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규제’ 이행 시 인센티브 주는 등 제도 동반돼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작업대출에 가담하도록 유도하는 업자가 늘어나 주의가 요구된다.(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을 높인다.(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보이스피싱 피해로부터 소비자를 구제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상향조정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금융당국의 ‘책임 전가하기’ 논란이 일었다.

8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시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지난 6월 24일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등이 공동 발표한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 방안’에 따른 조치다. 당시 금융위와 과기부 등은 9월 해당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은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시 피해구제 절차를 수행하지 않은 금융회사에 부과하는 과태료 수준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금융위원회의 업무를 나눠지게 된 셈이다.

현행법은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전기통신금융사기 대응 관련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사기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금융당국에서 단독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행법에선 전기통신사기 대응 및 피해자 구제에 대한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1천만원 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개정안에선 보이스피싱 피해구제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이 과태료를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병도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2인은 “현행법은 피해구제 관련 각종 절차를 수행하지 아니한 금융회사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과태료의 부과수준이 낮아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와 관련한 금융회사의 책임을 담보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로 하여금 관계 기관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전기통신금융사기 대응 관련 정책수립 및 관계 기관 간 협의를 위해 금융위에 전담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법을 위반한 금융회사에 대한 과태료 부과 수준을 상향 조정해 전기통신사기로부터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보이스피싱 피해구제에 대한 금융회사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해 피해를 줄여나가겠다는 의도나 과태료 수준과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금융회사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할 순 있으나, 금융회사를 지나치게 옥죄는 법안으로 시장원리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안이야 당국에서 검토하지만, 금융회사가 그에 관한 안내도 다하고 지연송금과 같은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임에도 소비자가 악독한 보이스피싱에 걸려 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바로 송금한다던가 하는 경우에 대해선 부주의한 책임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이 아직 발의된 단계에 그치나 본격화된다면 업권에서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또 피해구제 등 금융회사를 옥죄는 규제만 강화하기보다 가이드라인을 지켰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제도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법안대로 과태료를 올린다고 금융사에 부담이 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사에선 이미 자체적으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대응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피해구제를 법제화해서 의무만 더해주기보단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이 같은 노력을 이행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규제에 규제만 얹어지면 역효과로 규제를 피하려다 다른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를테면 소비자신용법이 발의돼 연체 차주에 대한 독촉을 줄일 시 금융회사는 대출 자체를 줄인다. 결국 소비자를 위해 규제를 내놨다가 역효과를 낳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는 정부 정책과 시책에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규제와 요구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을 통해 금융회사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할 순 있으나 과태료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위원은 “보이스피싱 관련해서 입법을 통해 책임을 강화했는데,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보상을 하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저금을 물리겠단 것이 아니다”라면서 “두 가지 효과가 있는데, 피해보상에 대한 금융회사의 부담 효과와 피해 예방에 대한 능동적인 참여 유도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에 물리는 과태료가 정적한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이 대부분 은행계좌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은행이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서 접근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가 심각한 일본의 제도를 따라가고 있는 경향이 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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