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㉑] 쏟아지는 새 제품...‘한정판’ 마케팅 이면의 환경
[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㉑] 쏟아지는 새 제품...‘한정판’ 마케팅 이면의 환경
  • 이한 기자
  • 승인 2020.09.1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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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티드 에디션 대유행 시대...소장욕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
1979년 맥도날드에서 시작, 공급을 줄이니 수요가 늘었다?
“꼭 필요한거 맞아?” 희소성의 법칙 이면 환경적인 영향들
자원순환, 시장의 제품과 서비스에 폭넓게 적용할 가치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28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1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10만건의 기사가 검색(7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스물 한번째 주제는 소유욕과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편집자 주]

이 제품들은 모두 넥타이다. 제품 카테고리로 보면 '똑같은'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디자인과 소재 등은 모두 제각각이이서 사실은 서로 '다른' 제품이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다른 제품을 아주 많이 소유하는건 환경적인 시선으로 보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리미티드 에디션'에 대한 소유욕을 환경적인 시선으로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는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 제품들은 모두 넥타이다. 제품 카테고리로 보면 '똑같은'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디자인과 소재 등은 모두 제각각이이서 사실은 서로 '다른' 제품이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다른 제품을 아주 많이 소유하는건 환경적인 시선으로 보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리미티드 에디션'에 대한 소유욕을 환경적인 시선으로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는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소유욕을 자극하는 ‘한정판’과 ‘리미티드 에디션’ 마케팅 열풍이 거세다. 한정판은 공급을 제한해 결과적으로 수요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일각에서는 한정판 마케팅이 결과적으로는 제품의 생산과 소유를 늘려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여름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열풍이 불었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이 가방을 받으려고 커피를 잔뜩 주문한 다음 가방만 챙겨 떠난 소비자가 있다는 소식도 화제였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지난 5월 1일부터 8월 22일까지의 거래 데이터를 기준으로 브랜드 굿즈 중고거래 및 검색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은 조사 기간 동안 25만건 검색되고 거래가 약 2500건 이뤄졌다. 매일 2000회 이상 검색되어 22건이 거래됐다는 의미다. 핑크 레디백의 경우 12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스타벅스만의 이슈가 아니다. 최근에는 다이소에서 출시한 가을한정판 인형이 완판 행진을 보였다. ‘볼빵빵 동물친구들 인형’이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가의 5배 정도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 리미티드 에디션 대유행 시대...소장욕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

한정판이 넘쳐나는 시대다. 한정판의 수량이 과거보다 늘었다는 의미는 아니고, 여기저기 수많은 브랜드에서 한정판을 내놓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KT&G가 릴 하이브리드 2.0 한정판을 출시했고, 갤럭시Z 폴드2는 톰브라운 한정판을 내놨다. 하이트진로는 1924일품진로 한정판, 버드와이저는 맥주 리오넬메시 한정판을 출시했고 시바스리갈 한정판도 나왔다.

카카오프렌즈는 유명 작가와 협업해 어피치 한정판을 내놨고 키엘은 수퍼세럼 대용량 한정판을, 라네즈는 조셉앤스테이시 콜라보 한정판을 출시했다. 롯데온은 방탄소년단 한정 목걸이를 내놨다고 홍보했으며 토요타는 친환경성을 내세운 프리우스프라임을 30대 한정판 내놨다고 밝혔다. 모두 최근 일주일 이내 보도된 기사들이다.

1년여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에서 미국 유명 햄버거 체인 ‘인앤아웃 버거’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준비된 햄버거는 단 250개였다. 팝업스토는 오전 11시에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새벽 6시부터 손님이 몰려 문을 열기도 전에 준비한 햄버거가 모두 소진됐다. KFC는 지난해 6개 매장에서 ‘닭껍질튀김’을 한정 출시했다. 900개 내외로만 판매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긴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매장 오픈 후 20분이 지나 줄을 서도 대기번호가 700번대 이후로 밀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한정판’이 많을까.

