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경은 ‘트렌드’가 아니다
[기자수첩] 환경은 ‘트렌드’가 아니다
  • 이한 기자
  • 승인 2020.10.0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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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적인 생산과 소비, '당연한' 가치 되어야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기사를 읽고 유튜브로 영상을 본다. 인스타와 페이스북에서 지인의 소식을 접하고, 아이돌 그룹이나 스타와 관련된 콘텐츠는 트위터에서 본다. 2020년 ‘네티즌’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기자가 좀 더 자주 들여다보는 곳들이 있다. 다음카페 인기글과 여러 곳의 커뮤니티다. 취미로 보는 건 아니고,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관심 갖는 소식이 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어떤 컨텐츠를 재밌어하고, 무엇에 화를 내고, 어떤 뉴스에 마음을 움직이는지 관찰하려면 되도록 많은 곳을 ‘눈팅’하는 게 좋다.

요즘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는 콘텐츠가 있다. 환경 관련 소식이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내용, 바다가 오염되고 있으니 외면하지 말자는 내용, 기후변화로 동물들의 생태계가 위협받는다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한다. ‘환경오염’은 최근 몇 달 사이의 이슈가 아니라 인류의 오랜 과제였지만, 요즘은 젊은세대 네티즌들을 포함한 소위 ‘밀레니엄’ 소비자 사이에서 분명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슈다.

기자만 느낀 감정이 아니다. IT기업 등에서 주로 근무했던 한 마케팅 컨설턴트는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게 맞는지 모르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나 실천이 요즘은 ‘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외국계기업 아시아 지사에서 근무하는 한 소비자는 지난 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요즘 환경 인기 많잖아”라고 말했다. 환경이 인기가 많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 소비자는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이슈 중심으로 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으로 여러 제안이 들어왔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매주 한번씩 환경 관련 소식을 전해달라는 내용, 환경과 경제를 주제로 책을 출간하자는 제안,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의견을 구하는 질문도 있었다. 이런 제안들을 보면 기자 역시 ‘요즘 소비자들이 환경에 관심이 많구다’라고 느꼈다.

물론, 아직 갈길은 멀다.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재활용품 분리배출의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거나 그 원칙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기사를 위해 요즘 ‘잘못 버려진 쓰레기 풍경’을 틈틈이 촬영하는데, 지금까지 찍어둔 사진만 가지고도 앞으로 한달은 너끈할 정도다.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지구와 환경에는 아무런 미래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희망도 본다.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가방에 넣는 초등학생도 봤고, 동네 쓰레기 사진을 찍고 다니는 기자에게 ‘좋은 일 한다’며 음료수를 건네던 주민도 만났다. 쓰레기 무단투기 하는 사람을 봤다고 고발(?)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추석 연휴기간에는 독자가 이메일로 제로웨이스트숍을 제보했고,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기사를 아이에게 읽어줬다’며 ‘읽어주는 환경뉴스’ 연재를 중단하지 말아달라는 전화도 받았다.

환경이 ‘힙’하거나 ‘인기’ 있다는 얘기는 불편하다. 유행이라는 건 타올랐다가 이내 사그러드는 불길과도 같은데, 환경에 대한 관심은 그런 시선으로 보면 안된다고 느껴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환경이고, 우리 모두의 일상과 소비가 곧 다른 누군가의 환경이다. 소비자의 삶 뿐만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 사용이 끝나 버려지거나 재사용되는 모든 물건들도 모두 환경이다. 유행처럼 반짝 관심가질 분야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소비자는 물론이고 기업과 기관과 정부가 모두 환경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라고 준엄하게 꾸짖기만 할 게 아니라, 쓰레기를 제대로 버릴 수 있는 공간과 제도, 그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수거해 처리하는 자원순환 구조를 더욱 다져야 한다.

기업은 싸고 생산이 쉬운 소재가 아니라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고 지속가능한 소재를 꾸준히 적용해야 한다. 제품을 많이 팔고 매출 대비 이익률을 높이는데만 주력할 게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생산해 뒤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더 연구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그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지 살펴야 한다. 좋은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환경부와 기업이 맺은 환경관련 협약들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환경운동연합의 어제자(10월 7일)지적이 가슴에 콕 하고 박힌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앞으로도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꾸준히 점검한다. 플라스틱 사용이 많은 기업을 골라 환경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들의 모습에만 그치지 않고,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해야 할 지자체와 정부의 모습들을 폰카로 찍어 공개한다. 소비 트렌드와 마케팅 키워드가 환경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환경적으로 잘하는 기업들은 뭘 했고, 환경적으로 못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뭘 잘해야 하는지 꾸준히 취재할 계획이다.

환경이 ‘힙’하거나 ‘인기있는’ 키워드가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삶에서 절대로 분리할 수 없는 가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환경적인 생산과 소비가 '힙스터'들의 앞선 실천이 아니라 모두에게 당연한 일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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