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에 오염된 바다…목숨을 잃는 동물들
먹이사슬 과정 통해 인류에게 되돌아오는 미세 플라스틱
수명 다항 포장지에서 디젤 추출부터 플라스틱 분해하는 플랑크톤까지 관련 기술 다양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격한 인구의 증가와 산업화로 그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기후변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그 여파로 여태까지 겪지 못한 폭염과 폭우를 경험하는 지역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장 추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시베리아 기온은 역대치를 기록했고 옆 나라 일본도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다. 인도양의 수온 변화로 호주는 ‘최악의 산불’을 경험했으며 반대편인 아프리카 지역은 ‘메뚜기떼’로 식량난에 직면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올해 장마의 원인을 환경오염 중 하나인 기후변화로 꼽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인류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가장 좋은 방안은 오염의 원천을 없애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인류는 당면한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책, 영화 등에서 소재로 사용한 환경문제를 가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 속 기술을 소개한다. 그 여섯 번째 기술은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를 통해 본 플라스틱 문제와 이를 재활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술들이다. [편집자 주]

해양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 특히, 해양에 버려지거나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동물뿐 아니라 인류까지 위협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해양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 특히, 해양에 버려지거나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동물뿐 아니라 인류까지 위협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현대는 플라스틱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니 말이다. 빨대와 장난감, 스마트폰을 비롯해 고성능 2차 전지와 초극세사, 기능성 섬유, 자동차 내장재 등 현대 산업에 있어 땔래야 땔 수 없는 필수 소재가 플라스틱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내구성까지 뛰어나 산업 전반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보니 인류는 이제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플라스틱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게 된 것은 1907년으로 알려져 있다. 레오 배클랜드(Leo Baekeland)는 최초의 상업용 페놀계 수지 배이크라이트(Bakelite)를 개발했는데, 이때 플라스틱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페놀과 폼알데하이드를 혼합해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더 나아가 가공까지 쉬운 재료를 저렴하게 생산하게 됐다. 그 결과,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넘어 이제는 플라스틱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플라스틱에 따른 환경오염은 이 소재의 장점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저렴한 만큼 너무나도 쉽게 구입하고 무분별하게 버려진다. 심지어 한번 사용하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플라스틱도 부지기수다. 여기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튼튼한 내구성 때문에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 바다를 점령한 플라스틱…생사기로에 선 해양 생물

100여년 전 본격적으로 등장한 플라스틱이 생활 필수 소재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인류는 플라스틱에 의해 미래를 저당 잡혔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00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버려진 플라스틱이 분해되기도 전에 새로운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결국 플라스틱은 우리 주변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 쓰레기가 돼버렸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알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크레이그 리슨 감독의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이다.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다큐멘터리는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린 시절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에 실린 대왕고래 그림을 보고 그 매력에 빠진 저널리스트 겸 영화제작자 크레이그 리슨은 이 매혹적인 포유류를 만나기 위해 바다 탐험에 나선다. 지구상의 동물 가운데 가장 대형인 대왕고래는 그 길이가 무려 23~27m에 달한다. 무게만 해도 무려 160톤이다.

스리랑카 바다를 찾은 그는 2주간의 탐사 끝에 그토록 고대하던 대형고래와 조우하게 된다. 40년을 염원해온 꿈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크레이그 리슨과 동료들은 들뜬 마음으로 지구상 가장 큰 포유류를 수중에서 촬영하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하지만 거대한 포유류가 유영하는 바닷속 풍경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푸른빛 바다 수면에 떠다니는 쓰레기들. 기름과 한 대 엉킨 각종 플라스틱이 수면 위를 점령한 상태였다. 강에서 흘러들어왔다는 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고 수중 카메라맨 알렉스는 이렇게 말한다.

“수면에서 수심 1미터까지는 정말 끔찍하고 역겨웠습니다. 기름 덩어리에 쓰레기까지…. 지금까지 경험한 잠수 중에 최악의 환경이었습니다”

이후 이 다큐멘터리를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해양에서 사는 다양한 동물의 모습과 사람의 생활을 보여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해양 플라스틱을 먹고 살아가는 동물들이다. 마지막 숨을 거칠게 내쉬며 죽어가는 브라이드고래는 몸속에서 6㎡ 크기의 비닐 시트가 발견됐다. 소화 기관이 비닐 시트로 막혀 먹이를 먹지 못해 결국 영양실조로 숨을 거두고 만다.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녀야할 돌고래는 주둥이에 비닐봉지가 걸려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할 작은 새의 뱃속에는 200여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된다.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의 포스터. 해당 다큐멘터리를 플라스틱으로 인한 심각한 해양 환경오염을 다룬다. (다음영화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의 포스터. 해당 다큐멘터리를 플라스틱으로 인한 심각한 해양 환경오염을 다룬다. (다음영화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먹이사슬 통해 다시 인류에게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 공급되는 플라스틱 물병을 만들기 위해 2384억리터라는 막대한 석유가 소비된다. 이렇게 생산한 플라스틱 물병은 90% 이상이 단 한 번만 사용된다. 그리고 매년 미국에서만 380억개의 플라스틱 병이 폐기된다.

