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카트린 하르트만 ‘위장 환경주의’
친환경 기업이 정말로 환경적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환경 문제는 중요한 숙제입니다. 머리로는 누구나 알고 있죠. 하지만 실천은 어렵거나 귀찮습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나 하나쯤이야’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거나, 뭘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미뤄두기도 합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실천이 중요하다고 마음을 먹는데도 이래저래 바빠서 못하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세상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이 참 많습니다. 환경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수년째 관련 이슈를 쫓는 사람,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몇 년째 다섯 식구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 미래 지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 전 세계의 쓰레기 문제를 직접 눈으로 보려고 2년 동안 세계일주를 한 사람, 환경적인 활동을 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폭로하는 사람도 있죠. 수백년전 아메리칸 인디언의 삶에서 환경과 자연에 대한 마음가짐을 배운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얘기를 직접 듣는 방법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입니다. 어렵고 무거운 책이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죠. 구하기도 쉽습니다. e북으로 바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환경경제 매체에 입사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관련 책들을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서 독자들과도 공유하려고 합니다. 기자가 이북으로 읽은 환경경제 도서 8권을 골라 소개합니다. 참고로 에코는 환경(eco)이기도 하고 경제(economy)이기도 합니다. 네 번째 책은 <플라스틱 행성>을 감독한 베르너 부테의 영화 <더 그린 라이>를 촬영하기 위해 출간된 책, ‘위장 환경주의’(에코리브르)입니다. [편집자 주]

카트린 하르트만의 저서 ‘위장 환경주의’에는 눈에 띄는 부제가 달려있다.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라는 제목이다. 친환경을 내세운 기업들이 정말로 환경적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리디북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카트린 하르트만의 저서 ‘위장 환경주의’에는 눈에 띄는 부제가 달려있다.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라는 제목이다. 친환경을 내세운 기업들이 정말로 환경적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리디북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세상의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이 환경적이라고 홍보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폐기물 순환구조에 관심이 많으며 공정무역 등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행복과 환경을 함께 지킨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 말은 사실일까?

카트린 하르트만의 저서 ‘위장 환경주의’에는 눈에 띄는 부제가 달려있다.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라는 제목이다. 인터넷 교보문고는 이 책에 대해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해 끊임없이 탐욕을 채우는 다국적 기업과 일부 NGO의 민낯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분석한다”고 소개했다.

<플라스틱 행성>의 메가폰을 잡았던 베르너 부테는 이 책의 저자 카트린 하르트만에 대해 “카트린이 대기업들과 싸우는 전사로서 우리 편에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카트린 하르트만은 독일에서 예술사와 철학, 스칸디나비아학을 공부한 기자 겸 작가다. 독일 일간신문 정치 담당 기자와 월간지 기자로 일하고 여러 권의 책을 썼다.

◇ 알루미늄 캡슐 재활용 나선 네슬레...정말로 환경적일까?

책은 식품업체 네슬레 얘기로 시작한다.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얘기다. 책에 따르면 네스프레소에서 배출하는 빈 알루미늄 캡슐 쓰레기는 매년 최소 8,000톤이다. 알루미늄은 보크사이트라는 광석에서 얻는데, 이를 채굴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와 브라질, 기니, 인도네시아에서 열대림이 사라진다.

1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8톤을 배출한다. 실제로 알루미늄 생산은 전 세계 전기 소비량의 3퍼센터를 치지한다. 이를 위해 댐과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토착민에게서 땅을 빼앗아야 한다. 알루미늄 1톤마다 독성을 띤 빨간 진흙이 최대 6톤까지 나오는데, 이것을 뚜껑도 없는 큰 수조에 보관한다. 이따금 수조를 둘러싼 둑이 무너지고 코를 찌르는 진흙이 마을과 들판으로 흘러간다.

책에 기술된 바에 따르면, 네스프레소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중 하나다. 네슬레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 잔의 커피는 긍정적 영향력을 담고 있다”고 소개한다. 커피 한 잔을 통해 환경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홍보한다.

물론 네스프레소는 환경 관련 활동을 벌인다. 커피 캡슐을 수거하는 활동을 통해서다. 고객이 커피 캡슐을 따로 모으면 네스프레소가 캡슐을 수거하고 재활용비용을 댄다는 의미다. 그러나 카트린 하르트만은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쓰레기통이 아닌 재활용 통에 들어가는 캡슐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르고, 네스프레소가 재활용 알루미늄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역시 아무도 모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 친환경 기업이 정말로 환경적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저자는 책을 통해 구글에서 독일어로 ‘지속 가능’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1600만개가 나오고 영어로 검색하면 3억건의 글이 검색된다고 말한다. 그는 수많은 언론보도나 대기업이나 NGO의 글들을 예로 들면서 “마치 환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며 이런 태도가 그린 워싱”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두고 출판사 에코리브르는 서평에 이렇게 썼다.

“만약 네스프레소를 처음부터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다면, 생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않았을까?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듯 지속적으로 발전한 소비 사회에서는 그와 같은 질문을 아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리하여 엄청난 쓰레기를 배출하고, 지나치게 비싼 커피 시스템이 자원을 낭비하고 소농을 착취하는 것이다. 이런 커피 시스템은 생태적 고려를 외면할 뿐 아니라, 심지어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후에 좋은 일을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책에는 수많은 사례가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석유 생산 대기업 셸은 자사를 풍력발전소로 광고하며, 코카콜라는 여러 나라에서 샘물을 퍼 쓰면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주인공이라고 표현한다.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과 독성 있는 살충제를 판매하지만 기아와 싸우는 데 기여한다고 홍보하는 기업, 석탄 화력발전소가 유지되도록 애쓰면서 풍력 터빈 위주로 광고하는 기업, 유럽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면서 발전소 냉각탑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는 이유로 ‘숯가마가 생물 종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하는 기업 사례도 나온다.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에너지를 쓰고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이 문제를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며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까? 아니면 환경을 유용한 마케팅 포인트의 하나로 여기고 있을까. 저마다 자신들이 ‘친환경 기업’이고 ‘환경 경영’에 관심이 많다고 주장하는 요즘, 한번쯤 검증해 볼 질문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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