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경제부 기자
박은경 경제부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정부의 ‘포용금융’ 아래 서민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서민금융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서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책상에 앉아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기에 서민의 삶은 너무 멀다.

책상에 앉아 서민금융정책을 내놓기에는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에서 배척되는 서민들의 여건은 고려되지 않는다. 멀리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20% 혹은 10%로 낮추고, 소비자신용법을 제정해 채무 독촉전화를 일주일에 7번으로 줄이면 심적인 부담은 경감되나 삶이 나아진다는 희망은 갖기 어렵다.

법정금리가 내려가고 채무권한이 줄어들수록 시장에서는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줄이게 된다. 금리를 얼마까지 줄일 수 있고, 얼마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논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유의미한 법안들도 있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에선 불법대부업체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대출을 받은 경우 계약자체를 무효로 하는 안도 올라와있다. 현행법에선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이자계약만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법정 최고금리가 1% 씩 인하될 때마다 불법 사금융 시장은 5.5%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꾸준히 법정최고금리 인하와 소비자신용법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선한 법이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정부의 선한 의도와는 달리 대출시장이 축소되면 대출을 공급할 공급자가 줄어든다.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고, 연체해도 독촉을 받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어도 내게 돈을 빌려줄 금융회사가 없다면 선한 법이라도 아무 소용없다.

저금리대출과 중·저신용자에 대한 서민금융은 공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만 호의를 강요하는 방법이 돼서는 안된다. 자금을 공급하려는 작고 큰 금융회사는 많고 수요자인 서민도 많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많은 만큼 서로 만날 수 있는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인프라를 활용해 중개업자 등에 소요되는 중간마진을 줄이고 선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는 공급자인 금융사에도 소중한 고객이다. 제살을 깎아가는 방식으로 호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경쟁에 의해 자발적으로 선한 시장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배급제정책은 일시적이고 한계가 따른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면 책상에서 나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된 서민시장을 직접 경험하고 가까이서 들여다봐야 한다. 

서민의 삶과 밀접한, 서민들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는 서민금융정책은 앙금 없는 단팥빵에 그쳐 ‘포퓰리즘’에 기댄 정책이라는 오해를 빚기 쉽다.

선한 법이 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시장을 조성하는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으로써, 서민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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