방영 당시 전 세계에서 생산될 플라스틱 제품은 3억톤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절반은 우리가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릴 것들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2050년 전 세계 인구가 100억명에 가까워진다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3배로 늘어나고 이 중 극히 일부만 재활용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나머지는 자연환경으로 돌아가 육지와 바다를 질병처럼 뒤덮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마치 질병처럼 번지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속에 등장하는 바다 또는 해양 생물만이 아니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따른 오염은 이제 인류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북미 대륙의 오대호 지역이 좋은 사례다. 물가를 따라 이동하는 쓰레기의 80%는 플라스틱 폐기물이며 이들은 물가에 남지도 호수 바닥에 가라앉지도 않은 채 운하와 강물을 따라 대서양으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이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곳에서 해양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이동한다.

이렇게 바다에 떠다니거나 해저에 가라앉은 플라스틱은 조각조각 갈라져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표면이 거칠고 작은 자국이 있어 물속에 떠다니는 화학물질이 달라붙게 된다. 그 결과 미세 플라스틱은 유독물질로 변하게 되는데, 플랑크톤과 유생 어류가 이것들을 먹기도 한다. 이후 일련의 먹이사슬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곳은 바로 인류다. 결국,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리에게 유독물질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해양 플라스틱 환경오염은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사진은 부산 칠산 바다에서 잡힌 아귀 뱃속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꺼내고 있는 모습. (환경운동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해양 플라스틱 환경오염은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사진은 부산 칠산 바다에서 잡힌 아귀 뱃속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꺼내고 있는 모습. (환경운동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플라스틱을 활용하고 분해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에서도 이러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를 소개한다. 열분해 처리 과정을 통해 수명이 다한 사탕과 과자 포장지 등을 디젤로 바꾸는 기술이다. 각각의 기계는 열처리 과정을 통해 매일 20톤의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처리된 플라스틱을 통해 1만8000리터에 달하는 디젤을 만들 수 있고 이는 매일 석유 113톤을 생산하는 것과 같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우선 플라스틱의 대명사인 페트병을 의약품 원료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이 있다. 페트병의 주성분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생물학적으로 전환해 유용한 소재로 바꾸는 기술이다.

한국화학연구원 김희택·주정찬·차현길 박사팀과 고려대 깅경헌 교수팀, 이화여대 박시재 교수팀은 공동으로 물을 이용해 PET를 단량체(단위 분자)로 분해하고 미생물을 이용해 유용한 소재로 바꾸는 전략을 설계했다.

먼저, PET를 마이크로웨이브 반응기에서 230℃ 조건으로 물과 반응시켜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로 화학적으로 분해했다. 수율은 99.9%에 달했다. 이어 미생물을 이용해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을 유용한 소재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테레프탈산을 갈산(92.5%), 카테콜(90.1%), 피로갈롤(20.8%), 뮤콘산(85.4%), 바닐릭산(29.4%)으로 에틸렌글리콜을 글라이콜산(98.6%)으로 전환했다.

갈산과 뮤콘산, 바닐릭산, 피로갈롤, 글라이콜산 등은 의약품과 플라스틱 원료, 방향 성분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대표적으로 갈산은 의약품(항산화제) 중간체, 뮤콘산은 플라스틱 단량체, 바닐릭산은 의약 및 화장품용 방향 성분으로 쓰인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PET 재활용 방법의 낮은 활용도를 개선하는 모델로 버려지는 PET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곰팡이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방법이 발견되기도 했다. 먼저,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은 이향범 전남대 교수팀과 함께 털곰팡이속 신종 곰팡이인 ‘뮤코 청양엔시스(Mucor cheongyangensis)’를 발견했다. 털곰팡이속 곰팡이는 단백질과 지질,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여러 가지 효소와 다양한 대사산물을 대량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해당 곰팡이가 주목되는 점은 기계 부품과 가전제품, 건축 소재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 성분의 미세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있어 플라스틱 쓰레기의 생물학적 처리에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 이용재, 김희식 박사팀은 페트병을 분해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개발하기도 했다. 앞서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에서 언급된 것처럼 어패류 등 수생 생명체는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중금속이나 방사능처럼 일련의 먹이사슬을 거쳐 플라스틱 생물농축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수생 생태계의 연쇄 오염을 원천적으로 예방한다. 이에 먹이사슬을 통한 플라스틱 생물농축도 차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분해 식물성 플랑크톤을 개발해 시판되고 있는 음료수 페트병을 인체에 무해한 단량체들로 완전히 분해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전자현미경을 통해 페트병이 분해되는 과정을 관찰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물론, 국내외 환경운동가나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다만, 속속 개발되고 발견되는 이러한 기술이 기존에 버려져 방치되거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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