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진흥원 맞춤대출 확대 등으로 경쟁 통해 시장 조성해야

ㅗ르서민금융연구원이 나이스신용평가 6등급 이하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결과 지난해 불법 사금융에 유입된 인원은 19만명을 넘어섰다.(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서민금융연구원이 나이스신용평가 6등급 이하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불법 사금융에 유입된 인원은 19만명을 넘어섰다.(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현재 금융당국과 정부에서 논의 중인 ‘소비자신용법’이 시행되면 중·저신용자가 대출시장서 설 곳을 잃게 돼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발표한 대부업법과 신용정보법을 통합·확대 개편하는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소비자신용법은 채무자의 권익을 늘리고, 채권금융기관의 과도한 추심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는 연말까지 입법을 예고하고 관계 기관의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논의 배경은 개인 신용대출이 활성화된 2000년도부터 채무자 보호를 위해 대부업법과 채권추심법 등을 수차례 개선했으나 채무자 입장에서 여전히 추심이 과도하게 진행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신용법 제정 필요성으로 신용회복위원회 등을 통한 채무조정제도는 금융기관과 직접 채무조정을 협의할 기회가 부재하고, 현행 채권추심법은 폭행·협박 등 특정 추심행위만을 제한하고 있어 채무자의 재기지원과 권익증진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채권금융회사가 제3자 위탁추심으로 고객보호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채무자와 금융소비자 권익증진을 위해 제정되는 ‘소비자신용법’에는 △개인채무자와 채권금융기관간 사적 채무조정 활성화 △개인채무자의 과도한 연체・추심부담 완화 △채권금융기관의 채무자 보호책임 강화 등의 채무자 보호조치가 담겼다.

예컨대 소비자신용법이 시행되면 채무자 권익이 증대돼 개인채무자가 채권금융기괸에 채무조정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채권금융회사는 채무자의 요구에 따라 10영업일 이내 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채권금융기관는 내부기준에 따라 채무조정을 거절할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신용법이 제정된 순기능대로 채무자의 권익은 증대되지만 반대로 채권금융기관의 추심이 제한돼 대출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소비자신용법에는 개인채무자의 과도한 연체·추심부담 완화와 채권금융기관의 채무자 보호책임 강화로 ‘추심연락 총량제한’, ‘연락제한요청권’. ‘법정손해배상’ 등을 적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채권금융기관은 추심연락 총량제한으로 일주일에 7회 이상 추심연락을 할 수 없다. 연락횟수에 문자추심, 전화추심 등의 포함 범위는 결정되지 않았다. 또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확인되면 확인일로부터 7일간 재연락이 금지된다. 만일 채권금융기관이 이를 어기고 과도한 추심을 진행할 시 채무자는 법적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채무자의 권익이 대폭 강화됐으나, 채권금융기관의 추심권이 묶인 셈이다. 추심자체가 제한되면 연체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위축은 불가피하다.

현재 중·저신용자에게 공급되고 있는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과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체 마저도 이들에 대한 대출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이 거절되면 중·저신용자의 경우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소비자를 위한 선한 법이 소비자를 옥죄를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있단 것이다.

실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법정 최고 금리 1%포인트 인하가 약 5.5%가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신용법도 마찬가지로 추심이 크게 제한되면 동일한 결과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와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된 인원은 12만5천명~19만2천명이다.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흘러간 금액은 2조 2천억원~3조 3천억원에 달했다. 1인당불법 사금융 이용액은 1732만원으로 통계됐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신용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현재 대부업에서 중·저신용자들에게 공급하는 대출을 정부기관에서 공급해야하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가 1%씩 인하되면 약 5.5%가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소비자신용법으로 대부업 대출이 위축되면 정책기관이 그만큼의 대출수요를 감당해야한다”고 말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수요를 대부업에서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부업은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대출시행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소비자신용법 시행시 업계의 공멸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대부업체 대출잔액은 15조9천원, 이용자수는 177만7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천억원, 23만명 감소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대출이 줄어 신규 대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회사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라면서 “추심제한으로 채권회사의 지위가 불안정해지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줄 수밖에 없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보면 순기능이 존재하나, 신용등급이 낮고 연체가능성이 높다면 법의 취지와는 달리 자본시장 원리에서 보이지 않는 선에서 대출이 박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신용법이 소비자권익을 증대하는 동시에 대출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저금리대출 등을 직접 요구하기보다, 플랫폼 대출의 경우 지역대출의무비율 등을 완화하고, 정책기관의 맞춤대출 등을 활용해 경쟁을 통한 착한 금융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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