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열 한번째 사진은, 편리하게 이용하라면서 여럿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전동킥보드 4대가 주차되어 있는 서울 송파구 한 편의점의 모습. 보행자들의 통행이 불편할 뿐 아니라 택배함을 사용하기도 불편하다. (이한 기자 2020.10.05) 그린포스트코리아
전동킥보드 4대가 주차되어 있는 서울 송파구 한 편의점의 모습. 보행자들의 통행이 불편할 뿐 아니라 택배함을 사용하기도 불편하다. (이한 기자 2020.10.05)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편리미엄’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으로 김난도 교수 등이 집필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에서 처음 소개됐다. 최근 공유경제의 핫 아이템 중 하나인 전동 킥보드도 누구나 편리하게, 원하는 시간만큼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그런데 전동 킥보다는 타는 사람만 편리하다. 전동 킥보드 때문에 여러 사람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인도로 달리거나, 아무데나 세워놓거나, 골목길이나 차도 곳곳에서 제법 빠른 속도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각에서는 전동 킥보드를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라니에 빗대 ‘킥라니’라는 속어로 부르기도 한다.

사진 속에는 또 하나의 편리미엄 키워드가 있다. 편의점 택배함이다. 그런데 저기서 택배를 받으려면 참 불편하겠다. 전동 킥보드 네 대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주차되어있으니 말이다. 저기는 수맣은 보행자가 걸어다니는 도로고, 바로 옆은 어린이보호구역이며 맞은편엔 초등학교가 있다. 보행자의 길을 막고, 편의점 택배함을 가로막고,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전동 킥보드는 과연 편리한 물건일까?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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