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읽는 환경 ③] 플라스틱 더 줄일 수 있나?...‘스벅’에서 본 카페 환경학
[누워서 읽는 환경 ③] 플라스틱 더 줄일 수 있나?...‘스벅’에서 본 카페 환경학
  • 이한 기자
  • 승인 2020.10.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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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템’ 텀블러의 숙제...생산과 소비 사이의 균형 잡기
컵과 식기 둘러싼 플라스틱 소모품 줄이려는 노력들
7만여 카페서 버려지는 물건들의 환경 영향 고려해야

연말 시상식 보며 한해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은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추석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1년 내내 정신 없이 보내고 있네요. 여러분은 모처럼 고향 집에 내려갔나요? 아니면 연휴를 맞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났나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민족 대명절이자 황금 같은 연휴지만 아직은 ‘거리두기’를 할 때입니다.

고향집에 있다면, 호캉스를 즐기는 중이면, 혹시 거리두기를 몸소 실천하려고 댁에 머물고 있다면 사람이 붐비는 곳에 나가기보다는 거실이나 안방에 편하게 누워서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소비하세요. 영화나 드라마도 좋고, 다큐도 좋습니다. 이북도 괜찮고 평소 못 읽었던 흥미로운 뉴스나 컬럼도 괜찮겠죠.

환경경제신문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추석을 맞아 ‘누워서 읽는 환경’ 시리즈 3편을 연재합니다. 살면서 일상적으로, 특히 요즘 자주 마주하던 라이프스타일 소재 속에 숨은 환경 얘기입니다. 두 번째 기사는 항균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여러 제품들에 관해서입니다. [편집자 주]

전국에는 7만여곳의 카페가 있다. 그곳에서 생산되고 사용되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할 때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 진열된 텀블러의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국에는 7만여곳의 카페가 있다. 그곳에서 생산되고 사용되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할 때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 진열된 텀블러의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다. KB금융그룹이 지난해 발간한 ‘KB자영업 분석보고서-커피 전문점 현황과 시장여건’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 커피 관련 소비 지출액은 가구당 월평균 1만 5815원이다. 2019년 7월기준 전국에는 7만 1000여개의 커피전문점이 영업중이다.

추석 연휴 전 마지막 주말이던 지난 9월 27일, 기자는 오후 4시쯤 송파구 석촌호수 근처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방문했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의무적으로 비워야 하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자리가 꽉 차 있었다. 테라스 좌석까지 꽉 차 있었고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만 기자 앞뒤로 5명이었다. 기자는 이곳에서 시즌 상품으로 내놓은 땅콩 모양 마그넷을 사기 위해 음료를 구입했다. 음료를 마시면 마그넷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사람이 북적대는 카페에서 마스크 내리고 음료를 마실 용기가 안 나서 일회용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왔다.

일회용 잔에 담긴 아이스라떼와 고무 등의 재질로 보이는 마그넷을 보면서 ‘카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본다. 테이크아웃 기준으로 일회용 빨대에 일회용 컵, 컵뚜껑 등을 비롯해 카페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소모품이 매우 많다. 케이크나 빵 포장지와 띠지, 케잌을 담는 그릇이나 일회용 포크 나이프 등을 고려하면 그 숫자는 더 많아진다.

개인용 컵을 들고 다니면서 마시면 상대적으로 조금 더 환경적일 수 있다. 하지만 텀블러 중에서도 일부는 플라스틱 제품이고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의 텀블러가 출시되는 것 역시 ‘환경’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기자 역시 환경적이지 않은 소비를 해왔다는 의미다.

◇ 텀블러와 일회용 컵, 뭐가 더 환경적일까?

우선 한 가지 고백하자. 기자 집 거실에는 텀블러가 32개 있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서 남은 것만 32개다. 남아있는 것과 비슷한 숫자만큼을 버렸으니 지금까지 구매한 텀블러 총 개수는 60여개 남짓 될 것 같다.

한때 텀블러 수집이 취미였다. 기자가 좋아한 브랜드는 ‘스타벅스’다. 시즌마다 새로 출시되는 텀블러를 수시로 사 모았고 해외 여행을 다녀오면 그 도시의 스벅에서 텀블러나 머그잔을 꼭 사 왔다. ‘일회용품도 아닌데 뒀다가 쓰면 되지 뭐’하는 마음으로 사 모은 것들이 수십개였다. 환경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고 나서야 내 소비가 얼마나 지구에 악영향을 미쳤는지 반성했다.

