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왕조 구축 이전...태초에 삼양라면이 있었다.
삼양 제친 새 강자, 90년대 이후 거침없는 독주 체제
된장라면, 하얀국물...신라면 벽 넘지 못한 도전자들
카드 많이 가진 1위 업체, 신라면 빼고도 강자 수두룩
‘갓뚜기’ 반격 먹힐까? 2위 진라면 행보도 주목
2020년 관전포인트...오뚜기, 농심 아성 정말로 흔드나?

‘엘 클라시코’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펼치는 매치를 뜻합니다. 두 팀은 전통의 명문 구단이자 오랜 라이벌로 통해서 이 매치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합니다. 경기 내용은 매우 치열하고 때로는 그라운드에서 거친 행동이 오가기도 합니다.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라는 뜻입니다. 치열하게 다투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도 펼치는 사이겠지요. 얄궃은 운명 때문에 누군가는 1등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나 자질을 갖추고도 늘 2등에 머물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기 싫은 상대’를 표현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재계에도 라이벌이 있습니다.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거나, 서로 비슷한 상황 또는 처지에 놓여서 늘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 역시 ‘엘 클라시코’에 나선 선수들처럼 어떻게든 상대를 꺾기 위해 치열하게 다툽니다.

재계의 라이벌들은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를 쌓았을까요. 그들은 지금 어느 분야를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에는 관계가 어떻게 변할까요. 국내 재계 대표 라이벌들의 사연과 치열했던 다툼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는 라면의 제왕 신라면과 그 아성에 맞서는 도전자 진라면 그리고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칼을 가는 1세대 왕좌 삼양라면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코너/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라면'이라는 이름을 듣고 '신라면'을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 구매한 라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진라면의 이름이 조금 더 많이 언급됐다. 신라면과 진라면은 국내 라면 시장을 양분하고 있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전히 신라면의 힘이 더 세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코너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 집 주방 수납장에는 신라면과 진라면, 그리고 너구리와 짜파게티가 있다. 얼마 전에는 옛날 생각이 나서 삼양라면을 모처럼 끓였다. 7~8월에는 팔도비빔면도 자주 먹었는데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고 나서는 아무래도 국물라면을 찾게 된다.

제조사 이름을 본다. 농심과 오뚜기, 팔도와 삼양식품이다. 사실 기자가 기억 하는건 제품명이지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는 신라면을 먹을까 진라면을 끓일까를 고민하지 농심이냐 오뚜기냐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팔도든 삼양이든, 내가 맛있으면 그 뿐이니까. 하지만 스테디셀러 라면들은 모두 해당 제조사의 주력제품이고 그 기업의 캐시카우다. 이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맞붙고 있는지 짚어보면 해당 기업들의 관계가 보인다.

역사를 길게 거슬러 올라가면, 국내 라면 시장의 초대 왕좌는 삼양라면이었다. 국내 최초의 라면을 개발했고 해외 수출 물꼬를 텄으며 시장에서의 입지도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왕좌의 주인이 바뀌었다. 대한민국 대표라면 수식어는 신라면이 차지했다. 최근까지 여러 라면 브랜드와 제품군이 신라면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그 벽은 아직 단단하다. 유행의 역사로 대한민국 라면 경쟁 구도를 돌아본다.

◇ 2020년 관전포인트...진라면, 신라면 아성 정말로 흔드나?

국내 라면 시장 ‘짱’은 비교적 분명하다. 농수산식품기업지원센터(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소매시장에서 라면 매출 1위는 농심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0.1% 줄어 3328억 원을 기록했으나 2위 진라면과의 격차가 커 넉넉한 1위다. 일각에서는 ‘1위와 2위라는 숫자, 그리고 비슷한 이름을 빼고 보면 시장에서의 위치는 사실 라이벌이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로 농심 신라면은 수십년째 국내 라면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온 브랜드다.

진라면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다. 최근의 진라면이라면 ‘매출 차이는 있지만 판매량을 보면 나도 최상위권’이라고 주장할 수 있어서다. 라면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신라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 매출액은 차이가 있겠지만 점유율 면에서는 진라면이 충분히 라이벌’이라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2019년 초 진라면은 판매량 기준 점유율 15.5%를 기록하며 신라면을 턱밑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진라면은 최근 몇 년간 류현진 등 인기 스타를 광고에 내세우기도 하고 ‘매운맛’라면이 젊은 세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다.

