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을 직접 실천해야 하는 개인의 자세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주 일요일은 ‘자원순환의 날’이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자원순환의 날을 검색하니 정부가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환경 보호의 필요성 및 자원 낭비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자원 절약과 재활용, 폐자원의 에너지화 등을 범국민적으로 알리고 자원순환을 통한 녹색생활실천운동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했다고 나온다.

쉽게 정리하면 이런 얘기다. 적게 쓰고, 제대로 버리고, 최대한 다시 쓰자는 것.

기자는 과거 건강 담당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때 ‘명의, 명의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2년 동안 진행했다. 특정 분야 권위자 의사 2명이 만나 건강 노하우를 조언하는 컬럼이었다. 기자는 그때 국립암센터장,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장, 삼성의료원 암센터장, 이화여대 의료원장 등을 비롯한 여러 의사를 만났다.

당시 기자는 의사들이 건강에 관한 ‘꿀팁’을 알려주기를 기대했다. ‘이게 좋고, 저게 나쁘다’고 명학하게 정리해 줄 것이라고도 기대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기자와 만난 모든 의사들이 ‘꿀팁’ 대신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 얘기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 듣고 싶었으나 명의들은 ‘전체적인 균형과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식품을 먹거나 먹지 말라고 권하는 건 어렵다’고 답했다.

실제로 기자가 ‘검은콩이 정말로 유방암에 좋으냐’고 묻자 국내 유명병원 암센터장은 ‘위험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검은콩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음식이나 영양제에 대한 질문에는 의사들이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영양소 균형을 고려해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건강해질 수 있는 영양제도, 다이어트에 성공할 묘수도 의사들은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먹고 자고 움직이는 일상 속 모든 습관을 건강한 패턴으로 바꾸라고 조언했다.

자원순환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건강과 의사 얘기를 하는 이유가 궁금할 수 있겠다. 세상 모든 일은 대부분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뭔가 문제가 생겼을때, 마치 핀셋으로 뽑아내듯 한가지만 바꿔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 앞서 의사들이 말했듯, 건강하려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허리 힘을 키우겠다고 허리 운동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상체와 하체 모두 튼튼해야 한다. 팔다리는 약한데 코어 근육만 강할 수는 없다. 우리 삶도, 주변 환경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라고 주장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내가 어딘가에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린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그 자리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 공간을 사용하는 또 다른 누군가는 더러움을 마주하고 직접적인 손해를 입는다.

기자는 요즘 서울 시내 일대에서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사진을 찍고 다닌다. 잘못 버려진 쓰레기들의 모습을 공개해 사람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게 하고 싶어서다. 거창하게 말하면 ‘웨이스트로드’(wasteroad)다.

버려진 쓰레기를 관찰하다보면 아이러니한 장면이 많다.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드나들어야 할 누군가의 창문에 담배꽁초가 버려지고, 환경정화 활동에 관심이 많다고 홍보하는 회사의 제품이 도로 한 가운데 버려져있다. 누군가 손을 씻거나 마실 수도 있는 소중한 수돗가에는 바이러스와 비말이 묻어있을지 모르는 마스크가 버려진 경우도 있다.

자원순환이라는 단어는 거창하다. 국가의 정책과 제도, 기업의 혁신과 기술, 지자체의 인프라가 있어야 그 거창한 순환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개인들이 자원을 순환시키지 않고 아무렇게나 내다버리면 아무리 정책과 기술과 인프라가 훌륭해도 그 순환구조는 이뤄질 수 없다. 아니, 시도조차 할 수 없어진다.

어떤 사람들은 묻는다. ‘환경을 지키려면 뭘 해야 하죠?’ 명의들을 찾아가 ‘건강하려면 뭘 해야 하느냐’고 묻던 과거의 기자가 생각난다. 그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답이 없으니 아무렇게나 살자는 의미가 아니라 답이 딱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담배를 끊었다고 밤에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듯, 일회용품 사용을 줄였다고 다른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려도 되는 건 아니다. 영양소 균형을 위해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한 것 처럼, 자원의 효율적인 순환과 환경적인 고려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실천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환경이다. 나와 관계없는 공간을 더럽히면 어떤 사람은 일상 속 매우 밀접한 공간이 더럽혀진다. 우리의 공간이 더 이상 더렵혀지지 않으려면 자원은 순환해야 한다. 순환은 누가 해야할까. 기업? 국가? 지자체? 맞다. 모두 순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함께 순환해야 한다. ‘나 하나 쯤이야’ 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건 초등학교때 배웠다. 환경을 지키는 것도, 자원을 순환하는 것도. 개인의 실천이 없으면 그저 공염불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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