따져보자. 텀블러는 일회용 컵보다 무조건 환경적일까? 일각에서는 텀블러를 세척할 때 쓰는 물과 세제, 그리고 플라스틱 텀블러를 생산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적인 숙제 역시 많다고 지적한다. ‘종이컵 쓰고 재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환경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물론 한두가지 요소만 가지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따져봐야 할 것이 많아서다. 텀블러 대신 사용하는 것은 종이컵만이 아니다. 카페에서 차가운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면 대부분 플라스틱컵에 담긴다. 먹고 남은 우유나 시럽, 휘핑크림 등이 잔뜩 묻어있는 플라스틱 컵이 여기저기 버려지면 재활용이 어렵다.

혼자서 가끔 카페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카페를 자주 이용한다면, 여럿이 함께하는 회의나 야외촬영 등에서 대량으로 음료를 마시는 경우라면 플라스틱컵이 버려지는 문제를 더욱 예민하게 바라봐야 한다. 한편, 코로나19 유행과 맞물려 ‘안전을 생각하면 일회용 컵이 훨씬 더 깨끗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 환경적인 텀블러, 많이 생산하면 비환경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텀블러의 손을 쉽게 들어주기도 어렵다. 텀블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환경템’이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디자인 등을 다양화해 소유욕을 자극하려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기자의 사례처럼 말이다. 텀블러 하나를 두고 오래 사용하는게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소유한다면 그 텀블러를 환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인기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는 시즌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를 출시한다. 플라스틱 컵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MD상품 매출을 올리려는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KBS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연구한 바에 따르면, 300ml 용량 텀블러를 매일 1번씩 사용하면 2주 만에 플라스틱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한다. 한 달이 지나면 종이컵 온실가스배출량보다 적어진다. 6개월 후에는 플라스틱 컵 온실가스 배출량이 텀블러의 약 12배가 된다. 물론 플라스틱컵 또는 종이컵 역시 매일 1번씩 사용한다고 가정했을때다.

기본적으로 텀블러를 1개 생산하거나 없애는 과정에서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 1개보다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하지만 많이 사용하면 배출량은 역전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산량 자체가 많을때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이에 대해 "텀블러는 1인당 한개씩만 사용하면 되는 물건으로, 시즌마다 텀블러를 생산하는 건 전혀 환경적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텀블러 등을 생산할때도 소재를 친환경 적인 것들로 바꾸려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텀블러는 환경적이지만, 텀블러 여러개를 돌려쓰는 것은 환경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용맹하지만 '애정 결핍'에 걸린 가상의 전사 텀블러와 그 동료(?)들의 사진. 저 텀블러의 주인이 기자인지 아닌지는 프라이버시상 비밀이다. (이한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자는 기본 취지 대신 '소유욕'을 자극하면 그런 결과를 초래할 위함도 있다. 사진은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여러개의 텀블러 모습.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과 브랜드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소비자의 질문 “빨대 말고 다른 플라스틱은 못 줄이나요?”

카페에서 짚어봐야 할 환경적인 문제는 텀블러뿐만이 아니다. 매장에서 사용되는 식기와 소모품의 환경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카페의 환경적인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거의 매일 프랜차이즈 카페를 이용한다는 서울 송파구의 소비자 이모씨(38)는 “이왕이면 환경적인 소비에 동참하자는 취지에서 종이빨대를 사용하는 스타벅스를 주로 이용한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곧 적응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다회용컵, 뜨거운 음료에 덮는 컵뚜껑 등 여전히 플라스틱 소모품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또다른 이모씨(41)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데 그럴 때마다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을 어쩔 수 없이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고민이다. 이씨는 텀블러를 가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불편해서 잘 안 들고 다니게 된다고도 말했다.

