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먹다 버린 약이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가정에서 먹다 남은 약을 약국으로 가져간다. 어차피 버리는 건 마찬가진데 왜 약국으로 가져가서 버려야 할까?

바로 폐의약품으로 인한 환경오염 때문이다. 쓰고 남은 약의 화학 성분이 변기 싱크대로 버려지면 폐수에 섞여 하천으로 유입된다. 종량제 봉투에 버리게 되면 쓰레기 매립 등으로 토양에 흡수되면 생태계 교란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오·폐수에 섞인 약은 하수처리장을 거쳐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결국 항생제와 같은 물질이 강으로 유입돼 물고기 기형의 원인이 되고, 오염된 땅에서 난 식물들이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오기도 한다. 프랑스 베르톨레 지역에서는 스테로이드 생산 공장에서 흘러나온 약물로 주변 하류 물고기의 60%가 중성으로 변한 사례도 있었다. 폐의약품을 버릴 때는 처리 시 올바른 처리 방법을 숙지해 배출해야 하는 이유다. 

◇ 수거된 약, 어떻게 버려지나

 
세종시가 관내 130개 약국에 설치한 폐의약품 수거함 (세종시 보건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먹다 남은 약은 약국에 가져가거나, 약국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리면 된다. 사진은 세종시가 관내 130개 약국에 설치한 폐의약품 수거함 (세종시 보건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먹다 남은 약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약국에 가져가거나, 약국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리면 된다. 폐의약품 수거 체계는 지난 2009년 환경부, 보건복지부, 대한약사회 등 7개 기관이 마련했다. 약국에 폐의약품을 배출하면, 약국은 이를 보건소로 보내 소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후 2017년 환경부는 폐의약품을 폐기물관리법상 질병이나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생활계 유해 폐기물’로 규정하고, 생활폐기물과 분리해 폐의약품을 수거·소각하도록 제도화했다.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먹다 남은 약은 약국이나 보건소에만 버릴 수 있게 됐다. 폐의약품을 버릴 때는 알약의 경우 내용물만 따로 분리해 가져가고, 남은 포장재는 각자 분리수거한다. 가루 날림이 있거나 특수 용기에 담겨있는 제품은 그대로 가져가면 된다. 

처방약의 경우 약포지를 뜯을 필요 없이 그대로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처방약이 아닌 일반 정제는 약이 들어 있는 포장지를 제거해 캡슐이나 알약만 따로 비닐에 모아 밀폐 후 배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럽제는 약물을 한 병에 모은 다음, 새지 않도록 밀봉 후 배출한다. 

연고와 안약은 겉 상자만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고, 튜브나 플라스틱 통 그대로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이렇게 올바르게 수거된 약들은 두 달에 한 번, 보건소에서 '폐의약품 수거의 날'을 지정하여 지역 내 약국의 폐의약품까지 모두 수거한 후 소각 처리된다. 

◇ 약, 유통기한이 따로 있다?

약 사용기한 (이민선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약 제형별 사용기한 (이민선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렇다면 어떤 약을 버려야 할까? 가정상비약이나 처방약의 경우 유효(사용)기한을 확인하지 않고 먹지만, 유효기한이 지나면 약의 효능이 떨어지거나 독성이 강해져 먹어도 약에 대한 내성만 생길 수 있다.

약의 유효기간은 종류별로 다르지만 보통 약국에서 구매하는 약은 포장된 박스 겉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스를 잃어버린 경우라면 약병이나 튜브에 표시가 되어 있기도 하고, 개별 포장돼 있는 약은 뒷면 윗부분이나 끝에 적혀 있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나와 있는 부분을 마지막에 먹는 것이 좋다. 

조제약의 경우 따로 유통기한이 적혀 있지 않지만, 처방 후 한두 달 정도로 보면 된다. 약 봉투를 감싸는 종이가 얇아 공기와 습기가 노출되기 쉽고,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고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알약의 유통기한은 조제된 날짜로부터 2개월 정도다. 조제 과정에서 공기와 접촉하는 시간이 긴 가루약은 1개월 이내, 시럽 약은 2~3주 안에 먹어야 한다. 

연고제나 안약의 경우 개봉하게 되면 공기와 신체와 맞닿기 때문에 유효기한 내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연고제는 6개월, 안약은 1개월 안에 쓰고, 남는 것은 버리도록 하자. 

유효기한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약을 버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알약은 코팅이 녹아 있거나 외형이 변형됐다면 복용하지 않고 버리는 것이 좋다. 크림이나 연고류가 딱딱하게 굳어 버렸거나 오염이 된 경우, 시럽이나 가루약의 경우 색이 변했다거나 덩어리가 생겼다면 복용하지 않고 버려야 한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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