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한적한 서울 거리 (이민선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한적해진 서울 시내 (이민선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긴 장마에 폭염까지…. 그리고 다시 시작된 코로나.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첫 발생한 지 벌써 7개월이 지나는 시점, 우리 일상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평범하던 일상을 미루고 모든 생활을 거의 집에서만 보내다시피 하면서 가족 구성원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예측되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로 모두가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우리 사회 대부분 이들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이 있다. 바로 코로나 블루 (Corona blue).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blue)을 뜻하는 신조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일상은 큰 변화를 맞았고, 그로 인해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말한다. 이는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일상생활 제약이 커지면서 나타나게 된 현상이다. 

코로나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이들부터 코로나에 감염돼 사경을 헤매고 있는 이들, 방역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장시간 일하면서 몇 달간 비상 근무로 탈진(번아웃)한 의료진들까지 한국 사회 모두가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WHO, "코로나 블루는 '정설'"

우울
사실 코로나와 같은 급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는 불안과 두려움 등 정신적 충격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실 코로나와 같은 급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는 불안과 두려움 등 정신적 충격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가 아닐까 걱정하는 두려움이 있다. 게다가 감염병 관련 정보와 뉴스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무르면서 생기게 되는 답답함부터, 활동 제약이 계속되면서 느끼는 무기력증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증가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코로나 블루는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코로나 블루가 '정설'이라며 정신보건 역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고 했다. WHO 미주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불면증, 섬망증(환각, 초조, 과잉행동을 동반한 정신질환), 우울증 등을 겪게 된다"며 "코로나19 대유행에 많은 이가 감염을 두려워하고 아플까 봐 불안해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 "코로나 종식 기대했지만 자꾸만 좌절되면서 무기력해져"

코로나
많은 이들이 코로나가 종식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 기대감이 좌절되면서 우울과 분노를 표출시키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7월 코로나가 잠잠해지기 시작하면서 다시 일상을 되찾으리라 기대했던 것도 잠시. 지난달 12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정부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수준의 강화된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끝날 거라고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것이 반복되면 무력해진다"라면서 "무력감을 내적으로 받아들이면 우울증이, 외적으로 표출하면 분노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가 종식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 기대감이 좌절되면서 우울과 분노를 표출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과도한 기대감을 접고,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으라는 조언을 하고 있지만, 당장 일자리를 잃고 앞날이 불안한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 "혼자 견디기 어렵다면 도움 청해야"

구리시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자가격리자 및 지역주민(본인, 가족 및 지인, 관련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구리시보건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구리시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자가격리자 및 지역주민(본인, 가족 및 지인, 관련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구리시보건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의료계에서는 코로나 블루를 예방 및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 시간 등 일상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손 씻기나 코와 입에 손대지 않기 등 감염을 피하기 위한 개인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도 심리적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또 매일 같이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가운데, 막연한 불안감은 버리고, 정확한 상황 판단에 집중해야 한다. 과도한 공포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는 가짜뉴스에도 주의해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코로나 블루를 버텨내고 있겠지만, 혼자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면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다. 서울시는 COVID19심리지원단을 운영해, 지역 사회 감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심리적 어려움을 예방 및 최소화하고 있다. 경기도는 코로나 블루 확산을 방지하고 불안과 우울감 없는 일상을 위해 '24시간 전화 응급 심리상담 핫라인(1577-0199)'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자체마다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밥 잘 챙겨 먹으라던 안부 인사도 '코로나 걸리지 않게 조심해라', 다음에 밥 한번 먹자는 말도 '코로나 끝나면 보자'로 바뀐 지금. 모두가 코로나로 인해 불안함과 우울감을 겪고 있는 이 시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일상의 제약에 따른 어려움도 크지만, 이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눠 들고 있는 이웃과 동료, 사회 구성원들을 믿고 다시 한번 방역 수칙을 지키며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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