신라면의 독주속에 진라면이 추격자일까? 아니면 진라면은 신라면과 같은 ‘급’을 가진 맞상대일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최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응답자 중 46%가 봉지라면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신라면이라고 응답했다. 진라면은 22%로 2위였다. 그런데 실제로 구매한 라면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26.4%가 진라면이라고 대답했고 신라면은 23.5%로 2위를 기록했다. 앞으로의 구매의향을 묻는 질문에서도 진라면 응답율이 더 높았다. 이 조사 내용은 지난 5월 연합뉴스 등 다수의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신라면의 독주가 이제는 흔들리기 시작한걸까?

◇ 신라면 왕조 구축 이전...태초에 삼양라면이 있었다.

두 제품의 관계를 보기에 앞서 국내 라면의 역사를 한번 짚어보자. 라면을 소재로 재계 라이벌 관계를 들여다보려면 사실 관전포인트가 많다. 국내 라면시장 싸움이 신라면과 진라면의 양자대결 구도가 아니어서다. 기본적으로 농심과 오뚜기는 물론이고 팔도와 삼양도 베스트셀러를 보유하고 있다.

라면 전쟁의 역사는 다각도로 펼쳐졌다. 스테디셀러가 있는가 하면, 유행 따라 뜨고 졌던 트렌디한 제품들도 많다. 여름마다 비빔면 경쟁이 치열하고, 영화 ‘기생충’ 열풍에 짜파구리가 글로벌한 관심을 얻은 가운데, 최근에는 일부 짜장라면을 둘러싸고 ‘맛이 변했다’는 평가와 그에 따른 반론이 잇따르기도 했다. 그래서 라면은 1:1의 싸움으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짚어볼 만한 큰 줄기는 있다. 국내 라면 1세대 왕좌는 삼양라면이었고, 2대 제왕은 신라면이다. 여러 제품이 신라면에 도전했으나 아성을 넘지 못했다.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칼칼한 하얀국물 라면이 한때 시장을 지배했고, 최근에는 매운맛이 아주 강한 볶음면들이 젊은 소비자와 글로벌 시장에서 두루 주목을 받고 있다. 감자탕면, 미역국 라면, 부대찌개면 등이 유행처럼 뜨고 지다가 지난 몇 년간 외식 시장에서 급성장한 마라탕이 이제는 라면 시장도 넘보고 있다. 그 와중에 현재 신라면과 진라면이 라면 시장 1~2위에 랭크되어 있는 형국이다.

역사적으로 보자. 과거 라면시장의 1위는 삼양라면이었다. 삼양은 라면시장에서 최초이자 한편으로는 최고였다.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 1960년대 남대문시장에서 이른바 ‘꿀꿀이죽’을 먹으려고 길게 줄 지어 선 노동자들을 보고 먹거리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에 라면 개발에 나섰다.

1963년 9월, 10원짜리 삼양라면이 세상에 나왔다. 담배 한갑의 가격에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여러 사람이 최대한 많이 라면을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삼양라면은 1965년 정부가 추진한 혼분식 장려운동 등에 힘입어 판매량이 늘었다. 1969년에는 국내 최초로 베트남에 라면을 수출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신라면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당시의 삼양라면은 가지고 있었다.

세븐일레븐이 '삼양라면1963' 스페셜 패키지를 선보인다. (세븐일레븐 제공) 2019.6.4/그린포스트코리아
과거 라면시장의 1위는 삼양라면이었다. 삼양은 라면시장에서 최초이자 한편으로는 최고였다. 사진은 지난해 세븐일레븐을 통해 출시된 삼양라면 1963 스페셜 패키지 모습 (세븐일레븐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삼양 제친 새 강자...90년대 이후 거칠 것 없는 독주 체제

1989년, 삼양이 독주하던 라면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우지(牛脂)’ 사건 때문이다. 우지는 소에게서 얻은 지방이다. 당시 서울지검은 삼양식품 등 5개 식품업체 관계자들을 구속했다. 16등급 우지 중에서 삼양식품이 라면 튀김 원료로 사용한 우지(2·3등급)가 공업용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이 사건은 ‘공업용 쇠기름’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사건 발생 후 당시 보건사회부에서 우지를 사용한 라면이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이후 수년간의 법정공방을 거쳐 삼양식품은 우지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보건사회부 산하 검역소 식품검사를 받은 위생상 안전한 우지는 식용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법률적인 이슈에서 벗어났지만 논란 과정에 등 돌린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을 수는 없었다. 삼양은 90년대 중반 이후 기존 삼양라면의 이름과 포장 디자인 등을 예전과 최대한 비슷하게 하고 삼양라면을 재출시하고 반격을 노렸으나 이미 농심 신라면이 라면시장 1위를 차지하고 난 후였다.

