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비 쓰레기’ 속에서 살고 있다
인류가 풀지 못한 난제 ‘쓰레기’…2500여년 전부터 골칫거리
美 푸앤테 힐스 매립장이 주는 교훈
쓰레기를 활용한 다양한 기술…본질적인 해결책은 ‘사용량 저감’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격한 인구의 증가와 산업화로 그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기후변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그 여파로 여태까지 겪지 못한 폭염과 폭우를 경험하는 지역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장 추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시베리아 기온은 역대치를 기록했고 옆 나라 일본도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다. 인도양의 수온 변화로 호주는 ‘최악의 산불’을 경험했으며 반대편인 아프리카 지역은 ‘메뚜기떼’로 식량난에 직면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한 올해 장마의 원인을 환경오염 중 하나인 기후변화로 꼽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인류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가장 좋은 방안은 오염의 원천을 없애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인류는 당면한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책, 영화 등에서 소재로 사용한 환경문제를 가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 속 기술을 소개한다. 그 세 번째 기술은 에드워드 흄즈가 지은 ‘102톤의 물음’을 통해 본 쓰레기 활용 기술이다. [편집자 주]

우리는 하루하루 수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며 살아간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는 하루하루 수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며 살아간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최근 전 세계적인 환경문제 중 하나로 기후변화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에 있어 인류에게 더 골칫거리인 난제가 하나 있다. 바로 인류의 영원한 숙제, ‘쓰레기 문제’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기업의 제품 생산 과정에서 다양한 폐기물이 나오는가 하면 소비자가 구입한 최종 상품 역시 사용가치가 떨어지면 이내 쓰레기로 변모한다. 이 과정에서 본연의 상품을 돋보이게 해주는 각종 포장재 쓰레기는 덤이다.

일상생활 곳곳에도 쓰레기는 항상 존재한다. 쓰레기통이나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 업무에 꼭 필요한 컴퓨터부터 입고 있는 의복, 냉장고 속에 보관된 식재료들, 심지어 살고 있는 주택과 아파트도 그 사용기한이 끝나면 결국 쓰레기가 될 운명에 놓여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쓰레기 속에서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예비 쓰레기’의 틈바구니에서 한평생을 사는 셈이다.

◇ 인류가 풀지 못하는 숙제 ‘쓰레기’

인류가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은 비단 현재만이 아니다. 이는 에드워드 흄즈가 지은 ‘102톤의 물음’이란 책에서도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에드워드 흄즈에 따르면 기록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쓰레기 위기는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와는 조금 다른 양상의 쓰레기 문제지만 무려 2500여년 전 인류에게도 쓰레기 문제는 골칫거리였다.

당시 그리스의 수도였던 아테네는 시민들이 창문이나 문으로 내던진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았다. 버려진 쓰레기가 골목과 가로, 인도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류 최초의 도시 쓰레기장을 만드는 법이 탄생했다. 이와 함께 현재는 당연시되고 있지만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조치도 시행됐다. 도시 경계 1.6㎞ 반경 내에 쓰레기 투기를 금지한 것이다.

쓰레기 때문에 전체 도시의 높이가 점차 올라간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고대 로마의 경우 그리스와 같이 도시 쓰레기장을 설치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음식물과 부서진 그릇으로 구성된 쓰레기가 골목과 거리에 쌓이게 됐다. 그 쓰레기 층은 이내 도시의 높이를 상승하게 만들었다. 쓰레기층 위로 보도가 놓이고 새로운 건물이 지어진 것이다.

1300년대 프랑스는 쓰레기 문제를 국가 안보 문제와 연결시키기도 했다. 파리 출입문 부근에 쌓인 쓰레기 더미 때문에 방위병들이 적군의 접근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대형 쓰레기를 멀리 내다 버리는 내용의 칙령까지 반포되기에 이르렀다.

에드워드 흄즈의 '102톤의 물음'.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에드워드 흄즈의 '102톤의 물음'.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끝없이 높아지는 쓰레기산…미국 최대 규모의 ‘푸앤테 힐스 매립장’

하지만 이러한 그의 이야기를 단지 흥미롭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드는 대목도 있다. 비록 지금은 운영이 중단됐지만 당시 미국 도시 쓰레기 매립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푸엔테 힐스 매립장’의 이야기 때문이다.

