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가 AI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의료기기와 첨단 바이오의약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나와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 이번 추석은 가급적이면 비대면으로 보내주시길 바란다.”

정부가 나서서 비대면을 얘기할만큼, 비대면, 언택트(Untact)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맞으면서 이 방식은 더욱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가 AI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의료기기와 첨단 바이오의약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시범사업에 그쳤던 의료 서비스도 비대면을 맞이했다.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앞당겨진 것이다.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2월 말부터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처방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며 생각보다 효과가 컸던 만큼 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화상 진료 인프라를 통해 의사가 영상을 보며 처방할 수 있게 하는 원격진료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 코로나19가 앞당긴 의료환경의 변화

실제로 외국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병원도 기술을 활용한 대응을 강화하면서, 의료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병원도 기술을 활용한 대응을 강화하면서, 의료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14일 KT 경제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코로나19 대응 현황’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과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 분야도 상당한 변화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대면’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원격의료’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병원도 기술을 활용한 대응을 강화하면서, 의료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 의료법인 메드스타 헬스(MedStar Health)는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원격진료를 확대하며 10만명 규모의 비디오 상담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메드스타가 기존에 사용하던 시스템은 응급의학과 의사 및 보조원들이 초진 간호사와 연결하거나 병원 응급실이 현장의 방문간호사에게 상담을 제공하는 B2B용이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플랫폼을 교체하면서, 원격진료 환자는 일주일 2명에서 하루 4000명으로 폭증했다. 진료분야 또한 응급의학과에서 전체로 확대돼 수 천명의 의사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환자 및 의료진 방문이 불가능해지고, 환자들도 이동에 제한을 받자 병원은 병실에 태블릿을 배치해 환자-의사 간 상담에 활용한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 의료기관 Sheba Medical Center는 코로나19로 집합교육과 대면미팅이 어렵게 되자 인공호흡기 부착방법 교육에 Microsoft HoloLens2를 활용했다. 헤드셋을 착용하면 실제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영상이 겹쳐 보이며 어떻게 부착하면 되는지 지침이 제공된다. 

이외에도 병원서 사용되는 수 많은 의료기기에 대한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만들어 코로나19로 신규 투입되는 의료진의 기기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완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기를 사용해야 할 때 AR(증강현실) 헤드셋을 착용하면 기기 위로 튜토리얼이 제시되며 사용을 지원한다. 

양명자 KT 전문위원은 “코로나19는 진료현장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단순한 원격진료가 아닌 첨단기술을 활용한 의료서비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며 “결국 코로나19 이후 의료는 첨단기술과의 융합이 화두가 될 것”이라며 “외국들 사례를 통해 국내 의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가늠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으로 변모하는 의료기기

감염병 환자 비대면 실시간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
국내에서도 많은 의료기기 업체들이 비대면 건강관리 등 변화하는 의료 산업 흐름에 맞춰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에서도 많은 의료기기 업체들이 비대면 건강관리 등 변화하는 의료 산업 흐름에 맞춰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7월에는 의료진이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환자와 비대면 상태에서 환자의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의료기기 시스템이 정부 인증을 받았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병원에 이 시스템을 설치·운영할 경우 의료진의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기 품목인증을 획득한 '감염병 환자 비대면 실시간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부처 간 협력을 통해 국내 병원에서의 사용이 가능하게 됐고, 나아가 해외 수출길도 열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경권연구센터와 의료기기 중소기업이 공동개발한 이 시스템은 지난 3월 경북 문경의 서울대병원 인재개발원에서 코로나19 경증환자들에게 적용하기도 했다. 시스템은 환자 생체신호측정장치(VDR-1000)와 환자 중앙감시장치(VMA-1000)로 이뤄졌다. VDR-1000을 통해 환자의 심전도, 맥파, 맥박, 호흡 및 혈압 등을 실시간 측정, VMA-1000장치에 전달돼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ETRI 김규형 의료IT융합연구실장은 “바이러스성 감염병 환자관리뿐만 아니라, 병원에서의 진료업무 효율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의료기기의 변화...앞으로의 과제는?

간단한 디지털기기 조작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디지털기기를 조작하는게 간단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최근의 이런 추세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수십년 후 미래에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여전히 최신 기술을 잘 활용할까? 우리 사회에 던져진 새로운 물음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의료기기가 비대면 의료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도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의료기기가 비대면 의료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도 많다. 기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기존 의료기기 업체와 더불어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IT 기업들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조정할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식약처가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식품‧의약품 등 안전기술 R&D 중장기 추진방향’을 주제로 연 포럼에서는 개인용 의료기기 혹은 헬스케어 기기와 같은 개인 맞춤형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규제 선도를 통한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재관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현재 LED 마스크 등 개인용 의료기기 혹은 헬스케어 기기와 같은 개인 맞춤형 시장이 커지고 있고, 인공지능 관련 부분에서도 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안과 혹은 폐 질환을 진단하는 디지털 의료기기 허가가 증가하고 있다”며 “그에 따른 부작용 보완과 같은 안전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에서도 지난 8월 디지털치료기기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이 가이드라인은 디지털 뉴딜 사업에 발맞추어 디지털치료기기의 정의, 판단기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치료 작용기전에 대한 과학적·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질병의 예방·관리·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다. 약물중독이나 우울증 등 정신·신경계 질환뿐 아니라 천식, 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적용될 수 있으며, 전임상 단계가 없는 등 기존 신약 개발에 비해 비용이나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된 사례는 없지만, 뇌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 치료를 위한 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치료기기가 2019년 6월 식약처의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국내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 중에 있다. 

식약처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간이 비대면 시대의 핵심 기술이 될 디지털 기반 의료기기 등 혁신의료기기의 신속 제품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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