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제주 해변3곳 미세플라스틱 현황 조사
해변에 쓰레기 넘실...플라스틱 생산 원료도 발견돼
“바다로 배출된 쓰레기...수거되지 않는 한 계속 파편화”
수거 거의 불가능...“플라스틱 사용과 생산 억제 절실”

깨끗한 모래로 덮여있어야 할 해변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제주 사계해변 모습이다. 녹색연합은 지난 8월 16일부터 이틀동안 제주 해변 세곳의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지 모두에서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쉽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깨끗한 모래로 덮여있어야 할 해변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제주 사계해변 모습이다. 녹색연합은 지난 8월 16일부터 이틀동안 제주 해변 세곳의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지 모두에서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쉽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녹색연합이 지난 8월 16일~17일에 걸쳐 제주 해변 3곳(함덕, 사계, 김녕)의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지 모두에서 스티로폼 파편 등 다양한 쓰레기가 발견됐다. 녹색연합은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최근 “지난 8월 16~17일에 걸쳐 제주 해변 3곳의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지 모두 스티로폼, 노끈, 플라스틱 조각, 비닐 등이 쉽게 발견되었으며, 이 중 스티로폼 파편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결과와도 동일하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생산 원료인 펠릿이 해안가에서 관찰된 사례도 있다. 펠릿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제주 해안까지 유입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제주 해양생태계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온 것은 분명하다. 녹색연합은 “지금 제주 바다는 켜켜이 쌓인 미세플라스틱으로 망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바다로 밀려와 해변에 퇴적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미세플라스틱은 크기 5mm 이하의 합성 고분자 화학물을 뜻한다. 발생 기원에 따라 1차와 2차로 나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의도적으로 제조된 것으로 플라스틱의 원료 물질로 사용되는 레진펠릿, 세정제 화장품의 스크럽, 페인트 제거용 마모제 등이 있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이 사용되는 과정이나 또는 사용 후 버려진 이후에 잘게 쪼개져서 미세화된 것이다. 1970년대 연안의 수표면, 해변 및 해산 어류의 위장에서 수 ㎜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면서 미세한 플라스틱의 오염이 최초로 보고된 바 있다.

녹색연합은 “바다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 중 해수보다 밀도가 낮은 미세플라스틱은 해수 표면에 부유하다가 밀물 때 해변으로 밀려와 퇴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수보다 물리화학적 풍화작용이 큰 해변에서 플라스틱의 미세화는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작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은 수거가 어려워 해변에 지속적으로 축적되므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축적되는 모래 해변은 퇴적물 속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오염 조사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모래 해안의 경우 바다에서 유입되거나 풍화로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바다보다 접근이 쉽고 시료 채취에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과 비용이 소모되어 미세플라스틱의 오염을 평가하는 중요한 장소다. 또한, 모래 해안에 잔존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과 종류를 파악하는 것은 해수 중 미세플라스틱과 함께 오염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 미세플라스틱 등 쓰레기 넘실...플라스틱 생산 원료도 관찰돼

이번 조사는 모래 해변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함덕 해변, 국가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지점인 김녕해변, 그리고 사계 해변으로 정했다. 시료 채취, 분석은 모래 해변의 미세플라스틱 시료 채취 및 분석 지침에 따라 진행했다.

조사결과, 조사 대상지 미세플라스틱의 풍도는 35,360-168,160 particles/㎥ 범위로 확인됐다. 함덕이 가장 적게 관찰되었으며 사계가 가장 많았다. 전체 18개 해변의 미세플라스틱의 풍도가 12,000-9,280,000 사이 범위를 보인 것과 유사하다.

조사 대상지 3곳 중 2곳에서 펠릿도 발견됐다. 지난 2012년 7월 홍콩 해안에서 태풍으로 플라스틱 알갱이 150톤이 바다로 쏟아졌으며 2017년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정박한 선박 사고로 약 22억 5천만 개의 플라스틱 펠릿이 유출된 바 있다. 녹색연합은 “이런 펠릿들이 해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제주 바다까지 쓸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플라스틱 원료 공장에서의 배출이나 운송과정에서의 분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조사구역이 아닌 함덕 해변에서는 수십에서 수백개의 펠릿이 발견되고 있다.

