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슈를 돌아보며...‘좋은 기사’에 대해 고민하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교차로에서 과속 차량에 의해 7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9일 자정 즈음에는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음주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16일 오후 현재, 해운대구에서 7중 추돌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음주나 무면허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비정상적인 속도와 브레이크를 밟은 정황이 없다는 점을 들어 운전자에게 혹시 다른 잘못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마초와의 연관성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을왕리 음주운전자는 구속 상태로, 동승자는 불구속 상태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7중 추돌사고로 중상자를 포함해 7명이 다쳤고, 을왕리 충돌사고로 한 가정의 가장인 오토바이 운전자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운전자들은 법에 따라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법적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운전대를 잡은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적 비판과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자가 이 사건에서 보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 사건과 그걸 둘러싼 뉴스가 사건의 맥락과 의미 대신 포르쉐와 벤츠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소비된다는 점이다. 이 사고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해운대 포르쉐’ ‘포르쉐 질주’ ‘을왕리 벤츠’ ‘음주 벤츠녀’ 등의 이름으로 포털사이트에 등장한다. 이 사고들이 자동차의 결함이나 제조사의 잘못으로 일어났다면 모를까, 그런 사실이 밝혀진 바 없는데도 제조사 이름으로 뉴스가 소비되는 건 사고의 맥락이나 내용보다는 그저 말초적인 흥미로 사건이 소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 사고의 본질, 음주와 위험한 상태에서의 운전?...아니면 포르쉐와 벤츠?

기자의 추측인데, 아마 고가의 자동차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는 유명 브랜드여서 그런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디까지나 예로서) 아반떼나 프라이드, SM3가 위와 같은 사고를 냈다면 어떨까. 기자는 자동차 브랜드 이름이 상대적으로 덜 언급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브랜드 이슈가 긍정적인 뉴스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유명 방송인이 볼보 자동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는데 운전자와 동승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해당 차종에서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례가 없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도 있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벤츠급 훌륭한 인성’이라는 글이 화제가 된 적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생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학원에 가다 벤츠를 추돌했는데, 운전자가 아이에게 부모 연락처를 받아 엄마에게 연락했다는 내용이었다.

운전자는 ‘아이가 집에 가면 혹시 다쳤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시라’고 말하면서 ‘많이 놀란 것 같으니 혹시라도 야단은 치지 마시라’고 덧붙이고, 자전거에 부딪힌 범퍼 사진을 찍어 문자로 전송하면서, ‘타이어 자국은 지우면 되고 긁힌 자국도 크지 않으니까 괜찮다’며 엄마를 안심시켰다고 전해진다. 미담처럼 전해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운전자 인성도 벤츠급”이라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일 저 운전자가 차에 흠집이 났다는 이유로 아이를 심하게 윽박지르거나, 과잉수리비를 청구했다면 여론이 어땠을까? 어쩌면 ‘벤츠 갑질’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에서 화제였을지도 모른다. 소비자들의 행동이 모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사례고, 기업이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언론이 그런 내용을 다룰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혹시 ‘평택 그랜저’와 ‘송도 캠리’ 사건을 기억하는가? 아파트 단지에서 주차관련 시비 끝에 차주가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고 그로 인해 주민 사이에 다툼이 생겼다는 뉴스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에서의 주차 매너와 관련 규정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데, 그런 얘기는 뒷전으로 밀리고 자동차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주목 받은 사례들이다.

◇ 눈길 끄는 제목을 달고 있으면 '좋은 뉴스'인가?

뉴스(NEWS)는 ‘새로운 것들’을 뜻한다.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새로운 것들이 전부 좋은(?)뉴스가 되는 건 아니다. 몰랐던 이면의 얘기가 있거나, 구조적으로 다뤄야 할 맥락이 있거나, 흥미롭거나,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들이 좋은 뉴스가 된다.

요즘은 ‘좋은 뉴스’의 기준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클릭했느냐’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뉴스를 보도하는 기자도 독자들에게 그 소식을 알리는 게 첫 번째 목적이니 어쩌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많이 클릭하게 만드는데만 너무 집중 하면 뉴스의 본질은 사라지고 흥미 위주의 속보 경쟁이나 조회수 경쟁만 남는다. 그래서는 ‘좋은 뉴스’가 생길 수 없다.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 도로에서 생긴 안타까운 사고가 이 사회에 남긴 숙제가 있다. 음주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걸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정신없이’ 잡은 운전대 때문에 한 가정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과 아픔을 겪을 수 있는지, 그런 일을 막으려면 어떤 규정이 필요하고 그 규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운전자들은 뭘 실천해야 하는지다. 사고를 낸 승용차가 벤츠라는 건 이 사건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승자 법인 명의 차량을 처음 만났다는 사람이 왜 운전했는지 등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꼼꼼히 따져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벤츠’는 이 사건의 주인공이 아니다.

해운대구 교차로에서 시속 140Km로 달린 자동차 때문에 여럿이 다쳤다. 음주 상태도 아니고 면허가 없는 사람도 아닌데 왜 그런 비정상적인 속도로 교차로를 달렸고 브레이크도 밟지 않았는지, 운전자가 어떤 상태였는지, 과속이 얼마나 위험한지, 교차로에서의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운전자들은 핸들을 잡을 때 어때야 하는지를 확인하고 다시 점검해야 한다. 사고를 낸 ‘포르쉐’가 얼마짜리 차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고속으로 달리다 사고가 났는데도 여러 개의 에어백이 실시간으로 작동해 운전자나 동승자를 잘 보호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그런 내용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대낮 도로에서의 7중 추돌사고를 두고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내용은 아니다.

뉴스를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기사’가 뭐고 ‘어떤 기사가 세상에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도 지금 그런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도 해본다. 인기 있는 키워드와 사람들이 주목할만한 단어를 가지고 ‘제목장사’를 하는 건 쉽다. 사건의 맥락을 읽고 거기서 찾아야 할 의미를 낱낱이 끄집어내는 건 품이 많이 들고 시간도 필요하고 귀찮기도 하다. 하지만 순간적인 주목 끌기에만 몰두하면 결국 독자도 그런 ‘잔재주’에 내성이 생긴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걸 찾지만, 본질과 다른 ‘낚시’에서 꾸준히 재미를 느끼진 않는다.

중요한 건 포르쉐냐 벤츠냐가 아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그와 비슷한 문제가 앞으로 덜 생기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다. 그런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세상을 감히 꿈꿔본다. ‘너는 그렇게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기자 역시 반성하고 앞으로는 달라지겠다고 약속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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