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함부로 대한 공간, 누군가에겐 매우 소중한 곳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세 번째 사진은 창문 넘어로 버려진 커피잔과 담배꽁초 사진입니다. [편집자 주]

아침에 창문을 열었는데 그 앞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먹다 버린 커피잔이 버려져 있다면 그 사람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기억할까. 빼앗긴 창에도 볕이야 들겠지만, 남의 창을 함부로 빼앗는 건 누가 뭐래도 유죄다. (이한 기자 2020.09.04)/그린포스트코리아
아침에 창문을 열었는데 그 앞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먹다 버린 커피잔이 버려져 있다면 그 사람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기억할까. 빼앗긴 창에도 볕이야 들겠지만, 남의 창을 함부로 빼앗는 건 누가 뭐래도 유죄다. (이한 기자 2020.09.0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9월 4일 오전 서울의 한 주택가 모습이다. 1층과 지하 사이쯤에 위치한 한 가구 창문에 먹다 버린 테이크아웃 커피잔과 담배꽁초가 놓여있다. 두 사람이 따로 버린 쓰레기일까. 아니면 짐 자무쉬 영화 <커피와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곳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다음 그 흔적만 남기고 가버린 걸까.

영화 <기생충>에는 주인공 기택의 반지하 집 창문 앞에 취객이 함부로 실례하는 장면이 나온다. 취객의 몸짓에 기택네 가족은 큰 위협을 느낀다. 취객에게는 그저 으슥한 골목길 구석진 곳이지만 기택의 가족에게는 볕이 드나들고 신선한 공기가 오가야 할 소중한 창이 거기 있어서다. 테이크아웃 커피잔과 담배꽁초를 저기 놓아둔 사람은, 창문 너머 사는 사람들이 누려야 할 평화로운 일상과 소중한 삶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했을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건 혼자만의 양심 문제가 아니다. 내다 버린 버린 양심 때문에 누군가는 손해 보고 고통 받을 수 있어서다. 아침에 창문 열었는데 그 앞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먹다 버린 커피잔이 버려져 있다면 그 사람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기억할까. 물론 저 창이 붙박이일 수도 있고, 창문 너머 공간이 다용도실이나 창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커피잔과 담배꽁초의 원래 주인이 그런 걸 고려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빼앗긴 창에도 볕이야 들겠지만, 남의 창을 함부로 빼앗는 건 누가 뭐래도 유죄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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