매울 신(辛)자를 앞세운 새 강자는 거칠 것이 없었다. 라면의 원조는 삼양이었지만, 소비자들은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에 이미 익숙해졌다. 신라면은 경쟁 라면보다 몇 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신라면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매운콩라면(빙그레), 쇠고기맵다면(삼양), 맵시면(야쿠르트) 등 매운맛 라면이 줄줄이 출시됐으나 모두 신라면의 벽을 넘지 못했다. 1999년 당시 450원에 팔리던 신라면은 경쟁 라면들이 400원 또는 그 이하의 가격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더 많이 팔았다. 독주체제의 시작이었다.

◇ 된장라면, 하얀국물...신라면 시대에 굴복한 도전자들

역사와 전통을 앞세운 베테랑 삼양라면도, 매운맛으로 정면 승부한 신선한 새 제품도 신라면과의 경쟁에서 밀리자 다른 제조사들은 플랜B를 가동했다. 소비자들이 라면을 많이 소비하지만, 일각에서는 ‘몸에 안 좋은 라면’ ‘맵고 자극적인 맛’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재료와 맛에 변화를 준 제품을 내세운 것.

2000년대 초반 마케팅 트렌드였던 ‘웰빙’과 국내 고유 양념인 ‘된장’에서 교집합이 나왔다. 삼양에서 된장라면, 오뚜기에서 미소라면, 야쿠르트에서 장라면을 내놓았다. 매운 맛을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나 어린이 등을 고려하면 좋은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신라면의 아성은 그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된장을 앞세운 라면들은 취향을 탔고, 매운맛 라면은 보편적인 인기를 얻는 모양새였다

라면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친 것은 2010년대 이후다. 첫 신호탄은 개그맨 이경규가 쐈다. 팔도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한 ‘꼬꼬면’이 그 주인공이다. 하얀 국물에 매운맛을 내는 꼬꼬면은 방송의 인기와 유명세 등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었다. 꼬꼬면은 시장에 나온 지 40여일만에 1500만개가 팔렸다. 당시 식품업계에 몸담았던 한 전직 관계자는 “꼬꼬면 열풍은 수년 후 화제가 된 허니버터칩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회상했다.

하얀라면 열풍이 ‘반짝’ 하고 불었다. 삼양식품은 나가사키짬뽕을 내놨고 오뚜기는 기스면을 출시했다. 2012년 9월 한겨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2011년 8월 꼬꼬면이 출시된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나가사키짬뽕과 기스면까지 가세한 2011년 12월에는 59.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돌풍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듬해인 2012년 농심이 신라면블랙컵 등 신제품을 통해 반격에 나서고 너구리와 안성탕면 등 기존 농심의 ‘빨간국물’ 제품이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하얀국물의 반격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 전력 탄탄한 농심, 신라면 빼고도 강자가 수두룩

역설적이게도 매울 신(辛)의 새로운 적수는 더 매운 라면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국물이 아니라 비벼먹는 면이라는 점. 상대는 삼양의 불닭볶음면이다. 원조 국물라면, 된장라면, 칼칼하지만 하얀국물을 앞세운 도전이 모두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더 센 도전자가 나타난 셈이다. 불닭볶음면은 ‘아주 매운 맛’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유튜브 등 먹방에서는 불닭볶음면을 먹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고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불닭볶음면 도전이 인기 콘텐츠가 됐다.

불닭볶음면은 하나의 카테고리를 구축하는데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신라면과 정면으로 맞서지는 못했다. 라면이라는 큰 틀로 묶이지만 라면 안에서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제품군이 달랐고 폭넓은 소비자층을 두루 아우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라면 시장에서는 여러 건의 유행 흐름이 관측됐다. 김치찌개면, 부대찌개면, 미역국라면, 감자탕면 등 외식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국물 요리와 접목시킨 제품이 시장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라탕과 마라샹궈가 외식 시장에서 주목받자 마라탕면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유행이 뜨고 지는 동안 신라면은 꾸준히 최상위권에서 버텼다.

