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2040년 북극서 항해도 가능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다량 배출…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어
이산화탄소와 메탄 활용한 다양한 국내 연구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격한 인구의 증가와 산업화로 그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기후변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그 여파로 여태까지 겪지 못한 폭염과 폭우를 경험하는 지역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장 추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시베리아 기온은 역대치를 기록했고 옆 나라 일본도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다. 인도양의 수온 변화로 호주는 ‘최악의 산불’을 경험했으며 반대편인 아프리카 지역은 ‘메뚜기떼’로 식량난에 직면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올해 장마의 원인을 환경오염 중 하나인 기후변화로 꼽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인류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가장 좋은 방안은 오염의 원천을 없애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인류는 당면한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책, 영화 등에서 소재로 사용한 환경문제를 가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 속 기술을 소개한다. 그 네 번째 기술은 할리우드 유명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 속의 기후변화 모습과 그 해결 기술이다. [편집자 주]

빙하가 녹는 현상은 기후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빙하가 녹는 현상은 기후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지구상에 사는 많은 사람에게 최근 가장 큰 환경문제 하나를 꼽으라면 대다수가 ‘기후변화’라고 대답할 것이다. 각종 재난 영화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던 이 기후변화가 이제는 우리 일상이기 때문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런 변화는 이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여정…‘비포 더 플러드’로 본 기후변화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변화는 꽤 심각한 상황이다. 2016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이자 UN 평화 대사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생생히 묘사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그림으로 시작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도입부부터 꽤 강렬하다. 1500년경에 그려진 이 그림은 세 폭 제단화 형식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세 번째 그림은 지옥의 광경으로 온갖 고통스러운 장면이 묘사돼 있다. 뒤틀리고 부패하고 불타는 광경을 보면 처음에는 이러한 모습이 기후변화와 무슨 관계일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감독인 피셔 스티븐스의 의도된 연출일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쾌락의 정원 세 번째 그림이 나온 이유가 서서히 밝혀진다.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방문하는 곳이 이 그림과 꼭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그 상황 속에서 겪는 거주민들의 고통은 쾌락의 정원 세 번째 그림의 모습, 그 자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기후변화에 직면한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며 그들이 처한 상황과 목소리에 주목한다. 얼음이 녹고 있는 캐나다 북극지방 배핀섬과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 미국 마이애미 비치, 급격한 공업화로 스모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바다에 잠기고 있는 키리바시 아바이앙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등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북극 빙하가 사라지는 현상이었다. 북극은 지구 북반구의 에어컨 같은 존재로 빙하가 사라지면 해류는 물론 날씨 패턴까지 변화하게 된다. 이에 엄청난 홍수와 가뭄 같은 인류 재앙이 일어나는데 즉,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환경 대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포문인 셈이다. 여기에 2040년에는 북극에서 항해가 가능할 정도라고 한 과학자는 설명한다. 그리고 그 증거를 보여준다. 얼음 9m 아래 설치한 관측 장비 호스가 얼음 표면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 바로 5년 동안 빙하가 녹았기 때문에 호스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바로 전 세계에서 산업 동력으로 쓰이는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와 열대우림 파괴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온실가스를 구성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끊임없이 방출하고 사라진 열대우림은 이를 흡수하는 역할을 더 이상할 수 없다. 오히려 개발을 위해 열대우림에 불을 지르며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결국, 이러한 환경파괴는 인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대표적인 환경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 포스터. (네이버 영화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대표적인 환경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 포스터. (네이버 영화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한반도 더는 안전지대 아냐…이산화탄소 배출량 7위 국가

사실 우리나라 국민은 최근까지도 이런 기후변화가 북극이나 남극과 같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거나 일부 지역에 가뭄이 발생해도 국민이 체감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여름 기록적인 장마와 폭우는 이런 인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즉, 더는 기후변화 남의 일이 아니게 된 셈이다.

기후변화, 더 정확히 근래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후위기’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 놨다. 녹색연합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96%가 기후위기에 심각성을 인식했다. 특히,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된 계기는 앞서 언급한 기록적인 폭우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가 2030년까지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석탄발전 중지와 2050년 탄소배출제로에 동의하기도 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와 이를 구성하는 이산화탄소는 배출량은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그 배출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914만톤CO2eq.이다. 톤CO2eq.은 메탄과 아산화질소, 불소가스 등의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배출량 단위를 의미한다.

