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거리에서도 미세 누출 감지할 수 있어
휴대폰 배터리 3개 전력으로 36개월 사용 가능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KSB융합연구단이 세계 최초로 ‘초저전력 누출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KSB융합연구단이 세계 최초로 ‘초저전력 누출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최근 대규모 산업단지나 소규모 공장에서 화학물질이나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다량의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 누출사고 발생 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올해 초 충남 아산의 한 철강공장에선 폐염산 보관 탱크에 연결된 배관 문제로 추정되는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충북 청주의 한 공장 배관에서 유독 가스인 디클로로메탄이 누출돼 작업자들이 병원 신세를 지어야만 했다. 이러한 화학사고는 무엇보다 사전에 화학물질이나 가스 등의 누출 여부를 확인하는 게 필수다. 

현재 다양한 상용 누출신호 탐지기를 활용해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누출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할뿐더러 초고용량 배터리와 컴퓨터를 사용해야 해 가격이 비싸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누출 여부 정확도는 올리면서 가격은 매우 저렴한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KSB융합연구단과 함께 ‘스마트센서 기반 플랜트 초저전력 지능형 누출감시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원자력연구원의 누출탐지 기술과 전자통신연구원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됐다. 스마트 무선센서로 초미세 누출 신호를 감치하고 증폭시켜 인공지능 추론 서버를 통해 누출 여부를 실시간 판단한다.

배관 누출 시 발생하는 소리는 40k㎐ 전후의 초음파 대역에서 특징적인 신호를 보인다. 귀로 들을 수 있는 20㎐ 내지 20k㎐의 소리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누출이 미세하거나 주변 소음이 큰 경우 탐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초음파 대역의 신호를 이용하면 더욱 정확한 탐지가 가능한데, 이 신호의 강도가 매우 약하다 보니 신호 증폭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출 신호를 무려 45만배 증폭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에 인공지능 추론을 통해 99% 정확도로 누출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도록 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1.7기압 배관에 생긴 0.2㎜ 크기의 작은 구멍에서 1분당 90㏄의 누출이 발생해도 스마트 무선센서를 통해 5m 이상 거리에서 누출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은 누출 여부의 정확도뿐만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매우 저렴하다. 자체개발한 초저전력 누출감지 센서모듈과 저가형 인공지능 서버(라즈베리파이나 오드로이드)를 사용해 십만원대의 가격으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수요가 예상된다.

또한 기존 탐지기들이 초고용량 배터리나 유선 전력을 사용하는 데 반해 이번에 개발한 무선 누출 감지 스마트센서는 휴대폰 배터리 3개 용량인 9000㎃h 원통형 건전지만으로도 36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지금껏 무선 누출 감지 기술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잦은 배터리 교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낸 것이다.

원자력연구원 박원석 원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각자의 전문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배관 누출은 안전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 만큼 산업계와 국민 생활 안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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