푸엔테 힐스는 전체 면적이 5.5㎢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매립장이다. 이 매립장의 절반은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비슷한 면적으로 오로지 쓰레기를 매립하기 위한 땅이다. 나머지 절반은 완충 지대와 야생 생물 보호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2011년 이 매립장의 지표 높이는 원래 표고보다 152m 높아졌다. 바로 쓰레기 때문이다. 어쩌면 땅에 쓰레기를 묻는다는 의미의 매립지 보단 쓰레기 산으로 재탄생했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이 매립장은 30년 이상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매일 배출되는 막대한 쓰레기를 책임졌다. 에드워드 흄즈는 1억3000만톤의 쓰레기가 매립돼 있다고 전한다. 이 어마어마한 양은 단순히 숫자로는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가늠하기 힘든 쓰레기양을 손쉽게 비유한 에드워드 흄즈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만약 푸엔테 힐스가 코끼리 무덤이라고 하면 이는 약 1500만 마리의 코끼리 사체가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자동차 매립장이라면 15년 동안 미국에서 생산된 모든 차가 수용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푸엔테 힐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은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탈바꿈했지만 당시에도 푸엔테 힐스의 매립지로서 수명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한정된 양의 쓰레기를 수용할 수 있는 매립지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립지가 다 차고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면 과연 새로운 매립지를 찾아 떠나야 하는가. 아니면 쓰레기를 어떻게 감축하고 더 나은 처리 방안을 고안해야 할지 말이다.

사실 이 문제는 지금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3개 시·도의 쓰레기를 담당하고 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3-1 매립장(103만㎡)이 조기 포화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올해 1월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반입총량제가 시행 중이지만 중간 점검결과, 58개 기초지자체 중 10개가 이미 반입총량을 초과했다.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말 기준으로 37개 기초지자체가 초과 반입할 것으로 예상되어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해 본질적인 고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화공생명공학과 이기봉 교수팀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이종규 박사, 울산과학기술원 곽상규 교수팀이 개발한 폐플라스틱병을 이용한 활성탄 제조 및 이산화탄소 포집에 대한 모식도. (고려대학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화공생명공학과 이기봉 교수팀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이종규 박사, 울산과학기술원 곽상규 교수팀이 개발한 폐플라스틱병을 이용한 활성탄 제조 및 이산화탄소 포집에 대한 모식도. (고려대학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버려진 플라스틱 이용해 이산화탄소 포집까지…쓰레기 활용한 다양한 기술

그렇다면 쓰레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 단순히 종래와 같이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게 아닌 다른 방법으로 말이다. 쓰레기를 활용한 기술은 의외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폐플라스틱을 도로포장에 사용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심지어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활용해 지구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까지 포집하는 기술도 있다.

먼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활용해 친환경 도로(아스팔트)포장 재료를 개발한 바 있다. 폐플라스틱에서 작은 알맹이 가루를 만든 후 섬유를 뽑아내 이를 아스팔트 포장에 섞는 방식이다. 그 결과, 폐플라스틱 섬유와 골재의 맞물림 효과를 극대화해 일반 아스팔트보다 내구성은 2.5배, 수명은 1.5배 높였다.

또한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된 ‘음식물 쓰레기 재생 고형연료화 기술’도 개발됐다. 특히 이 고형화 연료는 고품질 석탄 화력과 맞먹을 정도의 고열량이면서 염도까지 대폭 낮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 연구팀은 음식물 쓰레기를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고분자 물질을 열분해시키는 방법으로 다이옥신 발생 우려가 없는 공정을 새로 고안했다. 열분해 다음으로는 염분을 제거하는 탈염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효율도 기존 대비 90% 이상 향상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음식물 쓰레기는 탄소가 농축된 고열량의 친환경 숯덩어리(bio-char)로 탄생한다. 청정 고형 재생연료(Bio-SRF)는 사료나 퇴비로 활용할 때보다 악취가 발생하지 않으며 보관 및 운반도 간편하다. 연료로서 품질도 우수한데 재생연료의 열량을 1kg당 약 3000~4000kcal에서 6000kcal로 2배 가까이 향상시켰고 이를 화력발전이나 지역난방 등에 활용할 경우 연간 885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화공생명공학과 이기봉 교수팀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이종규 박사, 울산과학기술원 곽상규 교수팀은 버려지는 플라스틱병을 이용해 다공성 탄소 소재(활성탄)를 제조했다. 이와 함께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 포집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활성탄이라고도 불리는 다공성 탄소 소재는 대기환경 및 수처리, 반응촉매 등 다양한 곳에 이용된다. 버려진 플라스틱병을 활용해 제조된 활성화탄은 이산화탄소 포집에 상용화가 가능한 정도의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이 기술은 폐플라스틱 처리와 지구온난화라는 두 가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기존 재활용 방법에 이용하기 어려운 오염된 폐플라스틱병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쓰레기 활용 기술이 속속 나오고 있다. 향후 이러한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환경운동가가 이야기하듯 쓰레기 문제에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배출원 즉,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102톤의 눈물의 저자 에드워드 흄즈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우편 주문 카탈로그나 쇼핑 인쇄물을 거부하고 생수병을 구입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중고품과 리퍼비시를 구입하고 일회용 종이비닐 사용 중단을 권고한다.

물론 국내 환경운동가나 에드워드 흄즈가 말한 방법처럼 국민들이 당장 생활·소비습관을 개선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쓰레기 문제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므로 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한 번 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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