이씨는 “평소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려고 노력하지만 커피를 담아먹은 텀블러에 물을 마시면 맛이 이상하고, 그렇다고 회사 화장실에서 텀블러를 씻는것도 솔직히 좀 찝찝해서 그냥 일회용컵을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유명연예인 중에는 물마시는 텀블러와 커피용 텀블러를 따로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만원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입장에서 그건 좀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소비자가 해야겠지만, 제품의 소재를 바꾸려는 노력은 기업이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제품 소재를 바꾸려는 스타벅스의 노력들

카페의 일회용품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관련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 스타벅스 사례를 보자. 스타벅스는 지난 2018년 종이빨대를 전국 매장에 도입한 이후, 제품 포장을 위해 일부 사용해 왔던 비닐 포장재도 친환경 소재 포장재로 변경 도입했다. 빨대 비닐을 종이 포장재로 바꿨고 각종 MD제품을 포장하는 에어캡도 종이 포장재 등으로 대체했다.

2018년 10월에는 비닐포장 판매 중인 바나나 포장 재질을 PP재질에서 친환경소재 PLA재질로 변경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PLA(Poly Lactic Acid)소재는 옥수수 전분당에서 추출한 천연분자로 이루어진 생분해성 수지다.

스타벅스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이 소재에 대해 “퇴비조건에서 4달, 물 또는 토양에서 2~3년 내에 생분해가 가능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소재로 FDA(미국식약처) 인증 또한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이 PLA 소재를 빵 포장재, 샐러드 용기, 케이크 띠지 및 용기와 같은 푸드류 포장에 확대 적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회용 포크와 나이프, 스푼 등의 일회용 식기류도 PLA 소재를 적용해 제공중이다. 기존 샌드위치 종이 포장 및 밀박스 띠지에 사용되는 종이도 목재 펄프를 사용하지 않고 사탕수수에서 설탕액을 짜내고 남은 섬유소로 만든 친환경 종이재질인 바가스 재질로 변경해 적용중이다.

2019년 3월 RTD(캔이나 병 등에 담겨 구매후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인 올가니카 주스를 시작으로, 판매용 RTD 주스 포장 PET 재질도 바이오 PET로 바꿨다. 스타벅스는 “해당 바이오 PET는 PET 성분의 30%가 식물 유래 성분이며, 제조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20% 저감된 친환경 재질”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매장에서 다수의 음료를 포장할 때 제공하던 포장비닐도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 백으로 제공해 일회용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14년 만에 부활, 2020년 6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진 일회용 컵들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7만여 카페서 버려지는 물건들의 환경 영향 고려해야

기자가 스타벅스 매장에서 느꼈던 환경 관련 궁금증이 하나 더 있었다. 매장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컵에 대해서다. 머그나 유리가 아닌, 불투명 플라스틱 재질로 보이는 다회용 컵이 어느 정도나 사용되는지, 세척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했다. 스타벅스측에 해당 컵의 위생관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자주 교체되어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지 문의했다.

스타벅스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기존 큰 유리컵은 사용하기 무겁고 파손 위험이 커서 그 대신 가벼우면서도 사용 및 세척에 실용적인 트라이탄 아이스 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컵이 교체되는 시기는 스크래치, 변색 등 컵의 손상 정도에 따라 이뤄지며 이는 매장 별 상황에 따라 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라이탄은 재질 특성상 내구성과 내열성이 뛰어나 파손이 쉬운 기존 유리컵보다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핑용어사전는 트라이탄이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비스페놀-A(BPA)이 없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스타벅스는 컵 세척의 경우 2차에 걸쳐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머그, 아이스 전용 컵, 접시, 포크, 쟁반 등 모든 식기, 집기류는 1차로 중성세제를 사용한 애벌 세척을 진행하며, 2차로 식기세척기를 통해 고온 고압에서 열탕 소독을 진행한다.

이와 더불어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소모품이나 플라스틱 텀블러 등에 관해서도 지속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플라스틱 사용 절감을 위해 그리너 스타벅스 캠페인 이후 스테인리스 소재 대비 플라스틱 소재 텀블러 상품 출시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는 “현재 플라스틱 텀블러의 경우, 일부 고객의 니즈와 아이스 음료에 대해 여러번 재사용할 수 있는 리유저블컵 개념으로 최소한의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외에도 리드를 비롯해 매장 내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소모품 역시 편의성과 안전성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적합한 대체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 추석에도 전국 7만여곳의 카페에 많은 손님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곳에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도록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노력해야 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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