특히,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00년 2억9220만톤CO2eq.에 비해 142.7% 증가한 수치다. 전년도와 비교해도 2.4%가 많은 수준이다. 또한 2017년 국제에너지기구(IEA)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통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번째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서 피할 수 없는 지역이 된다. 앞서 언급한 쾌락의 정원 세 번째 그림과 같은 모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소나무 숲은 2080년대에 현재보다 15% 줄어든다. 벼 생산성은 21세 말 25% 이상 감소하며 폭염일수도 21세기 후반에는 연간 10.1일에서 35.5일로 매우 증가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온실가스를 저감하지 않으면 국내 소나무 숲이 2080년대에 현재보다 15% 줄어들 전망이다. (산림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온실가스를 저감하지 않으면 국내 소나무 숲이 2080년대에 현재보다 15% 줄어들 전망이다. (산림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온실가스의 주범 이산화탄소와 메탄 활용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는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들은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거나 메탄을 먹고 자원을 만드는 미생물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우선, 국내 연구팀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고부가가치 수소로 바꿔주는 나노 촉매를 개발한 바 있다. 해당 촉매는 기존 전극 촉매보다 메탄-수소 변환 효율이 2배 이상 뛰어났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공학과 김건태 교수팀이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만드는 반응(메탄 건식 개질 반응)에 쓰이는 촉매의 성능과 안정성 강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메탄 건식 개질 반응에 니켈(Ni) 금속 복합체 촉매가 주로 쓰였다. 하지만 이 촉매는 오래 쓸 경우 성능이 떨어지고 수명도 짧았다. 고온에서 촉매끼리 뭉치거나 반응이 반복되면 촉매 표면에 탄소가 쌓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니켈이 표면으로 더 잘 올라오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새로운 나노 촉매를 사용한 메탄변환 성능은 700℃에서 70% 이상의 높은 변환효율을 보였고 안정성에서도 400시간 이상을 유지한 결과를 보였다.

메탄을 자원으로 바꾸는 기술의 초석이 될 연구 성과도 나왔다. 메탄을 먹고 유용한 물질로 바꿔주는 미생물인 ‘메탄자화균’의 새로운 대사 경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동혁 교수팀과 경희대 이은열 교수팀은 메탄자화균 중 ‘마이크로븀 알칼리필럼 20Z(M. alcaliphilum 20Z)’의 대사경로를 밝혔다. 

김동혁 교수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메탄은 산업용 폐가스와 낙농업, 셰일가스 추출과정에서 다량으로 방출되고 있다”며 “이러한 메탄을 고부가가치 물질로 만들기 위해서는 메탄을 소모하는 메탄자화균의 대사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산화탄소를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이산화탄소를 분해해 산업적 활용 가치가 높은 다른 물질로 전환할 수 있는 촉매가 개발된 것이다. 포항공과대학(POSTECH) 김원배 교수 연구팀은 이산화탄소의 효율적인 환원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고체산화물 전해전지(SOEC)용 전극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

고체 산화물 전해 전지는 전극과 전해질이 모두 고체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더 적은 전기로 이산화탄소를 전기화학적으로 분해해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일산화탄소나 합성가스로 전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친환경적 기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체산화물 전해전지의 경우 연료극으로 니켈 기반의 소재나 일반적인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소재를 사용해야 했다.

특히 니켈 소재는 우수한 전기분해 성능을 보여주지만 전지 표면에 탄소가 쉽게 침적돼 안정성이 떨어졌다.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이 점에서 니켈 소재보다 우수하지만 전기분해 성능이 낮은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층상구조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표면에 금속 나노 입자가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용출(exsolution) 현상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개발된 소재를 적용해 실험한 결과, 1㎠라는 작은 면적의 전극에도 하루 약 4.7ℓ의 이산화탄소를 분해해 일산화탄소를 만들 수 있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발전소나 제철소 등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처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인류의 기술이 진보하는 만큼 온실가스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하게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환경 문제의 가장 확실한 해결방법은 배출원을 줄이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일상 속 온실가스 저감 노력과 함께 탄소세 도입 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 추진이 필요할 것이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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