녹색연합이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보고서를 인용해 밝힌바에 따르면, 국내외 포함 모든 조사 대상 해안 쓰레기 개수의 81.2%, 무게의 65.7%가 플라스틱이다. 이 중 가장 많이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스티로폼 파편이 1위로 3,815개 (플라스틱의 15.3%)였으며, 2위는 섬유형 밧줄 3,376개(13. 5%), 다음으로는 음료수병과 각종 뚜껑 2,954개(11.8%), 경질형 파편 2,499개(10.0%), 발포형 파편 1,869개(7.5%) 순이다. 1950년대 이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및 폐기물량이 급증했으며 이는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모래사장과 바다를 뒤지면 뭐가 나올까. 예쁜 조개껍데기를 얻을 수 있을까? 예전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쓰레기가 건져진다.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줄여야 할 이유다. (녹색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모래사장과 바다를 뒤지면 뭐가 나올까. 예쁜 조개껍데기를 얻을 수 있을까? 예전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쓰레기가 건져진다.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줄여야 할 이유다. 사진은 녹색연합이 바다에서 발견(?)한 쓰레기들. (녹색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바다로 배출된 쓰레기...수거되지 않는 한 계속 파편화”

우리나라 해안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이미 여러차례 확인된 바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8개의 해안에서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남해안이 동서해안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보였고 해안과 해상 모두 스티로폼이 가장 많았다.

이 중 폴리프로필렌(30%), 폴리스틸렌(29%), 폴리에틸렌(22%) 등 3가지 성분은 모두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으로 생물학적인 분해가 잘되지 않는 대표적인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분해되지 않은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따라 그대로 축적돼 우리의 식탁까지 오게 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거제 칠전도 해역에서는 조사 대상인 바위털갯지렁이 10 개체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되었고, 2016년 경남 거제와 마산 일대 양식장과 근해에서는 굴, 담치, 게에서 확인되었으며, 진해만 주변 해안에서 바지락과 담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97% 발견되었다. 또한, 2017년 환경부는 4대강 수계 정수장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 폐스티로폼 부표 수거 의무화 필요”

미세플라스틱 위해성 연구.2016에 따르면 해변 미세플라스틱 (1-5mm) 중 약 94%가 스티로폼이다. 이번 조사 결과 역시 위의 연구를 뒷받침한다. 대상지 3곳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조사 결과 스티로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세플라스틱 개 수 기준 스티로폼이 함덕 48%, 김녕 75%, 사계 81%에 달한다.

해양 환경 중에 배출된 스티로폼은 수거되지 않는 한 풍화를 통해 끊임없이 파편화된다. 때문에 당장 새로운 스티로폼 쓰레기의 유입을 완전히 차단한다 해도 바다 환경에서의 미세 플라스틱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스티로폼 폐부자의 해양 유입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이유다.

해수부는 2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 평가에서 미세플라스틱 주 원인인 폐스티로폼 부표에 대한 관리방안 강화 과제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폐스티로폼 관련 정책은 매우 부실하다. 해수부는 해양 쓰레기 발생 예방을 위해 폐스티로폼 부표를 회수하고, 친환경 부표 보급을 진행하고 있다.

해수부는 2025년까지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 추진할 계획이지만, 2019년까지 보급율이 24.9%에 그친다. 2019년 기준 전국 양식장 부표 5,500만 개 중 4,100만 개(75%)가 스티로폼이다. 여전히 바다에 4,100만개의 스티로폼 부표의 파편화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되고 있다. 2025년 계획대로 스티로폼 부표가 제로화되더라도 그동안 사용되다가 파편화된 스티로폼은 켜켜이 쌓인 채 남아있다.

녹색연합은 이에 대해 “하루 빨리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를 해야 하고 폐스티로폼 부표를 자율 회수가 아닌 의무 회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스티로폼 부표 사용이 최소화되도록 예산 지원율을 높여 친환경 부표 교체 목표 달성기한도 당겨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  수거 거의 불가능...“플라스틱 사용과 생산 억제 절실”

미세플라스틱은 수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먹이로 잘못 알고 섭취하는 해양생물이 늘어나고 있으며, 플라스틱 첨가제 독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인간 또한 오염이 축적된 해산물을 섭취함으로써 건강에 큰 위협을 받고 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각국은 1차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관련 법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화장품, 세제 및 기타 제품에 대한 미세플라스틱의 사용 금지 법률을 제정하였다. 또한 2022년 10대 플라스틱 품목(식기류, 빨대, 면봉 등) 시장 출시를 금지하기로 해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대책은 미세플라스틱 화장품에 국한 되어 있다”고 언급하면서 “환경분ㄴ 1회용 플라스틱 사용규제를 강화하고, 플라스틱 포장재를 규제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실효성은 높지 않다. 1회용품 사용금지보다는 무상제공 금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녹색연합은 “현재 해수부는 해양환경공단을 통해 국내 연안에서의 미세플라스틱 분포 현황을 조사하고 있지만 조사 후 분포현황을 안다 해도 수거할 방법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효과가 낮아서다. 녹색연합은 “버려진 후 수거하기보다는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우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 억제이며 이를 위해 환경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부등 관계기관이 더욱 적극적인 협력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녹색연합은 “1차 미세플라스틱의 발생 비중이 높은 농업 및 원예제품, 기타 화장품류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 해야한다”면서 “2차 미세플라스틱인 스티로품 부표 사용을 원천 금지하고 친환경 부표로 전환 하는 등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당장 억제할 수 있는 모든 방면에서 신속히 대응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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