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 신차판매 금지”...내연기관차 줄이기 나선 해외 사례
보스턴에서 찾은 숙제, 전체 교통량 70%가 혼자 탄 자가용
글로벌 자동차 기업 앞다퉈 시장 진입...친환경차 미래는?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여덟 번째 시리즈는 휘발유를 태워 달리는 내연기관차에 관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내연기관차는 최근 환경오염의 주범 취급을 받고 있다. 주요 기업과 기관들이 앞다퉈 휘발유차와 경유차의 감축을 언급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내연기관차는 최근 환경오염의 주범 취급을 받고 있다. 주요 기업과 기관들이 앞다퉈 휘발유차와 경유차의 감축을 언급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줄여야 산다’ 여덟 번째 시리즈 주제는 ‘교통’이다. 물론 너무 뭉뜽 그려진 단어다. 환경을 지키자고 모든 교통을 줄일 수는 없다. 비대면 언택트 경향이 강화되고 재택근무가 늘어난대도 미래 인류의 교통 수요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번 시리즈에서 다룰 주제는 휘발유나 경유를 태워 달리는 내연기관차다.

내연기관차는 최근 환경오염의 주범 취급을 받고 있다. 주요 기업과 기관들이 앞다퉈 휘발유차와 경유차의 감축을 언급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 최근의 주요 사례를 보자. 지난 9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035년부터 가솔린 등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차를 캘리포니아에서 신차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5일 ‘팬데믹이 앞당기는 美 재생에너지 시대’라는 제목의 글에서 “캘리포니아주는 2045년까지 100%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내연기관차로 인한 탄소 배출이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되자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중단 장기 계획까지 내놨다”고 소개했다.

◇ 내연기관차 줄이기 나선 해외 주요 국가들

미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내연기관차 줄이기 행보에 나섰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2025년, 독일과 이스라엘, 그리고 인도는 2030년, 영국이 2035년,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대만은 2040년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 금지키로 했다. 국내도 내연기관의 판매 금지 시기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은 2030년까지 시내에서 경유나 휘발유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예정된 프랑스 파리는 2025년까지 시내버스 4700여대 모두를 전기차나 바이오 연료 차량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파리시 당국은 1∼4구에선 차량통행을 원칙상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조치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2035년부터 전기·수소차만 등록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고 내연기관차의 사대문 안 녹색교통지역 내 통행을 제한키로 했다.

완성차 업체에서의 전기차 전환은 정말로 이뤄질까? 테슬라는 최근 ‘배터리데이’를 통해 앞으로 3년 안에 2만 5000달러짜리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4~5년 안에 전기차 가격을 3000만원 미만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친환경 미래차 출시를 꾸준히 늘려가는 추세다.

◇ “전체 교통량의 70%가 운전자 혼자 탄 자가용”

내연기관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방향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통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이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시선, 그리고 현대 도시인들의 교통수단 이용이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인 과정으로 이뤄진다는 시선이다.

상징적인 장면을 통해 그 이면을 살펴보자. 포르쉐가 지난해 3월 자사 매거진을 통해 소개한 사례다. 보스턴대학 지속가능한 에너지연구소 폭스 페너 소장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보스턴에는 70만명이 거주하며 보스턴을 생활권으로 두는 인구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약 450만명으로 늘어난다.

보스턴의 교통을 보자. 평일 기준 최대 100만명의 사람들이 자가용으로 통근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3명 중 1명이다. ‘글로벌 트래픽 스코어 카드’에 따르면 보스턴 운전자들은 연간 164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 이는 뉴욕(133시간)이나 LA(128시간)보다 길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보스턴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대부분이 매일 도심을 오가는 차에서 나온다. 전체 교통량의 70%가 자가용이고 대부분 내연기관차다. 게다가 운전자 혼자 타고 있는 차가 가장 많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보스턴 인구는 꾸준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50년까지 46만대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매거진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차 운행을 감소시키는 건 필수”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보스턴은 차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차로 운행하도록 할 계힉”이라고 밝혔다. 전체 교통량의 대부분이 내연기관차고 그 차들을 대부분 운전자 혼자 타고 다닌다는 게 문제다. 보스턴 특유의 이슈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도시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얘기다.

출퇴근길 도심 교통량의 대부분은 자가용 승용차고, 그 차들은 운전자 혼자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모하는 에너지 대비 효율성 문제, 그리고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진은 장난감 자동차들로 연출한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출퇴근길 도심 교통량의 대부분은 자가용 승용차고, 그 차들은 운전자 혼자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모하는 에너지 대비 효율성 문제, 그리고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진은 장난감 자동차들로 연출한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글로벌 자동차 기업 앞다퉈 시장 진입...친환경차 미래는?

친환경차 시장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관련 시설과 인프라의 상요화 문제, 전기차 배터리 등을 둘러싼 또 다른 환경 문제, 최근 이슈가 되었던 화재 등 안전 관련 문제들을 점검하는 것도 숙제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대부분 전기 또는 수소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그 전기와 수소 수급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경제적·환경적 손실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미래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중요하다. 일례로 전기차와 수소차가 미래차 시장에서 어떤 점유율을 가질지도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전망하기 어렵다. 가까운 거리를 오갈 때는 전기차, 먼거리를 오가거나 대형 차량일 경우 수소전기차 위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지만 수소차가 미래 시장에서 차지할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차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물론이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기업은 물론이고 LG화학 등의 배터리 기업, GS칼텍스 등 석유 관련 기업들이 모두 미래차 시장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줄여야 산다’ 2편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이지 않을 경우 미래 지구에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점검한다. 기후변화와 교통의 관계를 지적한 목소리, 그리고 기후변화가 초래할 미래 위기에 관한 의견들이다. 이후 3편과 4편에서는 국내외 국가와 기업들의 미래차 기술 관련사례들을 살펴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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