‘정해진 시간, 또는 정해진 장소나 정해진 수량 내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전략은 B2C 마케팅의 오랜 기법 중 하나다.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단어와 ‘소장욕구를 자극한다’는 문장이 제품 소개 설명서나 언론 기사 등에 이미 마르고 닳도록 등장해왔다.

◇ 1979년 맥도날드에서 시작, 공급을 줄이니 수요가 늘었다?

제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찾는 사람이 많은데 물건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고, 물건이 많은데 사는 사람이 없으면 값이 떨어진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이 조절된다는 개념도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된 사례는 적은 공급이 수요(욕구)를 늘린 사례다.

서머레디백이 원하는 사람은 몇 개든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이었다면, 인앤아웃 버거나 닭껍질튀김이 매일 수천만개씩 생산돼 한 사람이 몇 개씩 언제든 사먹을 수 있었다면 그렇게 긴 줄을 섰을까? 정해진 수량만 한정적으로 판매한다는 문구 없이 가격과 디자인만 가지고 홍보해도 시장의 관심이 똑같을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한정판 마케팅의 출발은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79년, 맥도날드 수석 요리사르네 아넨드가 돼지고기 넣은 샌드위치 맥립을 개발했다. 당시 맥도날드는 이 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시장에서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맥립은 이후 단종됐다.

시장에서 잊혀질 뻔한 맥립에게 부활의 기회가 생겼다. 10여년 후 맥도날드가 맥립을 일부지역에서 재출시해 한정판매 하면서 부터다. 맥도날드는 한 달 동안 LA와 애틀랜타에서만 맥립을 팔았다. 이후 한 달 동안은 시카고에서만 팔았다. 그러자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맥립을 먹으러 시카고나 LA까지 가기 어려운 다른 지역 소비자들이 ‘우리 지역에도 출시해달라’며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정해진 시기에, 일정한 장소에서만 구매할 수 있게되면서 제품의 가치가 높아진 사례다.

텀블러는 환경적이지만, 텀블러 여러개를 돌려쓰는 것은 환경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용맹하지만 '애정 결핍'에 걸린 가상의 전사 텀블러와 그 동료(?)들의 사진. 저 텀블러의 주인이 기자인지 아닌지는 프라이버시상 비밀이다. (이한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텀블러는 환경적이지만, 텀블러 여러개를 돌려쓰는 것은 환경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계절마다, 또는 매년 돌아오는 '~데이'마다 시즌에 맞는 새상품이 출시되고 그걸 계속 소비한다면 더욱 그렇다. 사진은 독자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여러개 텀블러의 모습.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과 브랜드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꼭 필요한거 맞아?” 희소성의 법칙 이면 환경적인 영향들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런 사례를 ‘희소성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경제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은 무한한 데 비하여 그 욕망을 채워 줄 수 있는 자원이나 수단은 제한적이거나 부족하다는 의미다. 쉽게 말하면 물이 다이아몬드보다 인간의 생존에 훨씬 더 필요하지만 구하기 어려운 다이아몬드는 비싸고 구하기 쉬운 물은 상대적으로 싸다.

한정판 마케팅은 소유욕을 자극하면서 소비시장에서 폭넓게 활용돼 왔다. 처음에는 수량을 제한하는 방법에서 출발했으나 이후 특정 분야 마니아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판매전략을 더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어 왔다. 나이키 ‘에어 조던’ 같은 방식도 그와 유사한 사례다.

이 지점에서 환경적으로 돌아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한정판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달리, 이런 마케팅 기법 자체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량을 늘리는 경향도 있어서다. 텀블러를 예로 들어보자. 텀블러 하나를 꾸준히 오래 사용하면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발자국 등을 고려해도) 일회용 플라스틱컵보다 환경적이다. 하지만 텀블러를 실사용이 아니라 소유욕이나 수집하려는 목적으로 여러 개 보유하는 건 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 브랜드에서는 시즌마다 새 MD상품을 출시한다. 가을에는 도토리나 다람쥐가 그려진 갈색 텀블러, 겨울에는 산타클로스나 루돌프가 그려진 빨간 텀블러, 봄에는 녹색 텀블러에 여름에는 파란 텀블러를 새롭게 출시하는 식이다. 텀블러는 보온기능 등을 고려해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이 많으나 무게와 편의성 등을 고려해 플라스틱으로만 제작된 제품도 많다.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의 텀블러로 소유욕을 자극하고 선물 등을 통해 여러번 소비되는 건 과연 환경적일까?

