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와 자연 대하는 인디언의 시선
동물 서식지 파괴한 오늘의 인간이 얻을 교훈

환경 문제는 중요한 숙제입니다. 머리로는 누구나 알고 있죠. 하지만 실천은 어렵거나 귀찮습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나 하나쯤이야’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거나, 뭘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미뤄두기도 합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실천이 중요하다고 마음을 먹는데도 이래저래 바빠서 못하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세상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이 참 많습니다. 환경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수년째 관련 이슈를 쫓는 사람,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몇 년째 다섯 식구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 미래 지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 전 세계의 쓰레기 문제를 직접 눈으로 보려고 2년 동안 세계일주를 한 사람, 환경적인 활동을 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폭로하는 사람도 있죠. 수백년전 아메리칸 인디언의 삶에서 환경과 자연에 대한 마음가짐을 배운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얘기를 직접 듣는 방법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입니다. 어렵고 무거운 책이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죠. 구하기도 쉽습니다. e북으로 바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환경경제 매체에 입사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관련 책들을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서 독자들과도 공유하려고 합니다. 기자가 이북으로 읽은 환경경제 도서 8권을 골라 소개합니다. 참고로 에코는 환경(eco)이기도 하고 경제(economy)이기도 합니다. 일곱 번째 책은 대지와 자연을 향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지혜가 담긴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시애틀 추장 외 지음, 류시화 엮음, 더숲) 입니다. [편집자 주]

1854년, 인디언 추장 '시애틀'은 땅을 팔라고 요구하는 미국 14대 대통령에게 "대지의 따듯함을 어떻게 사고 파느냐"고 말했다. 그는 "대지가 풍요로울 때 우리 삶도 풍요롭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도 말했다.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결국 큰 곤경에 처한 2020년의 인류가 되새길 조언이다. (리디북스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1854년, 인디언 추장 '시애틀'은 땅을 팔라고 요구하는 미국 14대 대통령에게 "대지의 따듯함을 어떻게 사고 파느냐"고 말했다. 그는 "대지가 풍요로울 때 우리 삶도 풍요롭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도 말했다.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결국 큰 곤경에 처한 2020년의 인류가 되새길 조언이다. (리디북스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한 줄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독서였다. 인디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기자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환경적인 인사이트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삶의 방식과 그 보금자리를 누군가에게 빼앗긴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았는지가 궁금해서였다.

이 책은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 모음집이다. 그들의 삶은 자신들만 ‘문명인’이라 여기고 인디언들은 ‘야만인’으로 대한 무례한 외지인들에게 뿌리째 흔들렸다.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세계이자 생명의 근원이던 넓은 대지를 그들에게 빼앗겼다. 자연에 기대어 살던 그들의 삶은 ‘자본’의 논리에 밀렸다. 심지어 그들 중 누군가는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잃었다.

인디언들은 백인을 증오했을까?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않고,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기자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추장들의 기록을 낱낱이 살피고 엮은 시인 류시화는 책 머리말에서 인디언들의 메시지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별을 흔들지 않고서는 꽃을 꺾을 수없다”

기자는 이 책에서 자신들이 밟고 선 땅을 대하는 인디언들의 관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시선에 대해 감히 ‘환경적’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1854년 미국으로 거슬러 가보자. 미국 북서부 최대 도시 시애틀이 지금의 워싱턴주에 편입되기 전, 인디언들이 그 땅에 살던 시절 얘기다.

당시 미국 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인디언 추장 ‘시애틀’에게 땅을 팔라고 요구했다. 땅을 팔면 인디언들이 다른 지역에서 불편없이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추장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대한 답신을 편지로 보냈다. ‘시애틀 추장의 편지’다.

그는 편지에서 “위대하고 훌륭한 백인 추장(프랭클린 피어스)은 우리의 땅을 사고 싶다고 제의했다. (중략) 그것은 우리로서는 무척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듯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중략)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우리 누이이고 순록과 말과 큰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강의 물결과 초원에 핀 꽃들의 수액, 조랑말의 땀과 인간의 땀은 모두 하나다. 모두가 같은 부족, 우리의 부족이다.”라고 말했다.

식물과 동물이 자신들의 형제자매고 자연의 모든 것과 인간이 모두 하나라는 시선이다. 이 부분에서 기자는 큰 울림을 느꼈다. 그 울림은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커졌다.

시애틀 추장은 이 편지에서 미국 대통령을 향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자식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이 삶의 거미줄을 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 역시 한 올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그가 거미줄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온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의 욕심은 대지를 다 먹어 치워 사막으로 만들고야 말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어머니인 대지와 맏형인 하늘을 한낱 물건처럼 취급한다”고도 덧붙였다.

시애틀 추장은 이 편지에서 “대지가 풍요로울 때 우리의 삶도 풍요롭다는 진리를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땅을 파헤치는 것은 곧 그들 자신의 삶도 파헤치는 것과 같다”고 했다.

IT기술과 빅데이터가 지배하는 현대 도시와는 맞지 않는 인디언 전통 부족의 고루한 생각일까? 기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물의 서식지를 건드려 그 동물들로 하여금 도시와 가까운 곳으로 밀려나게 하고, 낯선 동물과의 조합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몰해 세계적인 곤란에 빠진 지금의 인류가 반드시 다시 읽어봐야 할 편지다.

이 책에는 시애틀 추장의 명 연설문에 전혀 뒤지지 않는 인디언들의 지혜가 40여편 담겼다. 그들은 세상의 신성한 것들을 기억하라고 조언하고 가난하지만 자유롭다고 노래하며, 대지를 사랑하는 것이 죄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을 향한 따뜻하면서도 따끔한 지적도 담겼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한번쯤 인디언의 삶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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