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人터뷰 ⑤]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작가들이 전한 동물 시국선언
[환경人터뷰 ⑤]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작가들이 전한 동물 시국선언
  • 이한 기자
  • 승인 2020.08.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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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환경, 동물 관련 문제 다루는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
“동물이 인간을 거래했나?”...문제는 사람에게서 시작됐다
동물과의 거리두기 필요...“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
“행복을 추구하고 누릴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이 사람(?)은 작가 김한민이자 천산갑이다. 이동시 작가 김한민은 '동물들의 시국선언'에서 천산갑으로 분해 "과학자들은 우리가 코로나를 옮겼다며 중간 숙주라고 말하지만 우리 천산갑이야말로 진짜 피해자"라고 말했다. 천산갑이 인간 곁으로 온건 천산갑의 의지였을까? 아니면 인간에 의해서였을까. (이동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 사람(또는 동물)은 작가 김한민이자 코로나19 중간숙주로 지목 받은 천산갑이다. '이동시' 작가 김한민은 '동물들의 시국선언'에서 천산갑으로 분해 "과학자들은 우리가 코로나를 옮겼다며 중간 숙주라고 말하지만 우리 천산갑이야말로 진짜 피해자"라고 말했다. 천산갑이 인간 곁으로 온 건 천산갑의 의지였을까? 아니면 인간에 의해서였을까. (이동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은 “코로나19의 원인이 동물 학대”라고 주장했다.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기인해 중간 숙주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오는 과정을 꼬집은 견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새로이 창궐하는 모든 전염병의 75%, 이미 알려진 전염병의 60%가 동물에서 왔다. 인간과 동물의 사이는 도대체 왜 이렇게 나빠졌을까.

이 과정을 두고 ‘잘못은 동물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다’는 견해가 있다. '동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서식지에서 잘 살아왔는데, 사람들이 그곳을 망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견해다. 한편에서는 '그러므로 인류와 동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과거의 행위를 반성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동시의 작가와 활동가들이다. 이동시는 ‘이야기와 동물과 시’의 약자다. 이곳의 활동가들은 동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고 주장하며 스스로 동물 입장을 대변해 메시지도 던졌다.

지난 8월 20일, 이동시 작가와 활동가들은 박쥐와 천산갑 등을 비롯한 여러 동물의 입을 빌려 ‘절멸선언’이라는 시국선언을 했다. 동물의 입을 빌린 시국선언이다. 이를 통해 ‘지금과 같은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간 역시 절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동시 작가들은 누구고 왜 이런 퍼포먼스를 기획했을까. 시국선언의 기획자 현희진 작가에게 이동시의 얘기를 들었다. 현희진 작가는 절멸선언 퍼포먼스에서 침팬지의 입을 빌어 ‘주사 바늘을 찌르는 벌건 눈에 내 예쁨을 비추어보다가 가슴을 두드린다’고 쓴 작가다. 기자가 작가와 나눈 문답을 아래 정리한다.

 

“동물이 인간을 거래했나?”...문제는 사람에게서 시작됐다

우선 이동시에 대해 먼저 묻죠. ‘이야기와 동물과 시’ 홈페이지를 보니 ‘우리는 동물주의자들이다’라는 단어가 보이더군요. 어떤 분들이, 무엇을 위해 모이신 곳인지 소개 해주세요

기후와 환경, 그리고 동물 관련 문제를 다루는 창작집단입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와 시의 힘을 믿고, 생명을 노래하는 감수성을 통해 쓰레기 줄이려는 노력과 동물을 타자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가지는 사람들이예요. 지구 과열 임계점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고 말하죠. 그저 지구가 더워지는 정도로만 받아들여서는 곤란해요. 기후행동의 유의미한 기간이 앞으로 10년 정도라고 보고, 오는 2030년까지 대중의 시선을 바꾸고 행동을 끌어내려는 프로젝트를 위해 모였어요.

30여분의 작가분들이 최근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함께 하셨죠. 프로젝트에 따라 참여자분들이 달라지나요 아니면 뜻을 함께하는 분 30여 명이 매번 함께 하는 방식인가요.

만화가이자 번역가인 김한민 작가, CBS 정혜윤 PD, 영장류학자 김산하 박사, 그리고 시인이자 편집자인 현희진 작가 이렇게 4명이 기본 멤버예요. 퍼포먼스를 위해 모이는 작가도 있고, 여럿이 같은 뜻을 가지고 느슨하게 모였다가 또 헤쳐모이기도 하는 팀이죠.