◇ 함부로 버리지만 않으면, 정말로 괜찮은걸까?

소비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텀블러를 20여개 가까이 소유하고 있다는 서울의 한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하나둘 모으다보니 개수가 늘었다”면서 “이 계절이 지나면 살 수 없고, 내년에는 디자인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 사지 않으면 가질 수 없다는 마음에 덜컥 구매한 게 많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텀블러를 거의 매일 들고 다니지만, 거실 장식장에 텀블러 수십개를 마치 수집품처럼 쌓아두고 있다고 고백했다.

최근 지인 집들이 선물로 스타벅스 머그잔을 구매했다는 또 다른 소비자도 “생일이나 집 초대시에 가볍게 주고받을 선물이 마뜩찮다”면서 “바디제품이나 식재료 등 몸에 바르거나 먹는 건 취향을 타거나 체질상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머그잔 같은 것들은 주고받는데 부담이 없어서 주로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기자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컵이 쌓이면서 환경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런 부분이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플라스틱 대신 머그잔이나 스테인리스 소재를 고른다”고 말했다.

농구화 등 신발을 수집한다는 경기도 일산의 한 소비자는, “원하는 디자인 신발이 내 사이즈가 없으면 그냥 소장용으로 다른 사이즈 제품을 구매해 집안에만 놓아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정말 마음에 드는 신발은 두 개를 사서 하나는 신고 하나는 소장용으로 두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기자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소유함으로서 생기는 환경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어차피 생산량은 정해져 있고, 함부로 버려지지 않으므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조금은 덜할 것 같다”고

경기도 분당에 사는 소비자는 양모씨는 유명 캐릭터 마니아다. 이 소비자의 집에는 해당 캐릭터와 콜라보해 제작된 굿즈가 100여종을 넘는다고 했다. 인형과 장난감, 필통 등 문구류, 캐릭터 모양을 본떠 만든 컵이나 용기 등이다. 이 소비자는 며칠 전에도 2020년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된 캐릭터 굿즈를 해외직구로 구매해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 자원순환, 시장의 제품과 서비스에 폭넓게 적용할 가치

아이러니한 것은, 이 소비자가 평소 일회용품 사용을 경계하며 환경적인 소비에 적잖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 양씨는 배달음식을 시킬 때도 플라스틱 용기가 많이 오는 곳은 배제하고, 일회용 젓가락이나 반찬 등은 빼고 주문한다. 스테인리스 빨대와 텀블러,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며 2개월여 전 편의점에서 구매한 일회용 비닐 봉투를 가방에 늘 넣어 다니며 장바구니가 없을 때 꺼내 사용한다.

양씨 역시 ‘버려지지 않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했다. 양씨는 “해당 제품도 주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생산이나 소비과정에서 환경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영향이 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 이상으로 소비한다는 측면에서는 환경적으로 따져볼 부분이 있겠지만 취미의 영역이므로 일회용품을 마구 버리는 것과 1:1 비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분리배출과 자원순환 관점에서 보면, 함부로 버려지지 않고 누군가의 집에 잘 보관되는 제품들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법률적,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개인의 건전한 취미활동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제품을 생산하고 운송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이 결국 탄소배출 또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세워 비슷한 제품을 여러 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환경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할 문제다. ‘자원순환’은 버려진 쓰레기의 순환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 존재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폭넓게 일컫는 개념이 되어야 한다.

플라스틱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들이 플라스틱이어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 세상의 모든 제품은, 주인이 싫증 내거나 그 기능을 다하면 바로 '쓰레기'가 된다. 버리지 않고 집에 잘 간수하면 상대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겠지만, 자원의 전체적인 순환구조를 감안하면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물론, 그 필요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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