신라면이 라면 1위지만, 라면업계에서 농심 역시 1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 총매출액은 2조 830억 200만원 규모다. 농심 신라면이 전체 매출의 15.97% 규모인 3327억 5600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아울러 지난해 매출 상위 10개 라면 중 절반이 농심 제품이다. 대표주자 신라면에 상대적으로 가려있지만 라면 시장의 강자가 농심에 많다는 의미다.

오뚜기 진라면이 1944억 22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9.33%를 차지하며 2위다. 진라면이 점유율 6.64%차이로 대항마 역할을 하는 가운데, 3위를 기록한 농심 짜파게티가 1822억 4300만원으로 진라면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매출 비율을 놓고 보면 신라면 vs 진라면 구도보다는 신라면을 1위로 두고 진라면 vs 짜파게티 구도로 보는 게 더 옳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 세 제품은 2019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내내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빨간국물 시장에서 신라면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처럼 짜장라면 시장에서 짜파게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도 탄탄하다. 대항마 짜짜로니(삼양식품)가 있으나 매출 차이가 크다. 노브랜드 짜장라면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짜파게티 벽은 높다.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짜파게티 맛이 예년보다 싱거워진 것 같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사람들은 ‘주말엔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문구를 더 많이 기억한다. 자신이 라면 애호가라고 밝힌 한 식품업계 종사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짜짜로니로 짜파구리를 끓여먹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4위도 농심(너구리)이다. 5위 역시 농심(안성탕면)제품이 차지한 가운데 삼양 불닭볶음면은 931억 7300만원이 매출로 6위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4.47%규모다. 7위가 역시 농심제품으로 육개장, 8위는 팔도 비빔면이다. 삼양라면은 9위를 기록했고, 팔도 왕뚜껑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신라면 광고 / 유투브 캡쳐
업계에서는 신라면의 위치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로 먹는 라면이 고정적으로 정해져있는 소비자가 많고 분식집 등에서 사용하는 물량도 적지 않으며 신라면이 여러 카테고리의 파생 상품도 내놓는 등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사진은 미국 신라면 광고 (유튜브 캡쳐,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탄탄한 신라면 입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

업계에서는 신라면의 위치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로 먹는 라면이 고정적으로 정해져있는 소비자가 많고 분식집 등에서 사용하는 물량도 적지 않으며 신라면이 여러 카테고리의 파생 상품도 내놓는 등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농심은 과거 타사에서 경쟁적으로 새제품을 출시할 때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신라면의 기존 행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된장을 앞세운 라면 등이 출시되던 시점에 특히 그랬다. 하지만 2011년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고 2019년에는 신라면 건면으로 새 시장을 개척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신라면블랙은 지난 7월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꼽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에 게재된 ‘더 베스트 인스턴트 면’ 기사에 따르면, 신라면블랙은 기자와 전문가들이 선정한 전 세계 베스트11 라면 중 1위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즈는 신라면블랙을 '한국 1등 신라면의 프리미엄 버전'으로 소개했다.

농심은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후 작품 속에 등장했던 ‘짜파구리’가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매출 향상으로 이어진 바 있다. 신라면 등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매출 점유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이어가며 당분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갓뚜기’ 반격 먹힐까? 2위 진라면 행보도 주목

2위를 달리는 진라면의 행보도 주목된다. 진라면 매운맛의 인기가 꾸준히 상승해왔고, 오뚜기가 오너 일가의 행보 등을 통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소위 ‘갓뚜기’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어서다.

앞서 언급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2040세대 여성 소비자들은 진라면에 대한 선호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세대에게서 호감도가 높다는 건 앞으로 시장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연결된다.

최근에는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딸 함연지씨가 유튜브나 공중파 예능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는데, 이런 점 역시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함연지씨는 유튜브를 통해 농심 회장 손녀딸과 통화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뚜기는 최근 진비빔면, 진진짜라 등 새로운 제품을 통해 공격적으로 시장에 나선 바 있다. 진짬뽕 등을 통해서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진’ 관련 브랜드가 오뚜기의 새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을 것인지 주목된다. 다만, 신라면과 농심이 쌓은 기존의 아성이 제법 탄탄해 라면 시장의 점유율 자체를 흔들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해외시장에서도 신라면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상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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