 매출액이나 순이익 등 경제적인 성과를 분석한 조사는 아니지만, 온라인에서 어떤 방식으로 언급되는지를 조사한 자료여서 또 다른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앞서 언급된 얘기와는 결이 다소 다를 수 있으나, 최근에는 상속세 관련 이슈를 둘러싸고도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이 각각 언론에 언급되는 일도 있었다.

한국경제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지난 9월 28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했다. 정 부회장에게 돌아가는 이마트 주식은 3200억원, 정 사장이 받게 되는 신세계 주식은 1700억원 상당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에게 2000억원, 정 사장에게 1000억원 안팎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3000억 규모의 상속세 소식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상속인 4명도 지난 7월 말 국세청에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그룹 계열사 지분과 토지 등 상속 재산을 신고했다. 아직 정확한 세액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들 역시 대주주 할증(20%)과 상속세율을 반영해 약 3000억원을 납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래저래 여러 소식에서 롯데와 신세계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사례여서 호사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 선의의 경쟁으로 국내 산업계 긍정 영향 미친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와 이마트, 롯데아울렛과 신세계아울렛을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재계의 오랜 풍경이다. 여기에 호텔을 둘러싼 최근의 경쟁이 더해진 모양새다.

롯데와 신세계는 처한 풍경과 상황도 비슷하다. 온라인 강세와 비대면 언택트 경향에 따른 유통업계의 위기,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IT기업과의 온라인 유통 경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업 위축으로 인한 호텔 업계의 달라진 풍경 등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신동빈 회장은 임직원에게 추석 연휴에 읽을만한 좋은 책으로 ‘그로잉 업’을 추천했다. 이 책은 차석용 부회장이 LG생활건강을 성장시킨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SNS를 통해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의 ‘초격차 : 리더의 질문과 투자의 모험’ 등을 연휴 추천 도서로 소개했다. 롯데 회장은 LG 관련, 신세계 부회장은 삼성 관련 내용을 읽고 추천한 셈인데 재계에서는 경영자들이 국내 타 기업과 관련된 내용을 공식적으로 주변에 소개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이례적인 모습조차 닮았던 최근 사례다.

유통에서 시작해 호텔 등 여러 곳으로 번진 롯데와 신세계의 선의의 경쟁이 국내 산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잠실 롯데 본사 타워/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타워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