동물들의 시국선언이라는 방식이 매우 신선했습니다. 동물권의 중요성이나 서식지 파괴로 인한 여러 피해를 지적하는 목소리야 과거에도 많았는데, 진짜 동물의 목소리라고 상상하니 더욱 잘 들리더군요. 어떻게 시작된 기획인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동물들이라면 인간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생각해본 퍼포먼스입니다. 30여분의 작가가 참여하셨어요. 이동시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섭외한 분들이에요. 독자에게 인기 많은 작가를 골라 섭외한 게 아니라 평소 동물 목소리에 관심 있고 ‘동물되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작가분들을 섭외해서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작가들의 개별 발언은 이동시 인스타그램(@edongshi)을 통해 계속 업로드하고 있어요. .

작가님은 침팬지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셨죠. ‘주사 바늘을 찌르는 벌건 눈에 내 예쁨을 비추어보다가 가슴을 두드린다’고 쓰셨어요, 동물의 어떤 상황과 어떤 고통을 상상하면서 쓰신 글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지금 새롭게 등장하는 전염병의 75%가 동물로부터 유래된 질병이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도래할 미지의 질병도 인수공통감염병일 확률이 높고요. 인간이 굉장히 무서워하는 에이즈와 에볼라도 침팬지에서 나왔습니다. 1908년에 침팬지에서 인간에게 종간 전파가 일어났대요. 인간이 침팬지를 사냥하고 고기를 발라내는 과정에서 감염된 혈액과 체액에 노출이 됐다고 하더군요. 저는 끌레오라는 침팬지를 상상했어요. 처음 인간에게 에이즈를 옮긴 침팬지죠. 자신의 서식지에서 평소 아무 문제 없이 우아하게 살고 있었지만, 인간에게 사냥당해 먹혔던 침팬지를 상상했어요.

침팬지가 자신에게 주사 바늘을 찌르는 인간의 눈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는 의미인가요.

인간의 감기가 침팬지에게 역으로 가는 현상도 벌어진대요. 인수공통감염병은 전파 경토가 쌍방향이니까요. 인간이 먼저 감기를 옮겨놓고 침팬지가 아프니까 잡아다 주사를 꽂는 모습입니다. 침팬지는 인간이랑 굉장히 비슷해. 지문도 선명하고 머리도 빗어요. 사람들이 누군가의 눈을 보면 그 눈동자에 자기 얼굴이 비치잖아요. 그것처럼 침팬지가 자기에게 주사 바늘 찌르는 사람의 눈동자에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얼마나 슬펐을지 상상했어요.

팬데믹의 원인으로 동물이 지목됩니다. 하지만 나쁜 동물이 인간을 겨냥해 바이러스를 뿌린 게 아니라 인간이 그들의 서식지를 뒤흔들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죠. 그런데도 인간이 문제를 일으켜놓고 ‘동물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경향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동물이 전염병의 원인이라면서 두려워하거나 혐오하는 사람 중에는 인수공통감염병의 구조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두려워만 하죠. 그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묻고 싶어요. ‘동물이 인간을 시장에서 거래했나요?’ ‘동물이 인간을 잡아다가 축산 시스템을 가동했나요’라고요. 동물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서식지에서 유유하고 우아하게 살아갔을 뿐이에요. 그걸 무너뜨린 존재는 인간이죠. 사람들이 기존 체제와 문명에 대해 반성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간은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 동물에게 병이 생기면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살처분을 해왔죠. 동물의 생명을 끊고, 그 동물들의 몸과 피가 그대로 땅에 묻힙니다. 이런 구조는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요.

변화해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수공통감염병 예방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물과 거리두기입니다. 동물과의 접점을 줄이는건데, 개발을 멈추고 육식을 줄이는 것과 일맥상통하겠죠. 동물의 서식지인 삼림과 해양의 무분별한 발전을 줄이고 밀집사육 환경을 줄여야 해요.

이동시 작가들이 과거 진행했던 '동물축제반대축제'의 모습. 동물을 인간의 유희거리로 보는 시선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행사다. (이동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동시 작가들이 과거 진행했던 '동물축제반대축제'의 모습. 동물을 인간의 유희거리로 보는 시선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행사다. (이동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동물과의 거리두기 필요...“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

이들은 ‘동물과의 거리두기’를 주장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차별을 두지 말고 서로 좋은 관계를 성립하자는 취지다. 한편으로 이들은 동물들을 구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동물과의 좋은 관계, 그리고 동물을 구하는 행위는 ‘지구가 인간의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는 행위’로 요약된다. 인간이 지구의 유일한 소유주가 아니라, 동물을 비롯한 여러 생명들과 함께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동물과의 거리두기’라는 키워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해법을 상징적이지만 직관적으로 표현한 느낌인데요. 이동시가 생각하는 인간과 동물의 좋은 관계란 어떤 것입니까.

