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 값 아까워하는 ‘노 양심’ 이웃에게...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네 번째 사진은, 자신의 쓰레기를 남의 가게에 버리지 말라는 호소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에 붙은 안내문. 개인 쓰레기를 동네 가게에 버리는 건 규정을 따져봐도, 양심의 문제로 짚어봐도 잘못된 행동이다. (이한 기자 2020.0817)/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에 붙은 안내문. 개인 쓰레기를 동네 가게에 버리는 건 규정을 따져봐도, 양심의 문제로 짚어봐도 잘못된 행동이다. (이한 기자 2020.08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가 8월 17일 서울 주택가 한 편의점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경고문은 9월 9일 저녁에도 같은 자리에 그대로 붙어있었다. 사실, 저 경고문이 벽에 붙어 있는걸 처음 발견한 건 오래전이다. 아마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개인의 집안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여전해서 뗄 수가 없나보다.

예전에는 도로에 쓰레기통이 많았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가로쓰레기통 숫자를 줄였다. 자원순환이 중요한데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분리배출해야 하는 쓰레기를 거리의 공공 쓰레기통에 무단투기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종량제 봉투 값이 아까워서일까, 아니면 귀찮아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경고문 내용대로 양심에 어긋난 마음을 먹어서일까. 이유가 뭐든, 그러면 안 된다.

환경을 지키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덜 버리기, 그리고 제대로 버리기다. 물론 자원순환 과정 전체를 생각하면 생산과 소비 과정 전반에 걸친 폭넓은 실천과 정부·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지만, 환경의 핵심은 버리는 걸 줄이고, 버릴 때 제대로 버리는 일이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소재에 따라 분리해서 버려야 할 쓰레기를 남의 가게에 마치 제 집 인 양 버리는 건 ‘양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자세 자체가 잘못된 거다. 저 경고문을 보고도 몰래 쓰레기를 버린다면, 그 사람은 양심만 없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자격이 없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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