어떤 관계가 옳고 또 어떤 관계가 그르다고 규정지어 말하는 것 보다는, 인간과 관계를 맺는 것과 같은 시선에서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다르거나 차별을 두는 시선 대신.

작가님의 경우, 인간과 동물의 관계나 동물권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반려동물과 같이 살게 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와 살고 있는데 올해로 아홉 살입니다. 그런데 사랑이가 요즘 숨쉬기를 힘들어해요. 이 아이는 3살 때 우리 집에 왔는데, 그 전에 키우던 분이 사랑이가 많이 짖는다며 성대 자르는 수술을 했거든요. 어릴 때 수술한 성대 부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라고 기도를 점점 좁히면서 요즘은 삼키거나 숨쉬는 걸 어려워 해요. 보는 나도 괴롭고, 사랑이도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어요. 동물을 귀여운 인형이나 장난감처럼 소비하는 반려동물 시장, 사료로 먹히는 동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고요.

이동시 홈페이지를 보면 ‘save as many animals’라는 문구가 있던데요. 동물을 구한다는 건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행동일까요. 인간이 동물을 보호하고 은혜를 베푸는 행동인가요? 아니면 지구에서 우리와 같은 지분을 가지고 사는 또 다른 종과의 협업일까요. 사실 인간 역시 동물의 범주에 속하기도 하는데요.

지구가 인간의 것이라는 생각부터 잘못됐다고 봅니다. 인간도 수많은 동물 중의 하나고 그들과 함께 지구를 공유하는 사이라고 봐요. 지구가 마치 내 것인 양 다른 동물들의 영역을 마음껏 침범하는데, 그동안 잘못해왔던 것들을 수습하자는 의미가 ‘세이브’에 담겨 있어요.

인간이 비인간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산림이나 해양의 무분별한 개발을 멈추자고 하면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도 생각해라, 인간보다 동물이 중요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문제의식 자체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개발할 때 유선전화 사업하던 분들을 고려하면서 만들지는 않았잖아요. 노예제도를 없앨 때 노예상들의 생계를 걱정한 것도 아니고요. 인간이 비인간 동물과 다른 점은 잘못된 습관이나 발전해야 할 방향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실천하고 긍정적으로 바꿔가는 힘이라고 믿어요.

최근 몇몇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웃집 반려동물과 모르는 사람이 함께 위험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하느냐’라는 글이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동물을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에 대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이 질문을 이동시에게 던진다면 어떤 대답을 들려주실지 궁금합니다.

이런 질문 자체가 사람과 동물을 다르게 보는 시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엄마를 구할래 아니면 아빠를 구할래 그런 질문을 받으면 답할 수 없잖아요. 둘 다 구해야 하고, 구하지 못하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프니까요.

저는 환경매체 기자로서 동물 관련 이슈 역시 환경적인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인간이 동물에게 끼친 부정적인 영향들이 인류에게도 역시 부정적으로 돌아오는 악순환 구조가 있을 수 있죠. 이동시 활동을 하면서 그런 문제들은 어떻게 다루시는지요.

인간·동물·환경·건강은 결국 하나입니다. 환경이 인간과 동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잖아요. 기온이나 강우 패턴이 변하면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고 그들 개체 수가 감소하거나 달라지면 그게 인수공통감염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바이러스를 가진 박쥐가 산불이나 가뭄으로 서식지를 잃고 양돈 농장에 날아들 수도 있고, 홍수로 상하수도 시설이 훼손되면 수인성 감염병이 생길 수 있죠. 기후위기가 인간과 동물에게 미친 나쁜 영향에 대한 얘기가 이미 많거든요. 이런 문제에 대한 위기감을 모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동시는 스스로를 ‘동물심(心)번역가’라고도 칭한다. 이들은 동물의 목소리에 주목함으로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앗아갈 수 없는 권리'가 동등하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동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동시는 스스로를 ‘동물심(心)번역가’라고도 칭한다. 이들은 동물의 목소리에 주목함으로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앗아갈 수 없는 권리'가 동등하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동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행복을 추구하고 누릴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이들은 2년 전부터 동물축제반대축제, 쓰레기와 동물과 시 등의 활동을 이어온 창작집단이다. 스스로를 ‘동물심(心)번역가’라고도 칭하며 지난 3월에는 ‘동물당 창당 퍼포먼스’도 열었다. 지난 8월 20일 진행한 퍼포먼스에서는 '동물들의 10대 유언'이라는 제목으로 인간들에게 경고를 던져다. 이들은 왜 동물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는걸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동물의 목소리를 대신 내는걸까. 이런 활동들을 통해 인간이 정말 변할 수 있다고 믿는걸까? 이런 질문에 대해 이동시는 “인간과 동물의 유사성에 주목했고, 좌절과 포기는 간단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개별 주체에게서 앗아갈 수 없는 권리가 동등하게 주어졌다’는 시각이다.

이동시는 스스로를 동물심(心)번역가라고도 부른다고요. ‘동물들이 인간에게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는 배경이 읽힙니다. 호소, 분노, 또는 조언일 수도 있겠죠. ‘동물들의 10대 유언’이라는 형식으로 그걸 표현하셨는데, 인간이 가장 귀를 기울여야 할 부분은 뭘까요.

번역이라는 표현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인류 역사에서 동물의 마음은 철저히 무시당하거나 인간의 편의에 의해서만 해석된 것 같아요. 인간 동물이든 비인간 동물이든 그 개별 주체에게서 앗아갈 수 없는 권리가 있습니다. 신체를 구속받지 않고 타인에게 폭행당하지 않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 같은 것들이요. 비인간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때리면 피하고 자기 새끼를 위협으로부터 구하려 하고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면 반가워해요. 우리는 이런 인간과의 유사성에 주목해서 다른 비인간 동물들의 마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사람은 늘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는 얘기가 있죠. 예를 들면 탄소배출을 줄이자고 말하는데 결국은 안 줄어드는 것 처럼요. 인간들이 앞으로 동물의 입장을 더 많이 생각하고, 그로 인해 좋은 변화가 생길거라고 믿으시나요?

실제로 정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경우를 눈으로 봅니다. 우리 프로젝트를 보고 댓글이나 인스타 DM, 이메일로 ‘동물에 관한 생각이 달라졌다’라고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감사하다는 글도 많고요. 우리는 그런 마음을 가져주시는 게 오히려 감사하죠. ‘절멸’ 프로젝트에서 오리로 발언하셨던 정세랑 작가의 ‘목소리를 드릴게요’라는 책이 있어요. 거기 제가 아주 좋아하는 내용이 있어요. ‘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할까 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라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잘못된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코로나19를 통해 가졌다고 생각해요. 수정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지만 움직이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죠. 좌절은 쉽고 간단해요. 누구나 포기할 수 있죠. 하지만 ‘어차피 세상은 안 변해’ 해버리면 얼마나 무기력합니까.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지만,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세랑 작가는, 위에 언급된 해당 저서에서 “문명이 잘못된 경로를 택하는 상황을 조바심 내며 경계하는 것은 SF 작가들의 직업병일지 모르지만, 이 비정상적이고 기분 나쁜 풍요는 최악으로 끝날 것만 같다. 미래의 사람들이 이 시대를 경멸하지 않아도 될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동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또 어떤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나요. 지난 총선 즈음에는 동물당 창당 퍼포먼스도 진행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2030년까지 10년간을 보고 있어요. 올해 4월에는 동물당 창당선언을 했고, 8월의 절멸 퍼포먼스도 그 일환으죠. 2018년에는 동물축제반대 축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작년에는 쓰레기와 동물과 시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고요. 이때도 여러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그분들의 원고를 묶어서 새롭게 정리하는 작업을 올해 할 것 같고, 내년에는 비관론자라는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2021년쯤에 개봉할 것 같아요.

동물권이나 식탁 위의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해 채식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이동시 활동 작가들 중에도 채식 하시는 분들이 많은지도 궁금하네요.

저는 완전 채식을 하고 있고 이동시 멤버 중 적잖은 분들이 채식을 하고 있어요. 참여한 작가중에도 비건이거나 비건까지는 아니어도 채식을 실천하려는 분들이 많고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 그리고 점점 더워지는 지구를 보면서 동물들은 어떤 얘기를 할까요

동물들을 좀 내버려 둬, 자연을 내버려 둬,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동물권에 대한 보편적인 존중이 필요하죠. 동물을 너무 낮춰서 생각하는 인식이 많은데, 그런 습관에서 벗어나 그들을 존중할 줄 아는 태도를 가지면 좋겠어요. 동물에게 코로나19 탓을 돌리지 말고 누가 정말 잘못을 시작했는지 돌아보길 바랍니다. 사람 중심주의에서 좀 벗어나자는 의미에요. 정말로 그렇게 사람이 똑똑하다면, 다른 동물들의 삶을 보듬어줄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 좀 내버려두자는 거죠. 동물들도 그걸 바랄 것 같아요.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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